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드루아가의 탑 ~ the Aegis of URUK (ドルアーガの塔 ~ the Aegis of URUK)


1. 들어가기 전에 ~ 감상문 작성의 기준

  원래 애니메이션의 감상문은 다 보고 나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각 화 별로 분석해서 감상문을 써본 적도 있었지만, 20분이 약간 넘는 애니메이션에 1시간 정도 투자해서 감상문을 쓰는 것도 약간 우습고(아니 그것보다 힘들고……) 지나치게 미시적인 부분에 치우쳐 글을 쓰게 되어서 막상 나중에 작품을 다 보고 나면 전체의 줄거리보다 특정 부분만이 기억에 남게 되는 나쁜 점이 있더라고요. 따라서 완결이 나기 전의 애니메이션 감상문은 일부러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의 연장선에서, 시리즈별로 나오는 작품 역시 해당 시리즈에서 작품의 줄거리가 어떠한 식으로든 정리되어 독자적인 완결의 형태를 띠지 않으면 감상문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물론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비 종결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방영되었던 '코드기아스'는 그 하나의 줄거리만으로는 절대 완결의 형태가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요즘 나오고 있는 후속작인 '코드기아스 R2'와 연결되어야만 하죠. 물론 이것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적어도 '코드기아스'와 '코드기아스 R2'는 잠시 거리를 두고 다른 타이틀만 달았지 실질적으로는 한 작품과 마찬가지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감상문은 아직 뒤로 미루어 두고 있죠. 사실 쓸 이야기가 정말 많은 작품이기는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인 정치, 민족, 사상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많이 던져주니까요 ^^;; 

  으음 또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군요;;; 여하튼 이러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감상문을 작성한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을 말씀드려야만 앞으로 이 작품에 대한 불평불만을 신나게 할 수 있거든요 -_-a 그럼 본격적인 감상글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ドルアーガの塔 ~ the Aegis of URUK


2. 배경

  드루아가의 탑은 전형적인 판타지물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전설에서 세계관의 세부내역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판타지물의 세계관이란 것은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전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해당 작품의 세계관이 지속적으로 인용되어 오는 과정에서 변형되어 지금은 주로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 게임에서 차용하는 세계관을 의미합니다. TRPG 룰북인 던전 앤 드래곤즈(D&D, 혹은 개량형인 AD&D)의 세계관을 떠올리시면 될 듯하네요. 이 세계관에 의해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직업, 행동, 활동 이유 등이 추론되기 때문에 해당 세계관에 익숙하지 못하다면 작품의 몰입도가 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단순히 '악의 드래곤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하며 덤으로 보물도 얻으러 간다'라고 말하며 작품을 즐길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 후반부에 살살 꼬이는 설정이 빠르게 이해되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세계관을 이루고 있는 또 하나의 기둥인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_-;;; 판타지에 나오는 왕국의 이름이 우르크(Uruk - 수메르의 고대 도시)이고 악룡을 무찔러 왕국의 왕이 된 용사의 이름이 길가메시(Gilgamesh - 수메르의 왕)인 것, 그리고 작중 내 예언자(Oracle)가 섬기는 신의 이름이 이슈타르(Ishtar - 수메르·바빌로니아의 여신)인 것, 용의 이름인 드루아가(Druaga - 원래는 바빌로니아의 악신) 정도가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정확히 말하면, 그냥 세계관 설정 시에 바빌로니아 역사와 길가메시 서사시 내에서 비슷하게 대입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름만 차용해 온 듯합니다. 주인공인 질(ジル) 외에 주요 등장인물인 카야(カーヤ), 니바(ニーバ) 등의 인물의 이름이 이 신화와 관계가 없다는 점도 신화의 역할이 이름 제공 이상의 영역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단서입니다. 그럼 왜 이걸 이렇게 길게 썼냐……라면, 그냥 이름의 유래 정도는 써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_-;;;

  따라서 이 작품은 판타지 RPG 형식의 게임을 많이 해 보신 분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의 원작 자체가 남코에서 발매된 게임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3. 줄거리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

  얼핏 보기에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용사가 되어 탑에 사는 마물의 대장인 드루아가를 쓰러뜨리고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질이라는 소년이 동료를 모아 탑에 올라가며 겪는 내용을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 강해지는 동료애, 갈등, 그리고 형 니바 및 그의 팀, 기타 다른 등반자들과 겪게 되는 여러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판타지 작품이 공유할 수 있는 줄거리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일어나는 반전은 형 니바가 단순한 탑의 등반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작품 전개 중에 서서히 드러나다 최종화에서 드루아가를 물리친 후에 완연히 드러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은, 여주인공이라고 생각되던 카야가 질의 일행과 이별을 고한 뒤 니바를 따라 숨겨진 탑의 상층부로 올라가 버리는 것이죠. 여기까지도 뭐, 좋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반전도 없이 이런 뻔한 전개로 요즘같이 높은 수준의 시청자를 만족시키기는 힘드니까요. 그 이후 나타나는 길가메시 왕의 알 수 없는 행동, 새롭게 나타난 탑,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인된 여자의 등장 등은 다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일 큰 반전은…… 작품이 여기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ㄱ- 처음에는 오프닝 영상도 있고 해서 이 모든 게 온라인 폐인의 꿈-_-이라는 설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작품 중반 이후로도 그러한 전개가 없기에 이건 아닌가 보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중간에 끝을 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오프닝 화면 끝부분에서 작중 인물들로 만들어진 영화 포스터 밑부분에 '2009년 7월 전국 공개'라고 쓰여있는 것이 설마 이다음 이야기가 2009년 7월에 나온다는 이야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째 11화가 끝나고 다음 화가 최종화라고 할 때, '인물 구성이나 작품 전개 등을 봤을 때 다음화에서 마무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작품을 이쯤에서 끝내는 건 제작사의 재량이고, 미리 예고를 한 상태-_-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이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자체의 질도 나쁘지 않고요. 하지만! 26화도 아니고 단지 12화만 만들고 '이쯤에서 끝! 1년 뒤에 봅시다'라고 하는 건 뭐랄까 좀 실망스럽네요. 설마 곤조에서 이 작품을 준비하는데 1년 동안의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대작을 만드는 건 아니겠지요. 


4. 마무리

  작품 자체는 재미있고, 줄거리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끝마무리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서 저는 작은 항의의 마음으로 -_- 이 작품의 후속작은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밝힌 대로 완결되지 않은 작품은 감상문을 쓰지 않는다는 기준을 깨고 지금 감상문을 쓰는 것이고요. 재미있는 무협지나 만화책을 쭉 이어보다가 다음 권이 없어서 보지 못하게 되면 처음에는 엄청 궁금하고 뒷 이야기를 알고 싶어 안절부절못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생각조차 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황당하게 정리된 끝마무리를 제외하면,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네요. 지금은 갑자기 작품이 완결되어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한 상태이지만,  1년 뒤에도 그런 생각이 남아있을까는…… 모르겠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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