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코드기아스 - 반역의 루루슈 (コ-ドギアス反逆のルル-シュ)


  드디어 오랜 시간 저의 주말을 즐겁게 만들어 준 코드기아스가 끝났습니다. 정확하게는 코드기아스의 후속작인 코드기아스 R2가 종방 된 것이지만, 기존 작품인 코드기아스가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코드기아스 R2와 함께 보아야 상호의 줄거리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이 감상문에서는 양 작품을 하나로 합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コ-ドギアス 反逆のルル-シュ


1. 주인공

  코드기아스에서 제일 돋보이는 구성 요소 중의 하나는 주인공인 루루슈 비 브리타니아입니다. 원래 다른 영상물에 비해 애니메이션 쪽이 캐릭터를 중요하게 부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 캐릭터를 제외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힘들기는 하죠. 하지만 다른 평범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그 특유의 성격과 개성, 역할로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하는 것 이상의 무게가 코드기아스의 루루슈에게서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이 다른 애니메이션과 다른, 전략 게임의 요소를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해진 캐릭터성의 발현'을 보여주는 다른 애니메이션이나, 흔히 '성장만화'라고 불리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주인공에게 부여합니다. 전략 게임에 참가하는 주인공은 그가 처한 상황에 맞는 대처법으로 그 상황을 극복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죠. 게임으로 거칠게 비유해 보자면, 각종 대전격투게임(철권이나 길티기어 같은)이 정해진 캐릭터에 최적화된 성질을 발현하는 쪽이고 여러 RPG게임이 캐릭터의 성장과 그에 맞추어 주어지는 더 많은 시련을 넘는 성장만화에 비교할 수 있음에 비해 이 코드기아스는 각종 전략시뮬레이션처럼 주어진 상황에 최적화된 전략을 사용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내에서 오프닝 화면이나 줄거리 또는 상징으로 체스를 많이 이용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이미지를 강하게 하기 위한 기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따라서 루루슈가 보이는 행동패턴의 변화는 단순한 성장의 결과물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는 항상 주어진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여 최종적인 목표인 '나와 나나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하고자 노력하지요. 작품 종반부에 보여준 모습에서 이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뒤에 이야기를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루루슈는 상황에 맞추어 자신이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기에서 전 판에 '마상상마'의 배치를 사용했다 그다음에 '마상마상'의 배치를 사용한 것을 '성장'했다고 말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가 뮤탈리스크 운영체제에서 히드라+러커 체제로 운영을 변경하더라도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루루슈의 변화하는 전략은 그의 성장에 따른 부산물이라기보다 외부 상황에 맞춘 '최적화된 빌드'를 사용하는 쪽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전략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되죠.

  전략 게임에서 게임을 실행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같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 게임의 수준이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루루슈의 화려한 전략 운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나친 목적 추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데스 노트의 주인공인 야가미 라이토(키라)와 비슷한 분위기의 두뇌 싸움 형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는 주인공의 겉으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훗날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강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윤리'에 사로잡혀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전략 루트를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마치 장기에서 궁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그 어떤 말을 잃어도 승패에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이는 장기를 둘 때 특정 말을 잃지 말아야만 한다는 조건을 하나 추가하기만 해도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2. 기아스

  이렇게 상당한 수준의 '전략가'가 등장하는 것 외에도, 코드기아스에서는 '기아스'라는 이름의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해 그 전략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혀주고 있습니다. 작중에서 이 기아스라는 요소는 단순한 전략적 변수를 넘어, 줄거리 진행에 있어 각 부분을 이어주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사실 줄거리를 이어주는 요소로서의 기아스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는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데스노트에서 변수인 '데스노트'에 대한 치밀한 설정을 통해 변수 외에 줄거리에 개입되는 데 비교해 보면, 코드기아스의 '기아스'는 이미 줄거리를 짜 두고 부실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마감재로 쓰인 듯하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거든요. 예를 들어 '기아스 교단의 등장과 그 섬멸' 부분에서 그전까지 여동생을 제외한 모든 사물을 수단으로써 사용하던 루루슈가 갑자기 기아스 교단에 대해 맹렬한 적의를 내보이는 것은, 그 원인을 제공한 셜리의 죽음을 가져온 로로를 이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전체에서 '패 감'으로 많은 인물과 조직을 이용해 온 루루슈가 여기서는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물론 이 사건은 흑의 기사단이 루루슈에 대해 가지고 있던 굳건한 믿음이 사라지는 첫 번째 기제가 되어 훗날 제로를 악으로 설정하게 되는 줄거리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하고, 기아스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쟁을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포석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줄거리를 이끌어 내기 위해 기아스라는 장치를 약간 부자연스럽게 이용했다는 느낌 역시 드네요. 

