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도서관전쟁 (図書館戦争)
저는 비록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도서관은 매우 매력적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도서관 특유의 조용함과 엄숙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너무 좋습니다. 뭐랄까, 어디선가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어?'라는 권유의 형식을 빌린 명령이 불쾌하지 않게 내려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요. 물론 그럴 때마다 저는 학교 중앙도서관의 811.37 코너에 있는 판타지를 주로 읽었지만요 -_-;;;; 여하튼 늦은 오후쯤에 가면 이러한 도서관의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시험기간에 방문하면 이런 분위기 따위는 느낄 수 없죠. 당장 불이 붙었는데 무슨 분위기를 찾습니까 ㅋㅋ
어쨌든, 저는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보고 뭔지도 모르면서 '오 이거 한번 봐야겠다'라고 마음을 바로 굳혔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 애니메이션은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지만요. 그 이야기는 뒤에서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애니메이션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야겠지요. 이 작품은 총 12화로 이루어져 있고, noitaminA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입니다. Animation의 철자를 역순으로 배열한 이 단어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매니아들만을 타겟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조금 더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작품들을 방영하는 코너로 알려져 있습니다.(찾아보니 후지 TV 코너의 이름이네요) 내용 구성면에서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작은 감동을 중시하고 잔잔한 이야기 전개를 지닌, 상대적으로 여성향의 애니메이션을 지칭하고 있고요. 예전에 방영되었던 허니와 클로버(ハチミツとクローバー), 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ービレ) 등의 작품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図書館戦争
1. 작품의 배경
이 작품은 미디어 양화법이라는 법률이 제정된 일본 사회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출판물에 대해 좀 정도가 심한 검열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겠네요. 그래서 그 검열을 집행하는 양화대와, 검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도서대가 무장투쟁을 하게 됩니다. 뭐랄까, 중앙정부가 상당히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 국가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죠 -_-a 검열을 하고, 또 그것을 막기 위해 군사조직이 동원되는 사회라면…… 막장입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배경이니만큼, 그에 대해서 더 이상 큰 문제제기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ㅋ
배경인 도서관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 '지켜야 할 것'을 위한 싸움,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동료애, 최후에 가서 무르익는 사랑-_- 등등은 굳이 도서관이 아니라도 다른 형태로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줄거리 형태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 지켜야 할 가치가 '표현의 자유'로 설정이 되어있고, 그 배경으로 '도서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도서관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한 중요도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작품을 '음악회 전쟁'이라고 바꾸고 음악 검열법에 대항하여 '음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바꾸어도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똑같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죠. 사실 여기서 조금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예전 도서관을 소재로 삼아 진행된 다른 애니메이션인 R.O.D. 와는 약간 형태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거기서 도서관은 '궁극적인 지혜'와 '목표점'으로 나타나고, 주인공들이 가진 특기 역시 종이를 이용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도서관은 약간 신비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작품에서는 '책'과 '도서관'을 빼면 줄거리를 진행할 수 없죠 ㅋ 그런 작품을 바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도서관이라는 소재가 생각 외로 큰 비중이 없어서 좀 서운한 마음을 끄적거려 보았네요.
2. 줄거리
주인공인 카사하라 이쿠(笠原 郁)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도와주었던 도서대원을 동경(왕자님-_-)하여 도서대에 입대, 여자로서는 최초로 도서대의 최고 정예부대인 태스크 포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처음에는 악랄한 교관으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도죠 아츠시(堂上 篤)가 예전 자신을 도와주었던 그 '왕자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를 통해 이 둘은 전우애 이상의 무엇인가를 점점 느끼게 되죠. 그러다 최종화 즈음해서 큰 사건이 발생하여 도죠 아츠시가 충격을 받아 정신줄을 놓는 식물인간이 되어 버리는데, 카사하라 이쿠가 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뒤 그를 듣고 도죠가 정신을 다시 차리게 됩니다.
이렇게 간단히 적어놓고 보니 감동적인 작품을 굉장히 단순한 동화와 같은 모습으로 바꿔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_-;; 그런데 제일 중요한 줄거리는 정말 저게 다입니다. 사실 이러한 작품에서 뭔가 심오한 줄거리를 찾는 것 자체는 무리이겠지요. 이 작품은 그런 줄거리의 치밀함보다, 저 단순한 줄거리를 얼마나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잘 도와주어가며 끝까지 이끌어가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는 꽤 괜찮은 진행이 이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작중 인물 사이의 감정을 심화시키는 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간단히 줄이면, 꽤 감동적으로 줄거리를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 맥락을 보면 이 애니메이션은 약간 장황한 느낌을 줍니다. 분명 절대적으로 원작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카사하라의 동료 테즈카 히카루(手塚 光)의 형 테즈카 사토시(手塚 慧)의 경우, 최종화까지 사용되지 않은 복선과 설정이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이는 분명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저 사토시라는 사람이 원작에서는 뭔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만, 적어도 이 작품에는 필요가 없잖아요 -_-;; 카사하라의 룸메이트인 시바사키 아사코(柴崎麻子)의 설정까지야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이고 작품의 재미를 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불만이 없지만, 아사코 - 히카루 - 사토시로 이어지는 줄거리 부분은 필요 이상으로 너무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부분을 제외하면 딱히 크게 거슬리는 부분도 없고, 꽤 감정 몰입이 가능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카사하라가 도서대에서 생활해 가며 특유의 직선적이고 감정적인 성격에 의해 겪는 여러 일들이 도죠, 시바사키, 테즈카 등과 맞물려 돌아가는 부분은 매우 재미있었어요. 특히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각각 뚜렷해서 각각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카사하라와 제일 닮은 꼴인 도죠와의 충돌과 묘한 상호이해-_- 부분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러한 관계에서 점점 성장해 나가는 카사하라의 모습과, 그를 보며 동질감과 애정을 느끼는 도죠의 모습도 재미있었고요.
3. 마무리
처음에는 도서관이라는 소재를 이용했다는 것 때문에 보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중간에 생각보다 도서관의 비중이 작은 것과 약간 줄거리가 장황하게 흘러간 점에서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만, 카사하라 이쿠라는 주인공의 활발한 성격과 재미있는 줄거리 전개에 빠져 완결까지 보게 되었네요. 속편이 나올 여지도 주어져있으니 나중에 이 뒷이야기가 제작되기를 바라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