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관리에 대한 단상


  오늘 지식과 그 관리에 대한 부분을 수업시간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지식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이므로 관리되어야 할 대상이니, 열심히 관리해 보자!라는 이야기 정도가 되겠네요. 잘못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서부터 은근한 불편함이 생겨나기에 그에 관한 짧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작년에 들었던 전공수업인 MIS에서도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생각했었던 내용이라 빠르게 한탄을 해 볼 수 있을듯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먼저 이 지식관리라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관리할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 경우 관리 대상이 되는 '지식'은 기존의 문서화할 수 있는 지식뿐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하기 어려운 지식(Know-how)도 포함됩니다. 제가 화를 내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 노하우에 관한 부분입니다. 우선 노하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를 수집해야 하는데, 그 수집 대상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조직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집하는 주체는 조직이 되겠죠. 조직이라고 하면 약간 추상적으로 생각이 되므로 우선 이 조직을 기업에 국한시켜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기업 외의 사적 조직이나 정부 등의 관료조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기업 대신 다른 조직체를 대입해도 같은 이야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KMS를 구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기업이 소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그러고 보니, 이런 학문에서는 사람이라는 말 대신 인적자원이라는 말을 쓰기 좋아하더군요. 이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지만 이것까지 한탄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여 명칭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의사 정도만 표시하고 넘어갑니다). 사람을 소유할 수 없으니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비 정형화된 노하우를 기업이 소유할 수 없고, 따라서 사람이 기업 조직에서 벗어나면 그 사람의 노하우를 기업은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는 곧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막고, 노하우의 공유를 통하여 다른 직원들의 생산성도 향상하기 위해 이러한 지식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죠. 여기까지는 별 반감 없이 넘어갈 만한 내용입니다. 제가 짜증이 나는 이유는, 기업이 이 노하우들을 어떻게 수집하는가에 대해서입니다. 이들은 조직원에게 노하우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를 수집할 수밖에 없겠죠. 다년간의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기업이 원하는 노하우를 제공해 줄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럼 이 노하우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노하우를 제공함으로써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까요? 사원 간의 노하우 공유로 자신의 생산성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모두 좋아진다……는 논리는 기업 측의 논리입니다. 노하우를 제공한 개인만 놓고 보면, 자신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산성 향상 기술을 무조건으로 공개한 경우와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때 노하우의 공개는 그 개인에게 독점 기술의 상실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제공자를 노하우가 없는 다른 근로자와 무차별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독점력을 상실하였으므로 그 근로자는 이제 독점 우위의 지위를 지니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 기존에 기업에서 그 사람의 노하우로 인해 추가로 임금을 제공하고 있었다면 그 노동자는 이제 추가로 임금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으니 임금을 다른 사원들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거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겠지요.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이와 같은 손실을 입게 될 근로자를 위해 어떠한 형태로라도 보상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 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한 사람을 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업에서 그 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지식관리의 추진동기가 전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외에도 기업의 인원 감축 시 기업이 입을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거든요. 사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근로자에게 해 줄 보상이란, 근로자에 비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생각해 볼 때 곧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 나와있는 지식관리에 관한 부분 중 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 IMF 이후 인원 감축의 결과 의사결정의 주체인 인적자원이 떠나면 그가 가지고 있던 지적 자원도 함께 떠나가고 이로 인하여 기업의 지적 자원 소실이 야기된 바 있다.……'


  결국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에게 지출되는 임금은 줄이고 싶은데, 그 근로자가 가져다주었던 생산성 향상은 계속 누리고 싶다는 것이 이 KMS 구축의 이유로 당당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하우를 공유하는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결국 해고가 되겠지요. 특정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노하우 때문에 다른 근로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이 임금이 지불되고 있었는데, KMS 구축으로 인해 그 임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어졌으니까요. 만약 KMS가 완벽하게 구축된 상황에서 기업이 인원감축을 할 경우, 이제 무차별하게 된 근로자들 중 당연히 많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해고하게 될 것입니다. 근로자는 결국 노하우는 노하우대로 기업에 빼앗기고, 경제적 손실은 손실대로 입는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어떠한 자원을 이용하다가 그 자원의 이용을 중단할 경우, 그 자원이 가져다주는 효용을 포기하는 것은 공정한 거래라면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자원 공급이 중단되어도 그 자원에 의한 효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라면, 이미 자원의 거래 시에 그와 같은 추가적인 이익에 관한 비용을 당연히 가격에 포함시킬 것입니다. 그런데 KMS에서는 이와 같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였으므로 이와 같은 DB구축도 당연하다고 말씀하실 분이 있으시다면, 저는 '내가 상품을 구매하였으니 회사는 나에게 그 상품의 제조법을 공개해야 한다'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기업의 물건을 샀다고 그 물건에 대한 기술을 당연히 알 권리가 존재하지 않듯이, 피고용인의 고용주라고 피고용인의 모든 기술을 당연히 알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상황에 분개합니다. 자원은 자원대로 이용하고 싶어 하면서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리켜 흔히 도둑놈 심보라고 부르곤 합니다. 게다가 이 내용을 '멋지게' 이론으로 정립하여 둔 점도 역시 어이가 없습니다. 만약 전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KMS를 구축한다고 말하여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는 전제가 변하지 않으니까요. 각 기업들에게 사회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특허 등의 독점적 기업을 지식을 공개하라는 주장과 위의 주장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기업은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요. 기업의 지적 재산권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업비밀, 직무발명 또는 특허권 등을 통해 열심히 지키면서, 근로자의 경쟁력 원천이 되는 노하우는 자신들에게 공개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는 모순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현대사회는 지적 재산권이 중요시되는 사회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 또는 기업이 다른 조직과 대비하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 중 하나이니까요. 저는 이러한 보호장치가 필요 없다고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보호장치를 '근로자의 노하우'에도 적용하여 주기를 바라는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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