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건슬링어 걸 - 일 테아트리노 (GUNSLINGER GIRL - IL TEATRINO)
1. 간단한 이야기
건슬링어 걸(GUNSLINGER GIRL)의 후속작으로 나온 작품인 건슬링어 걸 - 일 테아트리노(GUNSLINGER GIRL - IL TEATRINO)를 보게 되었습니다. 전작을 상당히 인상 깊게 봤기에 이번에 나오는 작품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한 작품이 완결된 다음에 기다림 없이 보는 것을 좋아해서 완결이 지어진 후부터 작품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해 좋은 평이 그다지 들려오지 않더군요. 살짝 불안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보기로 마음먹은 작품인데 한번 보고 평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최종화까지 다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면… 확실히 좋은 소리를 듣기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GUNSLINGER GIRL - IL TEATRINO
2-1. 단점 1 : 변경된 그림체
전작의 그림체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습니다만, 이번 후속작은 그림체가 상당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원작인 만화책을 보지 못했기에 이번 작품이 원작에 더욱 가까운 그림체를 보여주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원작의 그림체를 더욱 살린 다른 작품들의 경우 작화논의에 항상 원작의 그림체가 언급되고는 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 그런 말이 보이지 않아서 아마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여하튼 원작 그림체와의 논의를 제외하면, 이 작품의 그림체는 건슬링어 걸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색을 많이 잃어버린 작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의 개성 있는 그림체가 이번 작품에서는 이쁘장하기만 개성은 사라진, 여기저기에서 흔히 보이는 그림체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양산형 그림체(?)도 좋아하지만, 건슬링어 걸과 같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고 시청자의 줄거리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에서는 전작의 그림체를 그대로 채용하는 편이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2. 단점 2 :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 틀
개인적으로 건슬링어 걸 - 일 테아트리노가 가지고 있는 줄거리는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체 트리엘라와 암살자 피노키오 간의 대결을 큰 줄거리로 가지고, 그들과 관계된 사건, 인물, 과거 등을 곁가지로 잡은 큰 틀 자체에는 아무 불만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곁가지 줄거리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감동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곁가지 중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이는 13화의 짧은 분량에 원작의 모든 줄거리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흔히 원작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애니메이션화 할 경우 자주 보이는 일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 원작의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는 되지만, 그 자체를 독립된 작품으로 놓고 보았을 때는 작품으로서 실격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부분은 애니메이션 전체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큰 줄거리의 모습마저 흐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는 8화의 클라에스 관련 에피소드에서 가장 크게 드러납니다. 물론 8화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상당히 감동적인 이야기라고는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상당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감동스럽게 눈을 감는 클라에스와 이번 작품의 클라에스의 모습에서는 연관성을 찾기 힘듭니다. 또 해당 작품에서 클라에스가 이와 같은 비중으로 나올 만한 줄거리 관련 부분도 사실상 없습니다. 이는 '캐릭터' 클라에스의 팬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이고, 아마 추측컨대 원작의 감동적인 에피소드에 대한 배려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체 줄거리 면에서는 뜬금없는 이야기였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잠깐 분위기를 이완시키기 위해서였다면 클라에스 외 다른 의체들의 이야기를 집어넣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에피소드도 차라리 작품 완결 후 번외편 형식으로 추가하였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3. 총평 : 아쉬움
의체(개조된 신체)를 지니게 되어 살인도구로 쓰이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그 아이들의 내면, 또 그들을 바라보는 주위 관계자의 마음이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표현되던 전작 건슬링어 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떨어지는 그림체와 약간 엉성한 줄거리 구성은 이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지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초반에 많이 보였던 부실한 연출력도 아쉽기는 했습니다만, 저예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점과 다른 작품들과 그 질을 비교해 보았을 때 딱히 이 작품만이 부각되어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독립된 작품으로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은 그럭저럭 평범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목과 세계관, 인물 등 모든 면을 보아도 이 작품은 전작의 속편일 수밖에 없고, 그 전작과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큰 비난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줄거리와 캐릭터를 가지고도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는 점은 정말 아쉽습니다.
게다가 제일 아쉬운 것은 다른 분들께서도 이 작품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을 하시는 분이 없으시기 때문에 작품이 잊혀가면서 이 작품의 오프닝 곡인 KOKIA의 단 하나의 마음(たった1つの想い)도 같이 잊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ㅠㅠ 오랜만에 KOKIA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전후반부의 오프닝 영상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작품을 보시는 분이 많지 않으셔서 오프닝을 보신 분도 별로 없으시고, 따라서 이에 대한 다른 분들의 말씀도 많지 않았다는 게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고르라면 저는 주저 없이 오프닝 부분을 고르겠다고 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죠 ㅠ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