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로지텍의 MX-300을 몇 년째 써 오고 있었습니다. 성능은 제쳐두고라도 제 손에 딱 맞는 크기와 적당한 중량감, 상쾌한 클릭음과 요즘 나오는 마우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죠. 마우스가 고장 나지 않는 이상 이 마우스를 계속 사용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쓰는 마우스에 아무런 불만동 없던 제가 새로운 마우스를 구입하고자 한 이유는, 일단 MX-300 자체가 많이 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겉의 칠이 벗겨진 것은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진 않습니다만, 마우스 스위치의 클릭감이 많이 죽고 가끔씩은 클릭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아마 잦은 사냥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다른 마우스를 구입하거나 스위치만 따로 사서 교체를 하던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두 선택지 중 교체 쪽을 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요즘 오른손 손목 상태가 약간 좋지 않아서입니다. 아마 지금 쓰는 책상이 몸에 맞지 않는 듯하네요. 자세도 바꾸어 보고, 보조 팔받침대도 사 보고 했지만 오른 손목의 아픔은 계속되더니 최근에는 급기야 한 시간 이하로 컴퓨터를 해도 오른손이 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VDT 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되는 마우스를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마우스가 바로 이 안아파 마우스입니다.
……뭐 딱히 이 마우스를 홍보하고자 해서 올린 포스팅도 아니니 알아본 것을 모두 밝히자면, 이 안아파 마우스는 아무리 봐도 Vertical Mouse의 모조품이라고 생각된다는 것도 말씀드려야겠네요. 원래의 버티컬 마우스는 우리나라에서 구입하고자 하면 펀샵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안아파보다 버티컬 마우스 쪽이 버튼이 더 많고, 디자인이 좀 더 예쁩니다. 하지만 국내 가격이 세 배 정도 비싸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뭐 저는 그러한 이유로 버티컬 마우스가 아닌 이 안아파 마우스를 구입했습니다. 물론 괜찮은 마우스를 구입하는 데 있어 7만원이면 그냥 투자할만한 가격이기는 합니다. 처음 마우스를 바꾸려고 했을 때 로지텍의 고가형 마우스를 알아보니 최고가가 그 정도 가격대에서 형성되더라고요. 하지만 처음 써보는 인체공학적 마우스에 선뜻 저 금액을 투자하는 건 좀 위험스럽잖아요 ㅋ 사실 안아파 마우스도 2만원 초중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니 마우스 치고 싸다고 말할 수 없는 물건이기는 합니다.
여하튼간에, 저러한 이유로 마우스를 주문하고 그제 배송을 받았습니다. 용산을 갈 줄 알았으면 거기서 사 오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인터넷으로 먼저 주문을 해 버리는 바람에 배송비만 더 들었네요. 일단 박스입니다.
박스 안에 마우스가 없는 이유는, 일단 마음이 급해서 꺼내고 봤기 때문이죠 -_-;;; 저는 마음이 급해서 '아싸 마우스 샀으니까 자랑 쳐야지'하고 박스 사진부터 찍어놓는 스타일이 되지는 못하네요. 사실 여기 업로드되는 사진들은 다 인증샷이나 지루한 글을 메우려는 속셈의 사진……의 성격이 강하므로 별 신경은 쓰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가면 잘 나온 사진이 많거든요 ㅋ 여하튼 저기 빈자리 안에 마우스가 위치합니다. 전체적으로 싸구려로 보이는 포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비싸 보이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마우스의 외관입니다. 기울인 것같이 보이는데, 저 상태가 똑바로 세워 둔 모습입니다. 위 박스에도 참고 그림이 있지만, 기존의 마우스는 사용 시 손목이 비틀어지게 되는데, 이 마우스는 그걸 막아 준다고 하네요. 실제로 며칠 써 보니 기존에 나타났던 손목이 저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쪽 모양을 보면 대충 어떻게 잡으실지 감이 오실 겁니다. 처음에는 꽤 어색했습니다. 마우스를 잡는 느낌(흔히 그립감이라고 하죠;)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뭔가 움직이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손가락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되기만 하고 ㅠㅠ
마우스와 같이 동봉되어 있는 보관 주머니(pouch)입니다. 흔히 FPS게임을 즐기시는 분들 중에 자신에게 최적화된 개인 마우스와 키보드를 지참해서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죠. 이 마우스는 절대 FPS 용이 아닙니다만, 꽤 쓸모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 마우스에 적응하면 반대로 다른 마우스를 잡는 게 어색할 테니 말이죠 ㅋ
마우스에 전원을 넣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가운데 휠 부분에 파란 불이 들어오네요.
마우스 밑면의 모습입니다. 다른 광마우스와 모양이 달라서 그렇지 크게 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사나흘 간 이 마우스만 쓰고 있다 보니 이제 슬슬 손이 적응되어 가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점은 일단 손목이 저리는 현상이 없어진 것입니다. 마우스를 잡으면 손목이 비틀리지도 않고, 예전처럼 손목을 바닥에 대고 쓸 수도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불편하던 마우스 움직임도 익숙해지니 꽤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아직 FPS게임을 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손목 쪽에 가해지는 부담은 정말 줄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제품 소개와 칭찬의 시간은 모두 지나갔네요. 이제 슬슬 불평불만에 대해 이야기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_^ 제일 먼저 느꼈던 불편함은, 일단 버튼이 너무 적습니다. 기존에 쓰던 MX-300도 버튼이 많은 마우스는 아니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운데 있던 버튼은 뒤로 가기로 지정해 두고 참 편하게 썼었는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니 꽤 어색하네요. 요즘 저 정도 가격대의 마우스라면 추가 버튼을 한두 개 달아주는데 그런 면은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마우스 표면 전체가 우레탄 코팅이 되어있는데, 기존 마우스와는 잡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 시 손이 더욱 마우스와 밀착되어 있게 되더라고요. 네, 그래서 좀 덥습니다 ㅠㅠ 특히 저는 손발에 열이 많기 때문에 더 고생스럽네요;; 우레탄 코팅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잘 벗겨지지도 않고 깔끔해 보이잖아요. 많이 움직이는 마우스이기 때문에 먼지가 앉을 염려도 없고요. 그렇지만 역시 손이 더운 건 좀 해결되었으면 하네요;;;;
또한 새끼손가락의 위치가 참 애매합니다. 손이 70˚정도로 세워져 있기 때문에 새끼손가락이 제일 밑에 위치하게 되는데, 으음 이거 바닥에 댈 수도 없고 마우스를 잡고 있자니 조금 어색하고 그러네요. 물론 손바닥 전체가 마우스 위에 얹어져 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만, 느낌이 약간 어색한 건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우스 자체의 성능 역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1600dpi라는 마우스의 감도가 성능을 대변해 주는 건 물론 아닙니다. FPS게임을 할 때 요구되는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 부분에서는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 마우스가 아직까지 제 손에 완벽하게 익지 않아서 그렇다는 느낌을 받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커서가 살짝 튀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게임용 마우스에 비해서 확실히 정확도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물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어디까지나 'FPS게임'에서의 말입니다 ㅋ
이런저런 불만사항을 죽 나열하기는 했습니다만, 손목이 저리는 증상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마우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FPS게임을 많이 즐기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충분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주로 단순 클릭만 하는 제게 있어 고가의 게임용 마우스는 사치죠 -_-;;) 이제 손목도 저리지 않으니 해야 하는 공부는 하지 않고 웹서핑을 더욱 신나게 할 수 있…어서는 안 되겠죠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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