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카노콘 (かのこん)
올해 초 블로그에 애니메이션 감상문을 쓰면서 한 가지 다짐했던 일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시간이 지나면 그 내용이나 감동을 그냥 잊어버리게 되는 건 너무 아까우니 꼭 감상문을 써 두자라는 것이지요. 한동안 애니메이션을 잘 가려봐 가면서 그 다짐을 지키는 데 별 고민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최초로 이 결심이 심각하게 흔들려 버리네요 -_-;;; 과연 이 작품의 감상문을 써야 할 것인가, 쓴다면 분명 온갖 험담을 늘어놓을 듯한데 이 애니메이션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팬 분들에게 누가 되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등등 꽤 많은 시일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고민을 거듭해 오다 드디어 오늘! 평온한 마음으로 감상문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かのこん
1. 애니메이션의 줄거리
주인공인 오야마다 코우타(小山田耕太)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선배 미나모토 치즈루(源ちずる)의 애정공세를 받습니다. 물론 코우타도 치즈루를 좋아하지만, 코우타에 대한 치즈루의 사랑이 너무 크고 직접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바람-_-에 우리의 순진한 주인공 코우타는 항상 치즈루의 육탄공세에 당황해 버리고 맙니다. 치즈루는 항상 코우타를 벗겨먹지 못해-_-;;;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이고, 코우타는 그 상황에서 도망치기에만 바쁘죠(물론 치즈루가 정색하고 '내가 이러는 거 싫어?'라고 물어보면 그건 또 싫다고 못합니다. 사실 자기도 좋기는 한데 당황스러워서 도망치는 거라 말이죠……).
그런데 사실 미나모토 치즈루는 사람으로 변신한 요괴였습니다. 그 이외에도 그 학교 내에는 각종 요괴들이 사람으로 변신해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치즈루와 엮이게 된 코우타는 이러한 요괴들을 만나고 여러 자잘한 에피소드를 겪게 됩니다. 게다가 늑대 요괴인 에조모리 노조무(犹守望)도 코우타를 좋아하게 되어버리는 바람에, 코우타는 매일 행복한 피곤한 나날을 보내게 되죠. 줄거리가 진행되며 코우타와 치즈루는 사랑의 힘(말 그대로 사랑의 힘입니다 -_-;; 둘이 키스하면 합체해서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거든요)으로 여러 역경을 이겨내 가며 계속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이걸로 줄거리 요약은 끝입니다. 네, 정말 끝이에요…… 이래서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작품 자체가 저런 자잘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옴니버스식 구성도 아닙니다. 그냥 자잘한 에피소드가 연속으로 일어나다 최종화 즈음에서 조금 더 고도의 갈등이 생겨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일어나고 그게 해결되는 게 애니메이션의 전부입니다. 뭐랄까요, 만약 이 작품이 굉장히 인기가 있어서 후속작을 만든다고 하면 최종화 12화 뒤에 바로 똑같은 형태의 12화를 더 만들어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2. 애니메이션의 구성
뭐, 위와 같은 짧고 간결한 줄거리가 꼭 단점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애니메이션 감상문에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12화 분량의 애니메이션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는 다릅니다. 줄거리는 위에 약술한 대로 짧고 간결한데, 담고자 하는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죠 -_-;;; 간단히 정리하면 노조무의 오빠 이야기, 치즈루의 어머니 이야기, 무언가 정체를 모르지만 코우타를 좋아하는 듯한 어떤 여자아이 학교 습격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물론 에피소드를 전개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단역이 단지 캐릭터 소개를 위해 나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휙휙 지나가 버리는 것은 이야기를 지나치게 산만하게 만들어 버리죠. 분명 원작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12화에 모두 쏟아내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디어 믹스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취하는 형태라고 해도,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성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다시 간단히 정리하자면, 등장인물은 지나치게 많은 데다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는 노력을 한 덕분에 간단한 줄거리가 산만하게 전개되었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
3. 캐릭터의 매력
위에서 계속 악평만을 쏟아내었습니다만, 분명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부분 역시 존재합니다.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그림체가 상당히 귀엽다는 것이죠. 원화도 굉장히 귀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생김새에 흔히 보이는 양산형 그림체와도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애니메이션 전체에 흐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은근히 야한 분위기와도 상당히 훌륭하게 어울립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모에'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_-a (모에라는 말 별로 쓰고 싶지 않은데, 딱히 저 느낌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없네요 쩝)
애니메이션 내에 주인공을 두고 경쟁하는 치즈루와 노조무, 두 캐릭터의 성격 역시 인기를 얻을 만한 요소가 풍부합니다. '아무 조건 없이 그저 주인공이 좋다고 달라붙는 절정 미소녀들의 육탄공세'는 십여 년 전부터 이미 인기의 보증수표 중 하나이고, 요괴라는 설정으로 합리화되는 윤리의 부재 역시 캐릭터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감초의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작중 흔히 서비스 신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의 과도한 노출 장면 역시 풍부하고요. 내용과 결합하여 보면 비록 일본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애니메이션이 TV에 방영될 수 있었는지 의심될 수준일 정도이니, 말 다 했지요 뭐 ㅋ
4. 마무리
일단, 그림은 정말 귀엽습니다 -_-; 저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지니고 있는 줄거리 전개 방식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 소재는 분명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계속해서 비슷한 부류의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ㅋ 여주인공들을 포함한 등장인물 자체가 지니고 있는 매력도 크고, 주인공인 오야마다 코우타 역시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귀여운 남성상(길게 써 놓았지만, 쇼타라고 그러죠 흔히 -_-;;;)을 적절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에 의외로 풍부한 매니아성을 지니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저는 후속작이 나와도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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