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버랜드 티 익스프레스


  지난 오월 에버랜드에 새로 생긴 롤러코스터인 티 익스프레스(T Express)를 타기 위해 친구와 함께 갔다가, 중고등학생들의 소풍기간 + 주말이라는 양대 난관에 치여 고생만 죽도록 했었죠. 게다가 애초의 목표인 저 티 익스프레스는 두 시간 반이나 기다려서 겨우 한 번밖에 못 타봤습니다.


… 재밌었는데!!!

…… 용인까지 하루 시간 내서 간 거였는데!!!!!

ㅠㅠ


  그런데 바로 어제! 친구 원○연씨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다시 에버랜드에 가게 되었습니다. 에버랜드란 말을 듣고 흥분한 나머지 원래 다른 친구와 함께 용산을 가기로 선약이 되어 있었는데 그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날름 약속을 잡아버렸습니다(이 자리를 빌려 그 친구에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저번에 피자도 샀으니 그냥 잊어버리셈……). 분명 사람이 없을 기간이기는 했으나, 대학생들의 시험기간이 막 끝난 관계로 혹시나 사람이 많을까 걱정을 하며 에버랜드에 가게 되었죠. 그런데……


없어!

없어!

사람이 없어!


놀이기구로 ㄱㄱㅆ


티 익스프레스 전경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험로를 헤치고 달리던 5002번 버스 덕분에 오랜만에 강한 멀미를 느끼며 거의 뒤집어졌던 제 속사정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뻤습니다. 물론 우리 중고생 언니 오빠들(……)을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저번에는 솔직히 너무 힘들었거든요. 한산한 놀이공원의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저의 전투력을 200% 상승시켜 주었습니다.

  근데 티익스프레스 개장시간은 11시라 한 시간이 넘게 비어있는 관계로 우선 다른 롤러코스터를 섭렵하여 보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9시 반 개장인 만만한 독수리요새로 달렸습니다. 다른 롤러코스터와 달리 열차 상단부에 레일이 존재해서 매달려 움직이는 독수리요새는 그 구조로 인한 열차의 원심력과 큰 움직임, 빠른 속도가 장점입니다. 그런데……

전혀 즐겁지가 않았어요 ㅇㅁㅇ

  뭐랄까 속도도 그다지 빠른 것 같지 않고, 열차가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이라는 악평을 할 정도로 독수리요새를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만…… 롤러코스터에서 빠른 속도만을 즐기고 싶으신 분이나, 기존의 롤러코스터들과 다른 탑승감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탕을 먹은 뒤 오렌지를 먹으면 단맛이 나지 않고 신맛만 느껴지는 것처럼, 이미 티 익스프레스의 쾌감에 중독된 저희는 독수리요새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다른 롤러코스터인 롤링 엑스 트레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60도 회전 구간 및 나선형의 코스를 자랑하는 롤러코스터이지만, 이건 뭐… ㄱ-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오는 도중 사진 찍히는 구간 있잖아요. 거기서 보니 저는 심드렁하게 앉아있고 제 친구는 허탈하게 웃고 있고… 예전에 이 롤러코스터 탔을 때 분명 재미있게 탔었던 걸로 기억했었지요. 추억이 날아가버렸어요 ㅠㅠ

  그래서 티 익스프레스 개장 10분 전부터 앞에서 줄 서 기다렸습니다. 사람이 많은 저번에는 세 대의 열차를 모두 놀이기구에 사용하여 빠르게 줄이 줄어들었었는데, 오늘은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대의 열차만을 놀이기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용객이 없다고 하지만 40분 정도는 기다려야 됐었어요 -_-;; 도중 사람이 늘어나자 빨간 차량을 추가로 투입해 주기는 했지만, 끝까지 마지막 세 번째 녹색 차량은 나오지 않더라고요. 친구가 계속
녹돌이
가 보고 싶다고 연호했는데 말이죠 ㅠㅠ

  개인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탈 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을 꼽으라면, 한 번 타고난 뒤의 롤러코스터를 다시 탈 때 탑승차량이 올라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탈 때는 멋도 모르고 타는 거고, 달리는 도중에는 그때그때의 자극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거든요. 두 번째 롤러코스터에 탑승해서 열차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아놔 내가 이럴 왜 또 탔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올 즐거움이 상상되며 후회와 기대감이 교차되거든요. 게다가 처음 올라가는 부분이 롤러코스터 코스 중에서는 제일 높은 부분이기 때문에 롤러코스터의 전체 윤곽이 잘 보여서 더욱 좋아요. 티 익스프레스는 56m까지 올라가는 데다 자체가 상당히 고지대에 때문에 롤러코스터뿐 아니라 에버랜드의 전반적인 모습, 그리고 놀이공원 주위의 풍경까지 살벌할 정도로 잘 보여서 이 부분의 재미가 훨씬 커집니다.

