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억셉티드 (accepted)
얼마 전(이라기에는 조금 지났다고 생각되지만 -_-;;) 블로그에 찾아오신 선배분께서 이 영화를 추천해 주셔서 한 번 보게 되었습니다. 선배가 '대학과 교육의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라고 말씀해 주셔서, '자! 이제 영화를 볼 시간이 되었어! 마음 단단히 먹고, 열심히 감상해서 내 나람대로 분석을 해 봐야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코믹영화더군요 -_-;;; 덕분에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엄청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심각한 영화가 아니었어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ㅋ 나중에 선배님이 남기신 댓글을 보니, '영화 자체도 웃긴게 재미있고'라는 말씀을 하셨었더라고요. 그걸 놓쳤었습니다.
그럼 간단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ACCEPTED
1. 줄거리
주인공인 바틀비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입학지원을 했던 모든 대학교에 떨어지고 맙니다. 부모님과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바틀비는 결국 가짜 대학교를 만들어 합격증을 위조해버리고 말죠. 그 대학교의 이름은 근처의 Harmon College를 본따 South Harmon Institute of Technology로, 약칭은 S.H.I.T 입니다 -_-;;; 그런데 처음에 단지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만들었던 이 일이 그만 커지고 맙니다. 학교에 오는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모양을 갖추었는데, 인터넷의 가짜 홈페이지에서 나온 합격 통지를 받고 몇백 명의 학생들이 입학을 위해 오고 말았거든요.(이 부분을 볼 때 제가 다 낯뜨거워 혼났습니다 ㅋ) 그리고 바틀비는 결국 이 가짜 학교를 운영하기로 하고 말죠 -_-;; 그래서 학교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하몬 대학교 학장에 의해 좌절되고, 불법으로 만들어진 학교는 강제로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 학교를 정식 인가 기관으로 심의하는 위원회가 신청에 의해 열리고, 바틀비는 여기서 '교육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감동적인 연설을 합니다. 그리고 이 학교는 1년간의 관찰, 유예기간을 얻게 되어 SHIT의 학생들은 다시 한 번 그들의 교육에 대한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2. 재미?
이 영화는 어떻게 바라보아도 웃음을 위한 '코믹 영화'입니다. 일단 SHIT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우습고 -_-;; 그 과정이 그려지는 모습도 재미있거든요. 게다가 미국 영화 특유의 '선악의 확연한 구분'도 강하게 나타납니다.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바틀비와 SHIT쪽이 정의, 그를 막으려는 하몬 대학교 학장과 학생회장이 악으로 대비되거든요. 약간은 과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도 강하게 그려졌고요. 등장 인물 역시 각각 강한 개성을 발산하고 있고, 어딜 보아도 말 그대로 완벽한 코믹영화입니다.
그런데, 너무 전형적인 코믹영화입니다. 너무너무너무 상투적이에요. 이러한 형태의 웃음 유발은, 영화 제목만 달랐지 소싯적부터 계속 보이는 형태잖아요. 정의로운 주인공과 그 주위의 개성있(고 웃기)는 인물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열정으로 뭉친다…… 흑흑 너무 진부적이에요. 재미는 있는데, 너무 익숙하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어설프게 새로운 시도를 하다 웃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만요 ㅎ
3. 올바른 교육이란?
재미있는 코믹영화를 보고 나서 또 재미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뭐,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ㅋ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과연 SHIT에서 보이는 새로운 교육의 형태가 참교육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SHIT의 교육제도는 굉장히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생각하는 사람'을 키우기보다 단순한 '지식 보관함'을 만드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교육방법이 조금 저 '인간을 키우는' 교육과 밀접한 것 같거든요. 공자께서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焉)는 말씀을 하신 바도 있고요.
하지만, 저러한 교육방법이 '개성'과 '인간성'을 온전히 계발시켜 줄 수 있을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교육에 있어 교육자의 역할이 너무 과소평가되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비유해서 말하자면, '배에 탄 모두가 함께 어디로 가야 할 지 결정한다'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결정된 장소가 태풍과 거센 파도, 암초가 기다리는 장소일지 아닐지를 알려주는 사람 역시 분명히 필요하다는 말로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물론 지금의 교육시스템처럼 '자 내가 시키는대로만 가면 돼. 딴 생각 하지말고 목적지까지 개처럼 노만 저어'라는 시스템보다 위의 '우리 다 함께 목적지를 결정해 보자꾸나'하는 시스템이 훌륭한 선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단, 그 항해에서 살아난다면 말이죠……
말이 조금 복잡해졌으니 살짝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흥미와 역량을 이끌어주는 작업으로서의 교육이 행해지는 SHIT의 모습은 분명 이상적이기는 하나, 그 이끌어내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으로서의 교사가 지닌 역할이 너무 과소평가 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입니다. 영화 내에서는 틀에 박힌 제도권 교육에 대한 비판이 너무 강조된 나머지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는 이런 결론은 별로라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속시원하게 '교육은 썩었어!!!'라고 소리지르는 영화에 키팅 선생님이 나타난다면 흥분이 확 떨어질테니까요 ┒-)
그러면 어떠한 교육이 진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될까요. 사실 지금까지 한 말대로라면 뻔한 얘기가 나오겠죠.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그를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교육자와 학생간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교육'이라는, 굉장히 현실과 괴리되고 추상적인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아, 말이야 정말 좋은 말이군요. 사실 지금 한국의 교육도 그 동안은 표면적으로나마 저런 탈을 쓰고는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초등학교부터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따위의 망발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는 '전인교육'이라는 이름의 지덕체를 모두 갖춘 슈퍼맨이 한국 교육의 명목적인 목표였잖아요 ㅋ 그러므로 진정한 교육은 '자율'과 '통제'의 양면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처럼 학생들을 아예 풀어놓는 방식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처럼 자신의 생각을 가질 기회도 주지 않고 지식만 습득하게 하는 방법도 아닌, 학생들의 '자율'을 확보해 주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통제'는 보다 나은 '자율'을 획득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ㅋ
아,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없는 내용이 절반 이상이 되는 이 감상문이 정말로 슬프게 느껴지네요. (솔직히 이 감상문을 보고나서 누가 저 영화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겠습니까 ㅋㅋㅋ) 몇몇 다른 글들처럼 하드디스크로 숨겨버려야지…… 했다가, 요즘 주기적으로 포스팅하기도 힘든데 기껏 쓴 글을 숨겨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_-;; 그냥 올리게 되었습니다. 교직 관련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조금 더 자세하게 글을 쓰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하지 않은 만큼 까일 일도 적을 테니까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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