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ef - a tale of memories
어떤 애니메이션을 볼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 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때, 게임이 원작이었던 작품은 아무래도 기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설이나 만화 등의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보다 게임을 원작으로 가진 작품이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사랑이 더욱 큰 것인지, 게임의 명성을 믿고 제작을 안이하게 하는지,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줄거리·플롯 등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게 진행되기 힘들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ef - a tale of memories라는 이 작품이 감동적이라는 말을 듣고 (요즘 감동적인 작품에 목말라있습니다 -_-;;) 일단 감상 준비를 다 끝낸 후에야 이 작품이 게임 원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저는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마 에로게가 원작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애초에 볼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영상을 전부 구해버린 뒤라(……) 마침 한가한 주말에 느긋하게 감상을 시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제 본격적인 감상글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ef - a tale of memories
1. 작품의 장점 - 색다른 화면 구성과 연출
ef - a tale of memories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으로 우선 화려하고 특이한 영상 구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것은 CG로 만들어진 화려한 배경과 파스텔톤의 색감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몇 번 보고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인 샤프트라는 곳이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 씨와 어떤 관계가 있는 회사인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찾아보니 관계는 없다고 나오네요). 이 화려한 색감의 배경은 애니메이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분위기와 신기하게도(!) 조화되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몽환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줍니다.
(여담이지만, 이런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리뷰하면서 글에 스크린 샷을 첨부하지 못하는 건 정말로 답답한 일이네요. 간단하게 스샷으로 보여드리면서 설명하는 쪽이 보시는 편도 훨씬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시고, 글을 쓰는 쪽에서도 훨씬 편한데 말이죠)
또한 화려한 배경 외에도 스토리와 연계되어 바뀌는 화면 역시 감정의 몰입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장치는
1) 줄거리와 인물 심리 상태에 관한 화면의 흑백 처리
2) 흑백 처리된 화면에서 특정 색을 부각하여 심리 상태 묘사를 보조하는 것
3) 특정 분위기나 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맞물려 화면 전체를 단색 처리
4) 중요하지 않는 부분은 전부 삭제하여 중요 부분만을 강조하여 표현
5) 등장인물의 중요한 내면이 묘사되는 순간 인물 주위에 밝은 아우라 표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일단 기억나는 것만 두서없이 써 보았습니다.
사실, 이런 효과를 사용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연출에 대해 무지한 저조차 '아 이런 효과는 여기 분위기가 어때서 넣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흔히 말하는 '예술성'과도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작품 전체의 기승전결에 걸쳐 고르게 이와 같은 연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의 '남발'이 과연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아 물론 개성이라고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연출 덕분에 저는 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영상 전체가 말을 걸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흔히 잊고 있는 사실이, 애니메이션은 모든 장면을 의도하여 그리기 때문에 '의도되지 않은' 상징물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작자나 시청자 모두 화면 전체를 그러한 상징물로 채우지는 않습니다. 서로 피곤하잖아요 -_-;; 하지만 이 작품은 세부적이고 의미가 없는 부분(예를 들어 장면 전환 부분이나 특정 장소와 특정 사물, 인물의 행동 묘사 부분)에 위의 장치들을 사용하여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여 줍니다. 즉 화면 전체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되겠네요. 또 이 상징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파악하기 힘든 고도로 추상화된 상징물이 아니라, 간단히 파악 가능한 상징들입니다. 지나친 정보가 시청자의 집중도를 도리어 분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스샷 없이 설명하려니 짜증 나네요.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불이 났다 → 급한 목소리로 불이 났다고 말한다 → 청자
불이 났다 → 깜박이는 경광등과 붉은 배경을 보여준다 → 청자
후자의 경우가 '불이 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을 더욱 잘 설명하여 줍니다. 간혹 신호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겠지만(경찰서, 병원 등으로 착각하는 것) 신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말로 전하는 것보다 '전하고 싶은 느낌'을 훨씬 직관적으로 전해주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작품이 주류가 된다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피곤한 일이겠지만, 일단 이 작품은 참신하고 굉장히 감각적인 이야기 전달방법을 사용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와 같은 기법이 빛을 발한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몇 군데 골라보았습니다. 순서는 작품 진행 순서대로입니다.