위로 상승하는 부분
  그리고 최고점에 올라간 롤러코스터가 낙하하기 시작할 때도 상당히 즐겁죠. 롤러코스터에서 제일 높이 올라가고 처음 출발하는 부분의 낙하점 낙폭이 제일 크기 때문에 자유낙하 시의 무중력상태를 제일 많이 느낄 수 있거든요. 티 익스프레스는 올라가기도 높이 올라가고 낙폭도 77도로 크기 때문에 이 부분이 긴 편입니다. 너무 좋아요
  그리고 코스 중간에도 이런 무중력상태 느낌을 자주 느낄 수 있는 것도 티 익스프레스의 매력입니다(홈페이지를 보니 12번 느낄 수 있다고 되어있네요). 다른 롤러코스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둔 큰 폭의 낙하지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느낌을 티 익스프레스는 코스 중간중간의 소규모 낙하점에서도 계속 느낄 수 있거든요. 어떻게 설계를 했는지는 이쪽 관련 지식이 전무해서 모릅니다만(……), 이 재미있는 무중력상태의 느낌을 계속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나무로 짜여있는 롤러코스터의 틀도 티 익스프레스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멀리서 보기에도 있어 보이는-_- 것도 장점이지만, 차량에 탑승하여 달릴 때 시각적으로 속도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게 도와주어 재미를 배가시켜 주니까요. 원래 주위에 비교물이 있어야 속도감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잖아요. 게다가 롤러코스터 상단부에 배치된 목재 틀이 보이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친구와 손을 뻗어 확인해 봤는데, 손을 최대한 높이 뻗어도 절대 닿지 않을 높이에 위치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달리는 도중에 보면 그게 머리에 부딪힐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명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무서워서 손을 못 들겠더라고요.
  이러한 재미를 무려 삼분 간이나 느끼게 해 주니 티 익스프레스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번에 이런 재미를 겨우 한 번밖에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풀고자, 어제는 친구와 무려 다섯 번이나 타버렸죠. 중간중간 사람이 너무 길다 싶을 때 잠깐 기분전환용으로 다른 놀이기구에서 쉬다가(……) 다시 티 익스프레스로 복귀하곤 했습니다. 네 번째 탔을 때인가부터는 올라갈 때도 긴장이 되지 않더라고요. 뭔가 마약에 중독된 자신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중독된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쾌감이 약해진 게 더욱 아쉬웠죠 -_-;;;;;
  다섯 번째 탈 때는 이제 코스를 다 외울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죠. 이제는 처음 떨어지는 곳에서도 막 손들고 타고 ㅋㅋ 근데 바람이 너무 세서 중간에 손을 높게 들기는 힘들더라고요. 괜히 오버해서 들어보려다가 목이 뒤로 확 꺾이는 바람에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자고 일어난 지금도 아프네요 -_-; 낙하 중간에 들기는 어려우니 손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낙하 전에 미리 들고 있어야 편하게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여하튼 이제 다른 롤러코스터는 이제 싱거워서 못 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ㅠㅠ 마지막에는 사진 찍는 지점에서 친구와 같이 포즈도 취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나왔어요. 사진이 워낙 눈에 띄니까 같이 탔던 사람들이 보고 웃더라고요. 어떤 분은

'어머 저 사람들 우리 뒤에 탔던 사람들이야 ㅋㅋㅋㅋ'

이러시고… 친구와 쪽팔려서 뛰쳐나오듯이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인증샷을 올리고 싶기는 하지만, 이너넷에 그 웃긴 사진이 떠돌아다닌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ㅋㅋ

  놀이공원의 꽃은 롤러코스터이고, 티 익스프레스는 그 롤러코스터 중에서도 제일 화려한 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는데 이건 정말 재밌네요. 예전 다른 놀이공원의 전설의 섬 이름을 가진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티 익스프레스는 그때의 재미를 훨씬 크게 뛰어넘네요. 어차피 삼성에서 에버랜드 돈 벌자고 운영하는 것만도 아닐 텐데(……) 이런 롤러코스터나 더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삭신이 쑤신데, 벌써 또 가고 싶네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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