  하지만 작품 전체에서 기아스는 다소 억지스러운 줄거리 연결의 역할 이상으로, 더욱 다채로운 전략적 상황을 연출해 낼 수 있는 도구로써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도 코드기아스 25, 26화에서 도쿄 조계를 붕괴시키는 것, R2 초기에 특무부에서 자신에게 펼쳐둔 감시망을 돌파하는 것,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 전체를 장악하는 것 등이 있군요. 물론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 '기아스'라는 요소가 없었다면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이 단순히 다른 세계관으로 이식되어 펼쳐진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잘못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데스노트에서 등장하는 '데스노트'덕분에 엄청난 두뇌싸움이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드기아스에서는 '기아스' 덕분에 다른 전략 게임을 다룬 작품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3. 세계관

  사실 이 부분은 언급해야 할까 말까 살짝 고민이 들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치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새로운 내용 자체는 없었거든요. '강대한 패권국가 vs 그를 물리치고자 하는 세력'구도도 예전에 나온 은하영웅전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부정한 세력을 물리치는 정의의 주인공 역시 너무 흔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샤를로 대표되는 과거, 슈나이젤로 대표되는 현대, 루루슈로 대표되는 미래에 대한 구분과 루루슈의 미래가 승리하는 결말 역시 화려한 형이상학적 담론을 동원하였으나 결국 간단히 줄이면 '인간에게 있어 미래는 매우 소중하다'라는 말로 귀결되어 버리고요. 따라서 세계관 자체에서 큰 신선함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총 50화의 작품 내에 이 정도의 세계관을 크게 지루함 없이 담아내고, 깔끔한 결말을 지은 것은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작품 내의 복선 역시 남발되지 않았고요. 물론 DVD 특전이나 다른 미디어믹스 작품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자잘한 '떡밥'을 여럿 뿌려놓기는 했습니다만, 주 줄거리의 진행에 부자연스러운 영향을 미칠 정도로 거슬리는 복선은 거의 없었습니다. 신쿠가 계속 각혈을 하는 것만 빼고요 -_-;; 이 아저씨는 계속 시간이 없다니 어쩌니 말하다가 결국 최종화까지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어 버렸습니다. 이건 지나치게 도드라져서 조금 거슬리더라고요. (물론 R2 최종화의 오우기 카나메와 비렛타 누의 결혼식 사진에서 보면 무려 천자님까지 왕림하셨음에도 신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기는 합니다) 게다가 다소 복잡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아스와 아카샤의 검, 주로 스자쿠를 통해 표현되는 정의에 대한 논쟁을 지루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연스레 진행시킨 것 역시 좋았고요.

  하지만 이 복잡한 세계관과 변화하는 상황, 최종 마무리를 위해 작품 후반부에는 줄거리를 급하게 전개시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살금살금 깔아 둔 복선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분량의 줄거리가 급하게 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일단 다른 것을 다 제외하더라도, 최종화 즈음의 전투신을 보면 총칼로 싸우는 게 반이고 나머지는 말로 싸우잖아요. (저 같으면 떠드느라 바빠서 싸움도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_-;;) R2 후반부의 주요 사건만 살펴보아도 19화에서 제로가 실각, 20화에서 클로비스가 반란, 21화에서 황제 샤를의 사망, 22화에서 세계의 독재자로 등장한 루루슈, 23화에서 등장한 공중요새 다모클레스와 브리타니아 대 흑의 기사단 간의 전투, 24화의 전투 신 마무리, 25화의 독재 체제 구축 후 루루슈의 사망이 나타납니다. 초반 루루슈가 기밀정보국의 감시를 벗어나 로로를 포섭하는 과정이 5화를 통해 그려지는 것이나, 중화 연방을 아군으로 만드는 주요 과정이 3화에 걸쳐 다루어지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를 느낄 수 있죠.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작품의 전개 속도를 끌어올려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클라이맥스를 맞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기타