1) 2화 초반부 히로노 히로가 학교에 등교하여 친구인 츠츠미 쿄스케를 만난 이후 옥상에 올라가는 장면. 단편적으로 표현되는 교내 풍경, 강한 느낌을 주는 흑백 디자인으로 학교를 묘사한 후 학교 옥상으로 올라가는 주인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옥상 문의 열쇠가 빛을 발하고 환하게 문이 열리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화려한 색감을 지닌 옥상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 뒤의 이야기와 맞물려 히로노의 심리상태를 전반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2) 4화 중반부에 히로노 히로가 자신의 세계에 부족한 색이 있다는 독백을 하는 장면. 무채색으로 표현된 주인공과 그 주위는 미야무라 미야코가 나타나서 순간 화려한 색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둘의 앞으로의 관계를 강하게 암시하여 주기 때문에(사실 이 정도면 암시 수준이 아니기는 하죠) 마음에 들었습니다.
3) 7화 중후반부 에피소드. 미야무라 미야코는 히로노 히로와 데이트 약속을 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6화에서의 일로 그는 오지 못하게 되죠. 핸드폰도 두고 나간 터라 그를 계속 기다리며 미야무라는 계속 음성메시지를 남깁니다. 이것이 그(미야무라)의 과거 회상과 얽히며 간절하고 절박한 상태를 보여줍니다. 특히 계속되는 통화내용의 나열, 그리고 그로 인해 어지러워지는 화면과 미야무라의 절박한 음성은 참…… 보고 있기가 꺼림칙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검게 지워져 버리는 화면은 그러한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결국 그 절박함은 전해지지 못하죠 -_-a).
4) 10화 후반부 미야무라와 히로노의 통화 장면. 공중전화 카드의 잔여시간인듯한 숫자가 통화 내내 100에서부터 점점 줄어듭니다. (시간을 재보니 5초에 2씩 떨어지네요 ㅋ) 결국 둘의 대화가 클라이맥스에 오는 순간 계속 줄어들던 시간은 0이 되고 통화가 끊어집니다. 그리고 전화 중에 점점 가까워오던 일출은 전화가 끊어지는 순간 시작됩니다. 강한 빛이 비치면 보는 사람의 시점에서 빛 쪽에 있는 사물은 어둡게 보이죠. 일출이 시작되며 주위의 배경이 어두워지고, 여기서부터 모든 화면이 흑백으로 바뀝니다. 미야무라는 흑백으로 변한 전화 부스 안에서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찾은 히로노의 말이 들리는 순간 그를 중심으로 다시 색이 돌아옵니다.
위에 나열된 장면은 의미나 감동과는 관계없이 효과만을 두고 보았을 때 괜찮다고 생각되는 장면입니다. 안타깝지만 감각적인 장면을 글로 묘사하려고 해 보니 뭔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뭐, 어차피 글로 이런 종류의 감정을 묘사할 수 있는 실력도 없고, 그냥 이러한 모습으로 진행되어 갔다는 상황을 설명한 것에 만족해야겠죠.
2. 간단한 줄거리 - 느낀 점을 중심으로
ef - a tale of memories는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하나는 고등학생이자 프로 만화가인 히로노 히로(広野 紘)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만난 여자아이인 미야무라 미야코(宮村みやこ), 어렸을 때부터 히로노를 친오빠처럼 따르던 신도우 케이(新藤 景), 그리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신도우를 촬영하는 히로노의 친구 츠츠미 쿄스케(堤 京介)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글을 쓰기 좋아하는 남자아이인 아소우 렌지(麻生蓮治)와 사고로 인해 13시간 이상 기억을 할 수 없는 (메멘토를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신도우 치히로(新藤千尋), 그리고 그를 보살피고 있는 히무라 유우(火村 夕)의 이야기입니다. 이 두 가지의 이야기는 동시점에서 진행되는데,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될 각 이야기를 이어주는 끈은 신도우 케이와 신도우 치히로가 자매로 히로노 히로와 어렸을 때 같이 놀았다는 점, 그리고 작중에서 둘이 핸드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것과 각 캐릭터들이 내면적 갈등을 겪을 때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곤 하는 아마미야 유코(雨宮優子)라는 인물이 전부입니다.
