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해로움에 대한 생각


예전 설탕과 당뇨병에 관해 읽었던 글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이에 해당되는 글이 한겨레 21에만 존재하더군요. 그런데 로그인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글을 참조하지는 못하겠네요. 로그인이 가능하신 분들은 한번 그 글을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한겨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독한 당신, 설탕


반짝이는 조형물

  지금이야 설탕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 때는 그 사실이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뇨병의 학명인 diabetes mellitus에서 mellitus는 어원을 꿀에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의 링크에서처럼 '꿀'로 생기는 질병인 것처럼 당뇨병을 호도하여 설탕의 위험성을 은폐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기는 하지만, 사료에서 당뇨병이라고 추정되는 질병의 해결책을 꿀과 연관시켜 설명한 예도 있고, 학명이 라틴어로 지어지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오래된 언어인 라틴어에서 '단 것'의 어원을 꿀에서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기 때문에 꼭 그렇다는 단정은 하지 못할 듯싶네요(사실 이것 때문에 한겨레 기사를 찾아봤던 건데, 좀 허탈합니다 ㅋ).

  어원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고, 이 이후 당뇨병에 대한 대처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예방'보다는 '치료'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지요. 선천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뇨병은 주로 과다하게 당을 섭취하는 식습관에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과다하게 당을 섭취하게 만드는 건 바로 설탕이고요. 설탕은 자연식품인 꿀과 달리 순수한 단당으로, 다른 영양분이 거의 없고 체내 흡수가 지나치게 빨라 혈당치를 지나치게 출렁이게 하죠. 이쪽 전공이 아니라 더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_-;; 어떤 병이든 간에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을 하는 쪽이 더욱 인간에게 있어 유익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당뇨병의 연구는 약간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즉, 치료법 연구보다 환자 발생 요인을 차단시키는 쪽이 훨씬 빠르고 유익함에 비해 그 예방법인 설탕 섭취를 제한시키는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는 거죠.

  이는 좁게는 설탕업계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넓게 생각해 보면 인간의 단 맛에 대한 애정 어린 선호가 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포유류, 특히 영장류가 단 맛을 강하게 느끼고 이를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확실히 단 맛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선천적인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기존 존재하던 자연식품인 꿀에 비해 싼 값으로 훨씬 단 맛을 나게 해 주는 설탕은 정말 축복이었겠죠. 설탕이 없으면 현대사회의 식문화는 큰 타격을 받을 겁니다. 요즘은 그 설탕으로도 부족해서 사카린, 액상과당까지 만들어내는 세상인데, 이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당뇨병의 예방보다 치료에 더욱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단맛 선호가 선천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예방이 힘들기 때문이었겠죠 -_-;;

  그런데, 여기서 더욱 주의할 점은 설탕의 해로움을 알리는 연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선호하는 물건이라고 해도, 그것이 해롭다는 사실을 알리면 최대한 멀리하고자 노력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설탕이 해롭다는 것은 꽤 옛날부터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강조하는 모습은 크게 찾아볼 수 없죠. 그러니 사람들도 '아 몸에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어쩌겠어. 다들 먹는데 이 정도면 나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니 그전에 저런 생각도 없이 무분별하게 설탕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마약이 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병들게 하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설탕에 대한 대처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물론 설탕을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효용보다 설탕을 허락하는 것에서부터 오는 효용이 더욱 크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효용은 분명 사회적인 효용이겠지요. 개인적인 효용으로 생각해 보면 마약도 허가되어야 할 테니까요 ㅋ 담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으로 금지시키는 것보다 허락하는 쪽이 그 효용이 높다고 인정되니 이렇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당에 대한 중독이나 니코틴 중독이 우리 몸에 안 좋은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럼 담뱃갑에 쓰여 있는 문구처럼 설탕 봉지에도 그러한 문구를 써 주는 것이 사실 당연한 사실 아닐까요.

  여기서 저는 설탕의 위험성이 이상할 정도로 논의되지 않는 이유로 관련 산업의 이해를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설탕(사카린, 액상과당 포함)을 갑자기 금지시킨다면,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모든 먹거리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테지요. 그리고 이러한 산업에서 오는 엄청난 사회적 효용은 분명 몇몇 사람들이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사회적인 효용을 발생시켜 줄 것은 분명합니다. 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개인이 약간의 피해를 보더라도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가시켜 주면 그쪽이 옳은 쪽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지금의 효용이 사회적으로 최적의 효용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설탕에 중독된 입맛을 유지하고 설탕 관련 산업을 유지하는 대신 당뇨병을 필두로 비만 등의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는 현재의 균형과, 설탕 섭취를 금지시킨 후, 시간이 지나 설탕이 없는 음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입맛과 설탕 대체 식품산업이 생겨나고 설탕으로 유발되는 질병이 사라진 가상의 균형 중 어떤 쪽이 최적의 효용인지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사태를 보면, 어떤 쪽이 최적일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단지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음 또 괜히 글이 길어졌군요 -_-;; 사실 설탕에 대해 이렇게 길게 서술하게 된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먹거리에 대한 불신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예전에 읽었던 설탕에 대한 글에까지 생각이 미쳐서 이렇게까지 쓰게 되었네요. 뭐, 제가 내린 결론은…… 저는 그냥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먹어야 하겠지만, 웬만하면 찾아서 먹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요. 이런 글도 쓰고, 스스로도 최대한 먹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이 바뀔 날도 올 수 있겠죠 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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