1) 제로 레퀴엠

  루루슈와 스자크가 미래를 향하는 인간을 위해 추진한 '제로 레퀴엠'은 데미안에 등장하는 아브락사스(abraxas)에서 그 모티브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브락사스는 소설 내에 등장하는 신입니다. 이 신은 '새가 알을 깨고 나와 지향하는 신'으로 비유됩니다. 새롭게 알에서 태어나고자 하는 새는 기존의 세계인 알을 깨뜨리고 나와야만 하는데,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새가 만나는 것이 바로 아브락사스라는 신입니다. 이 신은 일원론적인 신으로서, 흔히 신과 악마로 구분되는 이분법적인 신과는 다르게 선악의 양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신성을 지닌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는 루루슈와 스자크가 행한 제로 레퀴엠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미래를 향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새가 기존의 세계인 알과 투쟁을 벌어야만 하는데, 루루슈의 공포에 근거한 독재정치는 새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깨뜨려야만 하는 '알'의 구분을 명확하게 만들도록 도움을 줍니다. 수동적인 반대세력조차 모두 숙청해 버리고 강력한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통치는, 필연적으로 그 정점에 도달한 독재자에게 강력한 권한과 동시에 의무를 지우게 되거든요. 비슷한 예로 대숙청이 끝난 뒤, 스탈린 사후의 소련을 생각해 보시면 될 듯합니다. 스탈린 치하의 온갖 악행의 책임을 스탈린이라는 '개인'에게 부과한 뒤, 그를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개혁을 시작해 나아가려고 했던 흐루시초프의 예를 생각해 보면 말이죠. 코드기아스에서도 루루슈는 바로 그 '깨뜨려야 하는 알'을 '황제 루루슈'라는 상징과 동치 시켜 버림으로써, 새로운 '제로'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을 용이하게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이러한 루루슈의 행보는 선악의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브락사스 그 자체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루루슈의 목표는 분명 '미래를 지향하는 상냥한 세계'라는 지고지선한 목표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그야말로 '수라의 길'로 불러도 아무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데스노트의 라이토가 범죄가 없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살인을 저지르는 길을 선택하는 모순과 마찬가지로 루루슈 역시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현재의 세계를 파괴하는 살인자의 길을 걷습니다. 이는 올바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방법의 올바름은 중요치 않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이는 신성하지만 그 내부에 신과 악마를 모두 담고 있다는 아브락사스와도 일치하여 나타나죠.


2) 루루슈는 죽었을까?