(여담이지만, 히로노 히로는 어렸을 때 그렇게 자신을 따르던 신도우 치히로를 작중에서 한 번도 찾아가지도, 연락하지도 않네요. 신도우 케이도 명색이 누나라는 사람이 핸드폰 메일만을 주고받지 전화조차 한번 하지 않고…… 작중 배경을 보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한번 찾아가 보지는 못할망정 박정합니다 둘 다 -_-;;;)
사실 12화의 짧은 분량에 하나의 이야기를 담기도 벅찬데, 두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중에서는 줄거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미야무라 미야코 - 히로노 히로 - 신도우 케이 - 츠츠미 쿄스케'의 갈등관계와 '아소우 렌지 - 신도우 치히로'의 갈등관계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중요하게 심리묘사가 되는 이 여섯 인물의 내면도 작중 인물 간의 갈등과 그 해결에 필요한 부분만을 표현할 뿐, 그 이외의 다른 부분은 철저할 정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만약 영상을 통한 감각적인 느낌을 많이 전달하는 이와 같은 작품에서 줄거리까지 사천포로 빠졌다면 정말로 답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작품의 특징, 줄거리 전개, 짧은 분량 모두 적절하게 조합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작품 진행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여섯 명의 인물들 중, 세 명의 여주인공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겪었던 일로 인한 커다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만(다른 작중 인물 중 몇 명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음이 얼핏 보입니다), 이 세 명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그들의 인생을 쥐고 흔들 정도로 거대한 위력을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도중에도 '이건 정신병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간혹 들긴 했습니다. 뭐, 신도우 치히로의 경우는 진짜 정신병이긴 합니다 -_-;;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미야무라 미야코의 경우 어렸을 때 겪었던 일종의 애정결핍으로 인해 자의식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중에서 이는 결국 히로노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집착은 히로노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집착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히로노가 자신만을 봐주기를 강렬하게 원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히로노를 사랑하는 모습보다 히로노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고하게 하고자 하는 미야무라의 욕망이 더욱 강하게 투영되어 보입니다. 결국 히로노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그의 욕망을 히로노가 반드시 채워줄 것을 장담한 것에서부터 파생된 결말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세 명의 여주인공 중 외형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제 생각으로는 세명 중 가장 성장하지 못하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캐릭터는 이 '미야무라 미야코'라는 캐릭터가 아닌가라고 생각됩니다(막말로 히로노와 헤어지면 바로 또 방황을 시작할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신도우 케이는…… 일단 겉으로 보자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오빠를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웬 여자에게 쏠랑 빼앗기고, 그걸 좀 막아보려고 양심에 찔리는 짓까지 했는데도 결국 차이게 된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굉장히 암울하게 보이네요;; 하지만 내면의 모습에 있어서 작중 어떤 캐릭터보다도 제일 훌륭하게 성장한 캐릭터로 이 신도우 케이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애매한 태도를 보인 히로노에 맞추어 애매한 태도를 견지해 오던 자신에 만족하고 있던 신도우 케이에게, 갑자기 주위의 상황이 급변하여 모두가 점점 어딘가로 나아가는 상황은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위협이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닥쳐오는 위협에 격정적으로 맞서거나 때로는 회피를 해 가며 어떻게는 지금까지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제 그는 지금까지 히로노를 위해 걸어오던 자신을 인정하며 앞으로는 이제 스스로 걷는 쪽을 선택합니다.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짚어보자면, 자신을 위해 걷는 것과 자기 스스로 걷는 것은 비슷한 말 같아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다른 말입니다. 자신을 위해 걷는다는 것은 아직까지 '위함을 받는 자신'을 삶의 주체로 재설정한 것이지,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위함을 받는 자신을 위해 자신을 '걷게 하는 것'과 주체로서 스스로 '걷는 것'의 차이라고 말하면 될 듯하네요. 참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제일 편한 것은 X를 위해 걷는 것을 Y를 위해 걷는 것으로 바꾸어 버리는 것인데도, 작중에서는 그와 같은 결말이 아닌 좀 더 주체적인 결말을 배치하여 가슴 아프게 차인 그를 진정한 승리자(……)로 만드네요. 곁에서 영상 촬영을 계속하는 츠츠미 쿄스케도 신도우의 관찰자 겸 조력자로서 계속 남아있을 듯한 운을 남겼습니다. 여러 가지로 잘 됐죠 뭐.
