[도서] 자유론 - 1장 머리말에 한국의 현실을 대입해보고


   저번 학기 기말시험 기간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자유론을 갑자기 읽고 싶어 져서 (사실 시험기간이라 시험공부보다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그만……) 도서관에서 날름 빌려왔다. 그 후로 가방 안에 방치해 둔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버리고…… 쌓여만 가는 연체료의 압박에 의해 드디어 오늘 책을 집어 들고 오랜만에 중앙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보았다.


자유론 표지

  항상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도 천재였다. 부럽다 -_-;;;;;; 이분 이름은 철학에서도 한번 나오고, 정치학에서도 한번 나오고, 경제학에서도 나온다(솔직히 경제학은 좀 억지 같다. 자기 학문의 역사를 늘리려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여하튼 책의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서 원래는 하나의 포스팅에 모든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을 쓰려고 했으나, 이제는 계획을 바꿔 여러 번으로 나눠서 우려먹기로 깊이 있게 살펴보기로 했다.

  자유론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책들이 흔히 무지막지한 두께를 지니고 있는데, 의외로 이 책은 200여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방 안에 넣어두고 거기에 둔 걸 한참 잊어먹었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원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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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머리말

제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제3장 개별성 :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

제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제5장 현실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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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 제1장 머리말에서는 자유론을 읽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전제와 개념에 대한 설명과 논증이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의외로 이 장의 내용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이야기할 내용이 많았다.

……요즘의 한국 정치 상황 덕분에 -_-;;;;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자유는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이고, 이는 양심의 자유 등과 같은 불가침 영역을 설정하여 권력자가 이를 범할 경우 피지배자의 저항을 정당화하는 방법과 주요 결정을 할 때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 등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볼 때, 한국은 절대 제대로 된 현대적 자유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다 -_-;;; 이는 머리말 끝에서 나오는 인간 자유의 기본 영역을 보았을 때 더욱 확실해진다.


1. 내면적 의식의 영역 - 양심의 자유, 생각·감정의 자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을 할 수 있는 자유

2.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

3. 결사의 자유


  우리 밀 선생님은 이것을 중 하나라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어떠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어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절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제도던 인식이던 뭐 어떤 것도 민주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일단 하나하나 비교해 보자.


1. 기존부터 말이 많았던 국가보안법은 제쳐두고라도, 이번에 이슈가 된 공직선거법 제93조 만 보아도 위의 내면적 인식 영역의 자유와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무슨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을 할 수 있는 자유… 이번에 고발당한 분이 한둘이 아니다.

2. 이 자유는 제도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일단 구성원들의 인식부터 결여되어 있다. 인터넷에 보면 많다. 호모, 오덕후, 일빠, 애자, 빨갱이 등등…… 대중 다수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바로 까인다.

3. 물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호도하지 않는 선에서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다. 이렇게 말하니 분명 우리나라는 시위가 너무 심하고 그래서 개악된 집시법도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있는데, 일단 다른 문제를 모두 차치하더라도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를 과연 고려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만약 마르크스나 엥겔스, 레닌이 이랬으니 우리나라는 문제가 많은 나라다라고 했으면 '이 빨갱이 쉐이 어서 사상가 한 명 물어와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군'이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존 스튜어트 밀은 현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사상적 근간을 다시는데 일조를 하신 분이다 -_-;; 이분의 의견을 뒤집기 시작하면 안타깝지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체제의 근본적 존재 이유부터 뒤집어야 한다. 요즘 자기들이 신자유주의자니 어쩌니 떠드는 뉴라이트 같은 민주주의의 탈을 쓴 파시스트들보다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가까이 서 계시는 분이시니 궤변을 늘어놓거나 민주주의 이상의 정치 체제를 고안해 내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밀의 주장을 부정하기는 힘들 듯싶다.

  아, 물론 우리 밀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말씀해 주셨다. 이와 같은 자유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the majority of their faculties)에게만 해당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린 아이나 미개인과 같이 자기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에게는 이와 같은 자유가 적용되지 않고, 발전 도모의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의 구속이 정당화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보기에 후진 사회에 사는 미개인들에게 이와 같은 방법을 써도 된다는 말은 근대 서양의 타 지역에 대한 우월주의와 진보하는 이성에 대한 확신을 지닌 계몽주의의 관점에서 행한 폭력이고 맞지 않는 말이라고 보지만, 근본적으로 자유를 향유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는 계층에게 올바르게 자유를 향유하도록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준비가 덜된 듯하다. 인간이 가진 어떠한 이유로도 침범될 수 없는 이 기본적 자유조차 각종 제도로, 사회 여론으로, 인식으로 열심히 견제하는 이와 같은 사회는 무슨 말로 포장하여도 민주주의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아 물론 저기 밀 선생님 말대로 민주주의를 위해 불가피하게 독재의 단계를 밟고 있다고 주장하면 수긍해 줄 수도 있지만……

  여하튼 민주주의 사회라고 좀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주주의 사상에 영향을 준사람도 이게 민주주의가 아니라는데… 헌법 1조도 그냥 대놓고 '대한민국은 파시스트 국가이다'라고 바꿔야 그나마 솔직해진다고 본다. 뭐, 국민들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지금의 이러한 현실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역시 어려운 책보다는 내 주위에 불만 있는 거 쓰는 포스팅이 더 재밌는 듯하다.

  으음 다음에는 좀 더 책 내용에 충실하게 작성해야겠다;;;;


p.s. 포스팅 후에 읽어보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하여 사족을 붙여본다. 이 포스트에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 개념을 포괄하는 말이다.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작게 보면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의미하는 것이니, 그 점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해서;; 여하튼 현대 민주주의의 개념에는 위와 같은 자유의 개념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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