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 제노글라시아 (アイドルマスター XENOGLOSSIA)
최근 작중에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게 되네요. 흔히 '메카물'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거부감은 없지만,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줄거리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호 작품을 찾다 보면 항상 뒤로 밀렸었거든요.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보면 아무래도 로봇이 나오는 작품들의 줄거리 전개 경향이 옛날과는 좀 변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아이돌마스터 제노글라시아는 2007년 선라이즈에서 만든 작품으로, 총 26부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른 제작사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선라이즈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선라이즈 고유의 특징을 살려 만들어질 때가 많습니다. 이 작품 역시 보고 있다 보면 정말 선라이즈에서 제작한 것이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라이즈 고유의 색이 진하게 묻어있습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アイドルマスター XENOGLOSSIA
1. 작화 ~ 평범한 수준?
이 작품의 작화는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수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작중마다 작화가 망가지는 모습(일명 작붕 -_-)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수준이 엄청나거나 횟수가 잦은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도 이쁘장합니다. 약간 흔해 보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림체도 괜찮고 캐릭터 디자인도 개성이 살아나 보이도록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의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중 나오는 '아이돌'의 코어 형태가 큰 구형이고, 그 코어를 로봇 안에 구 형태의 물건을 기본적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설정에 기초하여 디자인된 메카는 흔히 보이는 다른 작품의 로봇과는 다른 형태의 디자인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형태의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일본 메카의 틀에서 벗어난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제목도 그렇고 위의 문단에서 한 말에서 이미 추론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의 작화 수준과 그것의 개성은 2000년 초반의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니고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되네요. 선라이즈라는 회사 자체가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에서는 오래된 편이고 크기도 큰 편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자신들만의 색을 작품 내에 확실히 표현해 왔기 때문에 이제 선라이즈의 특징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 중 하나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그 개성이 잘 드러나고 있는 이 작품이 지극히 평범한 작품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줄거리(1) ~ '아이돌'이라고 쓰고 '남자친구'로 읽는다
이 작품의 주제로 들만한 내용은 달이 부서지며 지구에 나타난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지성체로 추측되며 현재 로봇의 코어로 사용되는 존재와 그 로봇의 조종을 맡고 있는 아이돌 마스터 간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로 인해 작품 내의 주요 갈등이 생겨나기도 하고 해결되기도 하죠. 물론 주변부의 자잘한 일화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들은 시청자 서비스를 위한 일화 또는 아이돌 ― 아이돌마스터 간의 갈등관계를 열어줄 복선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작품을 움직이는 이들의 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작품 초반에는 '뭔지 모르지만 여하튼 감정은 있는 듯하고, 마스터에게로 향하는 감정은 호감이라고 생각된다'라는 관계가 지속됩니다. 이 관계는 줄거리가 진행되며 여러 일을 겪는 과정에서 좀 더 분명하게 강해지고, 나중에는 '아이돌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아이돌을 좋아한다'라는 확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되네요. 이야기를 이렇게 압축해 보면 아이돌마스터 제노글라시아가 가지고 있는 중심 이야기의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 형태를 어떤 형태의 작품에서 주로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니까요.
네, 정답은 연애물입니다. 이건 아주 전형적인 연애물, 특히 학원 연애물에서 자주 보이는 구조입니다. '새로운 만남, 그리고 여러 가지 일화, 그러면서 깊어져 가는 관계, 또 그 사이에 생겨나는 갈등, 최후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둘'이라고 단정적으로 써 내려가면 훨씬 뻔하게 드러나죠.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최후에 주인공인 아마미 하루카(天海春香)가 로봇인 임벨에게 '좋아해요'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겠죠. 이런 단순하고 상투적인 구조를 특유의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인간관계로 어렵게 포장하여 얼핏 보면 대단한 주제같이 느끼게 만들어준 선라이즈의 노하우가 감탄스럽습니다.
3. 줄거리(2) ~ 작중 고정관념과 바뀌어 나타나는 남녀관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작품을 쳐다보면 흔히 말하는 남녀관계와 이 작품의 남녀관계가 바뀌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남녀가 자연히 어울리다 어느 정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남자 주도로 그 관계가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여자인 아이돌마스터가 로봇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안달하며 여러 가지 노력을 하죠. 그저 임벨이 좋은 아마미 하루카, 계속 네뷰라를 좋아하여 그도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미나세 이오리(水瀬伊織), 처음에는 아이돌이 인격을 가졌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마음을 열고 아이돌인 히엠스를 받아들인 키쿠치 마코토(菊地 真), 오해로 인해 템페스터스를 미워하다 결국 그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후타미 아미(双海亜美), 임벨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보이다 결국 차인(……) 키사라기 치하야(好月千早), 그리고 그를 좋아하며 옆에 있는 것에 만족하는 아이돌 누비암과 하기와라 유키호(萩原雪歩)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은 더욱 강해집니다.
작중에서 여자아이들이 아이돌에게 이와 같은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관계 개선을 꾀하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남자 역할을 맡은 아이돌은 그에 따라 반응하고,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등 수동적인 감정 표현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부분을 보며 '사랑받고 싶은 남성'들을 목표로 하여 로봇에 감정이입을 의도해 팬을 확보하려 한 선라이즈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만, 이건 지나치게 추측하여 나가 버렸기에 생긴 오류이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4. 총평
지극히 '선라이즈'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선라이즈다운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정의하기는 좀 힘들지만 작품의 구도와 인물 설정, 갈등 관계 등이 기존 선라이즈 작품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연출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하네요. 뛰어난 특색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범작의 범위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종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재미있게 보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이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범작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크게 올라갔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원래 이 작품의 원작이 되는 게임은 제목 그대로 아이돌을 육성하는 게임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곳의 캐릭터만을 빌려와서 전혀 형태가 다른 이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주로 애니메이션 - 만화 - 게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품 간 전환(Media Mix)이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며 다른 작품으로 이와 같은 형태의 컨버젼을 시도하는 것도 새로운 팬의 확보와 기존 팬의 충성도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역시 돈을 버는 방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나 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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