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코 마제스터치 미니 (Filco Majestouch Mini)
필코에서 나오는 마제스터치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국내에도 아이오매니아를 통하여 이미 많은 종류의 마제스터치가 수입되어 있고요. 개인적으로 마제스터치라는 키보드는 그 모양도 예쁘고 틀도 단단하여 굉장히 좋은 키보드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체리 청축 스위치를 사용한 마제스터치를 거의 2년 가까이 메인으로 사용해 왔고요. 그래서 최근 키보드매니아 장터에 나온 마제스터치 미니를 보고 냉큼 구매해버리고 말았습니다. -_-;;;
일반적인 마제스터치와는 약간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는 마제스터치 미니(라고 하지만 미니키보드라기에는 좀 크네요)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조금 웃긴 이야기이지만 기계식 키보드에 관심이 많다는 주제에 아직까지 체리 갈축 스위치를 이용한 키보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ㅋ 국내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기계식 스위치 종류가 갈색축이라고 하는데 소리만 큰 키보드만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갈축도 접해볼 겸 겸사겸사 구입해 보았습니다.
박스 외관입니다. 기존에 사용되던 마제스터치 박스와 비슷한 외관입니다. 마제스터치 미니의 세부 모델명과 일본어 표기 없음 안내가 크게 보입니다. 딱히 새로운 모양도 아니고, 마제스터치다운 포장입니다. 박스 안에는 키보드 외에도 사용설명서 및 제품 보증서, USB-PS/2 커넥터, 케이블 타이가 들어있습니다.
키보드의 모습입니다. 일문 배열 키보드이기 때문에 사용되지 않는 스위치가 꽤 보입니다. 오른쪽 시프트키가 일반 키 크기로 줄어들었고, 오른쪽 알트와 컨트롤, 윈키는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방향키가 들어가 있고, 원래 방향키 위에 있는 Insert, Home, Page up, Delete, End, Page down의 여섯 키는 삭제되어 텐키에 있는 키로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반 키보드 틀에서 텐키 옆 아홉 키가 삭제되어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그래도 철판 보강 덕분에 무게는 1kg입니다).
그런데 이 형태가 실사용시에 약간 문제가 되는 것이, 한/영 전환키인 오른쪽 알트와 특수문자 변환키인 오른쪽 컨트롤키가 없어서 키보드를 연결해 바로 사용하려고 하면 글자 변환을 할 수 없습니다. -_-;; 이것은 일본어 키보드에서만 사용되고 한글 윈도우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키보드 상의 몇 가지 키를 키보드 입력 신호 변환 프로그램인 Key Tweak을 사용하여 오른쪽 알트와 컨트롤로 재설정(Remapping)해주면 해결됩니다. 약간 귀찮기는 하지만 설정도 간단하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_-a
키보드에 사용된 스위치는 흔히 갈축이라고 부르는 체리 사의 넌클릭 스위치입니다. 이 키보드를 사기 전에 구형 갈축이 쓰인 Compaq Mx-11800을 구입했기 때문에 두 키보드의 키감이 어떤 차이가 날지 비교타건을 시도해 보았습니다만, 잘 모르겠네요. 11800도 실사용이 거의 없던 키보드이기 때문에 스위치가 노화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만, 원래 두 스위치의 차이도 크지 않은 듯하고 키보드 몸체나 키캡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약간 느껴진 차이점이라면 구형 갈축 쪽이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것 정도일까요.
지금까지 넌클릭 스위치를 사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 갈축을 눌렀을 때는 조금 어색했습니다. 뭐랄까… 타건 시 '따각' 소리를 내며 구분감을 강하게 주는 체리 청축과는 달리, 갈축은 부드럽게 들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저는 구분감이 있는 키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눌러보는 갈축 스위치는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심심하더라고요. -_-a 하지만 키보드의 모양이 예쁘고;;; 아직 손이 갈축 스위치에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되어 메인으로 일주일 정도 마제스터치 미니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일주일을 사용한 후에, 역시 사람들이 갈축을 제일 많이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누르기에는 체리 청축 스위치 쪽이 더욱 재미있기는 하지만, 장시간 키보드로 타건을 하기에는 갈축 쪽이 좀 더 부담 없고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청축이 키압은 제일 낮다고는 하지만, 갈축의 키압도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큰 부담도 되지 않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키압이 높고 반발력이 강한 키보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갈축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타건 시 '키보드를 눌렀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구분감과 딸깍딸깍하며 소리가 큰 키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갈축 키보드인 이 마제스터치 미니를 메인으로는 쓰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기계식 키보드를 추천해 보라고 하면 무난한 갈축 쪽을 추천하기는 하겠지만, 제 취향과는 크게 맞지 않는 편이네요.
뭐, 키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이쯤으로 마치겠습니다.
뒷면에 키보드 제원을 열거한 부분입니다. 제조사, 모델명, 일련번호 외 여러 가지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큰 상관은 없지만, 중국제네요. 마이크로소프트사 OS에 사용 가능하다는 표기를 해 두고 밑에 그 Windows가 미국 및 다른 국가에서 MS사의 등록상표라고 따로 언급해 둔 것이 왠지 인상 깊게 느껴집니다.
예전부터 마제스터치 시리즈는 디자인도 깔끔하고 철판 보강도 튼튼하게 되어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시리즈가 개선되어 가며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마제스터치 미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의 키캡만 빼면요. 원래 마제스터치의 우레탄 코딩된 키캡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지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흑색 플라스틱 키캡보다 질감도 마음에 들고 보기도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문제가 되는 부분은 키캡의 완성도입니다. 위의 뒤집어진 키캡 부분을 보시면 사출 후 키캡을 분리할 때의 사출 자국이 남아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기존 마제스터치 키보드는 저러한 사출 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제스터치 미니에는 사출 자국이 보시는 대로 크게 남아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몇몇 사출 자국은 키보드 스위치를 빼지 않아도 위에서 슬쩍 보면 보입니다. -_-;; 원래 그랬던 제품이라면 또 모를까, 그런 마무리 부분까지 철저했었던 마제스터치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된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마제스터치는 분명 완성도가 높은 키보드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이번 미니는 사이즈도 작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매력적인 키보드라 생각됩니다. 체리 갈축 스위치의 매력도 충분하고요. 일본어 배열이 약간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2006년 6월에 이 제품이 출시된 이후 다른 미니 제품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표준 배열 마제스터치 미니'를 만나기는 당분간 아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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