신도우 치히로의 경우는 사실 트라우마라고 하기엔 좀 경우가 다르네요. 13시간밖에 기억을 지속할 수 없는 정신상의 장애가 그의 한계가 되니까요. 그의 이러한 고통은 아소우 렌지와의 사랑을 통해 극복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13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그의 말이 이를 표현하여 주네요. 사실, 장기기억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을 걷어내고 나면 제일 '일반적인' 연애물의 구도를 따라가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에게 모두 힘들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어디까지나 지켜보는 입장에서지만요 ㅋ
3. 아쉬움
이 작품은 요즘 나오는 다른 작품과는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상당히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첫째로는 작품 중간중간마다 나오는 유코라는 여성이 과연 무슨 존재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작중 인물들의 내면적 고민 상담사(……)로, 자신을 돌아보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하기에는 너무 존재감이 뚜렷합니다. 히무라 유우와도 안면이 있는 듯하고, 대사를 들어보면 어떠한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적 존재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없네요. 만약 후속작을 생각하고 만든 캐릭터라면 이해해 줄 여지는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는 생각은 계속 들긴 합니다.
작중에 나온 정보로 추리해 보자면 아마 히로노에게 옥상 열쇠를 주었다는 누나가 유코로 같은 오토와 학원의 학생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옥상 열쇠를 지니고 있던 히무라와 알고 지낸 사이이고(어쩌면 연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살아있다기보다 뭔가 다른 형태로(죽었다던가 식물인간이라던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고는 생각됩니다. 이렇게 말해도 역시 모르겠네요 -_-a
또 신도우 치히로 성우분…… 연기력이 없다거나 그런 말은 못 하겠지만, 너무 목소리에 울음기가 많습니다 ㅠㅠ 목소리가 덜덜 떨리시네요. 원래 캐릭터가 그런 설정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가끔 분위기가 깨질 정도로 위화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작중 실제로 캐릭터가 울 때 연기가 제일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리고 작품 내에서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별개의 에피소드처럼 진행된 것 역시 아쉬웠습니다. 이건 10분짜리 12편 구성의 애니메이션을 2개 본 것과 같다고 생각되네요. 괜히 이야기 두 가지를 동시 진행시켜서 시청자의 주의만 분산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후반부에는 이 두 이야기가 신도우 자매 또는 아마미야 유코라는 복선을 통해 이어지는 것인가 하는 기대도 했었지만, 결국 끝까지 별도의 이야기로 진행되어 버리네요. 만약 원작 게임에서 이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아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서 애니메이션을 바라볼 경우 조금 부족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4. 총평
이 작품의 제일 큰 특징이자 장점은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과 개성 있고 뛰어난 화면 구성과 연출이 아닌가 싶습니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줄거리의 진행과 그 구성도 뛰어나다고 생각되고요. 작품의 길이는 짧은데 생각보다 감상문을 너무 길게 쓴 탓에 이제 쓸 내용도 많이 생각나지 않고, 기운도 없네요 -_-;;; 하지만 확실히 언젠가부터 흔히 보이는 다른 에로게 기반 양산형 연애물 애니메이션(……) 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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