  R2에서 황제 루루슈의 사망과 새로운 제로의 등장으로 세계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보고 있으니 루루슈가 칼에 찔린 뒤에도 죽지 않았다는 복선이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우선 루루슈를 시해하기 위해 제로가 칼을 들고 루루슈에게 뛰어가는 도중, 그를 막기 위해 달려든 제레미아가 제로를 막는다는 형식적인 연기만 보이고 '가라 가면의 기사여'라는 말을 하며 웃음 짓고, 루루슈 사망 후 제로를 체포하기보다 현장을 급하게 수습하여 철수하는 모습에서 그 첫 번째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제레미아가 루루슈의 가신이고, 제로 레퀴엠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반응을 보인 것이겠지요. 하지만 충의의 가신인 제레미아가 루루슈의 죽음을 방관하고 (물론 그것이 주군의 의지였기 때문에 그를 용인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특히 사건현장의 급박한 처리 모습을 보여준 것은 '루루슈의 부활'을 짐작했기 때문이라는 쪽이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의 단서로, 칼에 찔려 굴러 떨어진 루루슈의 손을 나나리가 잡는 순간, 루루슈의 의식이 나나리에게 전달되어 나나리가 진실을 알게 된 후 오열하는 부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부터 루루슈가 C.C의 의식과 연동하여 기억을 엿보고, 알 수 없는 무의식들과 마주하게 되는 장면과 유사하죠. 하지만 나나리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볼 때, 루루슈 쪽에서 기아스로 인한 모종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는 쪽이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일어난 등장인물(C.C, V.V, 황제 샤를)이 모두 불로불사의 육체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에서부터 루루슈 역시 마찬가지의 변화를 겪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죠. C.C의 코드가 그에게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샤를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을 때 그의 코드를 루루슈가 소유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끝부분에서 나오는 C.C의 의미심장한 발언 역시 루루슈의 생존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기아스라 불리는 이름의 왕의 힘은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다.'라는 독백 이후 의미심장하게 따라오는 '조금은 틀렸으려나'라는 발언에서 그를 추측해 볼 수 있죠. 원래 C.C가 루루슈와 계약을 맺은 이유는, C.C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로불사라는 짐을 기아스 사용자인 루루슈에게 넘기기 위해서였죠. 만약 루루슈가 사망하였다면 그는 자신의 짐을 대신 짊어지어 줄 새로운 인간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이는 C.C가 아직 그 자신이 지고 있는 영겁의 굴레를 벗어내지 못하고, 다시 고독한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위의 대사와 같이 '기아스가 고독을 가져다준다'라는 말을 명제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C.C가 예전과 같은 고독한 여행을 떠나지 않게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죠. 따라서 그 이전 시점까지의 계약자였던 루루슈가 어떠한 형태로라도 불로불사의 굴레를 이어받아야만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됩니다.

  하지만 C.C가 자신의 짐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기아스가 고독을 가져다준다'라는 명제가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힘을 이어받은 루루슈가 다시 기아스로 인한 '고독한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는 루루슈와 C.C모두가 기아스라는 짐을 내려놓거나, 둘 다 기아스라는 짐을 지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루루슈가 사망한 상태에서는 C.C가 기아스를 벗어낼 수 없죠. 그리고 루루슈와 C.C가 모두 생존한 상태에서 둘 다 기아스에서 벗어나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기아스가 고독을 가져온다'를 부정하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건 단지 그가 '고독을 부르는 기아스'에서 벗어난 것뿐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C.C와 루루슈가 둘 다 기아스로 인해 불로불사의 상태가 되었음을 추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C.C의 대사를 다시 되짚어보면, 기아스로 인해 루루슈와 '함께' 영원한 여행을 떠나게 되었기 때문에 '기아스가 고독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어느 정도 부정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겠죠.


  몇 가지 더 쓰고 싶었던 말도 있는데, 이거 개요를 작성하지 않고 글을 쓰니 많았던 생각들이 작성하는 도중 모두 날아가 버리는군요 -_-a 뭐, 이런저런 말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 코드기아스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피자헛의 공식적인 협찬으로 졸지에 피자 여자가 되어버린 C.C나 오렌지와의 악연을 끝내 끊지 못하고 결국 오렌지 농장을 경영하게 된 제레미아의 이야기(마침 이 애니메이션 방영 도중 인수위 이경숙 씨의 '오뤤지' 발언이 나와서 재미를 배로 만들어 주었었죠), 학교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여러 에피소드 등 자잘한 재미도 많았죠. 하지만 이런 에피소드와 별개로, 코드기아스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 건 수 없이 던져진, 이른바 '떡밥'들이었습니다. 물론 루루슈의 계책이 무엇인지 추리해 볼 요소가 사건 발생 전에 먼저 제공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추리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는 했습니다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며 한 주를 기다리는 것 역시 코드기아스가 가져다주는 재미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네요. 오랜만에 보게 된 클램프의 그림체도 반가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하더군요 ㅋ 또 엄청난 소재를 동인시장에 (특히 BL 쪽에…… 정말 쩔었죠-_-;;;)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큰 의미의 줄거리는 막을 내렸으나, 여러 가지 분야로 계속해서 관련 작품이 나올 여지도 엄청나게 남아있고요. 어떻게 보면 미디어믹스의 최첨단을 달리는 요소들을 지닌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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