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모으기?


  오늘 기분 좋게 밥을 먹고 뉴스를 봤더니, 이거 먹은 걸 전부 얹히게 만들어줄 만한 뉴스가 올라와 있더군요. 자자, 일단 링크입니다.


프레시안, "전국민 '달러 모으기' 하자"…제2의 금모으기?


  나라 경제가 어려우니, 다시 금을 모으잡니다. 이번에는 금 뿐만 아니라 달러도 모으자고 하네요. 그다음,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칼럼과 매일경제의 사설입니다.


중앙일보, [분수대] 우주의 금

매일경제, [사설] 경제위기 눈 앞 `금모으기 정신` 절실


  이거 뭐, 할 말이 없습니다. 웃음밖에 나오지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자신이 속한 단체가 어려움에 빠지면 다들 합심하여 단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그 단체의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보여주어야 할 미덕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미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단체 역시 구성원들과 운명공동체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조건입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적어도 국민들은 그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당시의 국가가 국민들에 대해서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국민들은 국가와 자신을 하나의 운명공동체·경제주체로 보고 있었기 때문에 20억 달러가 넘는 금을 모을 수 있었겠죠. 그 때 제 부모님께서도 금모으기 운동에 참가하셨던걸로 기억이 납니다. 저도 당시에는 그에 대해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었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요.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것이 엄청난 실수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국가의 정치 엘리트 및 경제 주체들과 개개의 국민 대다수는 공동 운명체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 지속되어 왔던 내수의 침체, 소득의 양극화, 비정규직의 확대 등으로 이를 뼛속까지 사무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선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던 복지 예산을 축소시키고, 종부세·상속세 등의 자본소득에 영향을 주는 세금을 줄이면서 종합소득세, 갑근세 등을 올리는 등 경기 부양을 핑계로 조세를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너와 내가 운명 공동체라고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앞으로 원화는 계속 평가절하 될 예정이고, 세계 경제는 당분간 침체 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 자산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화를 팔고 외환(달러보다는 유로화가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일 겁니다)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외환보다 가치의 폭락 가능성이 훨씬 적은(적은 정도가 아니죠. 올라가리라 예상됩니다. 오늘도 세계 시장에서는 금 값이 또 4%P나 올랐더군요) 금이 더 좋고요. 당장 유동성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원화로 해당 자산들을 바꾸는 건 개인에게 손해입니다. 국가가 어렵다고요? 물론 어렵지요. 하지만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희생해서 그를 지켜도, 국가는 그 희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금모으기 뿐이 아닙니다. 이 나라가 국가유공자와 상이용사를 어떻게 대우하는지만 보아도 뻔하죠.) 괜히 국가를 위해……라며 개인이 희생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도리어 이 시기에 개인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나중에 국가에게 더 대접받습니다. 해방 후 독립유공자와 친일파가 어떠한 삶을 살었나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 으음 화가 난 덕분에 약간 극단적으로까지 글이 나아갔네요. 물론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어렵다면, 일단은 돕는 게 맞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저 정치인과 관료들이 자신의 이익은 극대화하기 위해 열심히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세제를 개악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어려움에 따른 고통은 함께 분담하자고 외치는 모습에서 인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정도의 엄청난 뻔뻔함을 느끼고, 정말 커다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 참고로 지금 국민연금 기금도 주식 포인트 지지를 위해 주식시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실정을 막기 위해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밑빠진 독에 붓고 있다는 말이죠.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이 '외환보유고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라며 출렁이는 시장에 이득도 없이 외환보유고만 털어넣더니, 이제와서 갑자기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금모으기나 달러모으기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아아아아아아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 참… 이거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나왔습니다. 이미 달러모으기 운동은 시작했나 보네요.


유통데일리, 기업은행, 범국민 외화모으기 캠페인 전개


p.s.2. 글을 다 쓰고 나니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떠올라서 부언합니다. 10년 전 금모으기 운동 때, 많은 분들이 돌반지, 백일반지, 결혼반지 등을 가지고 나오셨죠. 하지만, 막상 금괴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뉴스에서도 나왔었죠. '골드바는 어디에'이런 류의 제목으로…) 외환위기 전까지 시중에 많은 양의 금괴가 유통되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 모으기 운동에서는 그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습니다. 결국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얼마 없는 서민들이 금붙이를 털어서 국가의 외화유동성 공급에 힘을 보태는 동안, 많은 양의 금을 확보하여 보관하고 있던 사람(기업)들은 그 차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말이 됩니다. 


  달러모으기 운동 많이들 참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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