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경제학 콘서트


경제학 콘서트 표지

  현대사회에서 경제학이란 참 중요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경제학을 접하게 해 주는 경제학 교재들은 정말로 재미없게 쓰여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알지만 쉽게 친해지기는 어려운 것 같네요(빨리 친해져야 할 텐데, 참 큰일입니다 -_-;;). 이러한 경제학 교재의 지루함 때문에, 그럭저럭 경제학과 관계가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좀 재미있는 책들이 읽고 싶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는 팀 하포드(Tim Harford)라는 이름의 커피 빠돌이 작가가 쓴 책입니다. 지금까지 총 두 권이 나와있는 상태이지요. 경제학 관련 책들이 흔히 '누가 무슨 이론을 말하고 그게 어떻게 되었고 무슨 영향이 있어서 지금 어떤 상태더라'라는 등의 이론에 치우친 전개를 보이는데, 이 책은 이론보다는 현실상에서 관찰되는 상황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는 형태로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예전에 읽었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전자와 같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재미는 조금 없고 글 내용이 약간 편파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경제학의 역사와 개략적인 이론의 내용을 알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네요. 이 책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성이기 때문에, 각 소단원은 주로 현실상의 특정 사건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이 어떠한 경제학적 이유를 가졌는지를 뒤에서 설명하여 줍니다. 여기서 1권과 2권의 구성이 약간 다르게 나타납니다. 1권의 경우 현실의 예시는 주로 이론을 설명하려고 제시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의 전형적인 예인 중고차 시장(Lemon Market)과 보험시장의 모습을 예시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모습이겠네요. 경제학에서 유명한 이론들을 현실의 예시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소단원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장의 정리와 해당 이론의 소개를 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2권의 경우 특정 이론을 설명하고자 실례를 들었다기보다, 경제학적으로 흥미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그 주제를 경제학을 이용한 관점에서 설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권의 경우 아무래도 이론을 소개하는 쪽에 책의 방향이 치우친 것 같다면, 2권은 우리 주위의 일들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는 쪽에 책의 방향이 기울어진 것 같네요.

  위와 같은 구성 덕분에 책 전체의 내용은 약간 통일성이 없게 보이기도 합니다. 경제학 이론의 역사적 변형과 발전 순서대로 각 소단원이 나열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각 단원의 실례들이 어떠한 조직적 순서에 따라 나열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책 전체의 분위기가 신문 등에서 연재되는 특별 기고란의 글을 모아 출판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이러한 구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지요. 이런 느낌은 1권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2권에 비해 이론적인 면이 좀 더 강하다 보니 그런 듯싶네요. 비교적으로 2권은 각 소단원이 어느 정도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2권 전체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합리적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 중 하나인 '인간은 합리적 행위자이다.'라는 말은 굉장히 유명한 말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기가 제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흔히 합리적 인간에 대해 비판을 할 때, 실제 세상에서 나타나는 인간들의 행위가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거론합니다. 이것이 경제학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도 앞의 인간상인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는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합리적 인간은 물질적인 합리성만을 고려하는 인간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다른 부분을 모두 고려합니다. 자신의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효용 극대화'를 목적에 두고 행동한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네요. 즉 합리적 인간이란 자신이 접근 가능한 한정된 정보 속에서 경제적인 이해관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종족의 번식 욕망, 인간의 특징에 따른 행동, 중독, 관습, 사회 현실 등의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아 활동하는 인간상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인지과학이나 심리학, 문화인류학 등의 도움이 절실해지겠죠. 이 책 역시 경제학 서적임에도 저런 타 학문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등장합니다.

  사실 이 가정은 1권과 2권 모두에 해당하는 가정이겠지요. 하지만, 1권에서는 특정 이론의 설명에 무게가 더욱 치우쳐 있고, 이 가정은 당연히 전제하고 넘어가야 할 것처럼 간단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2권에서는 이 합리적 인간이라 존재를 것을 증명하려고 여러 사례들과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 가정이 부각되어 있네요. 어쩌면 저자 아저씨께서 1권을 출판하시고 여러 서평을 봤을 때 '실제로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은데 현실을 이론에 끼워 맞추느라고 애썼다.'라는 평가를 받고 충격-_-을 받으셔서 커피를 드시며 열심히 2권을 다시 집필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


  아무튼, 경제학 콘서트라는 책은 편하게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경제학 서적들보다 글이 굉장히 편안하거든요. 1권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2권을 먼저 읽으시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어차피 순서가 있는 책이 아니라 상관없거든요. 책을 다 읽고 난 후 생각났을 때 다시 화장실에서 읽어주는 정도로, 가끔 재미없는 경제학 교재에 질렸을 때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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