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XP 새로운 시작 문구에 관한 이야기
가끔, 평소라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물의 이름이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제게는 그러한 날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의문이 든 대상은 바로 MS 윈도우 XP의 시작 화면이었습니다.
아마 요즘 컴퓨터를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익숙한 화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별생각 없이 자주 보아 왔던 화면이고요. 그런데 왜 나오는 문구가 하필 '새로운 시작'일까요. 윈도우 XP 영문판에서는 'WELCOME'인데, 그걸 직역하였다면 '환영합니다'가, 통상적인 인사말을 쓴다면 '감사합니다'나 '어서 오세요' 등이 들어갈 자리일 것입니다. 차라리 'Renewal'이라는 영단어를 익숙한 한국어 단어를 이용해 번역한 결과물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원래 'Welcome'이라는 단어가 있던 자리이니까요. 그러므로 '새로운 시작'은 단순한 직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번역가 분이 한글화 할 때 의역을 했거나, 저 문구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연유로 저 자리에 저 문구가 들어가게 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시작'이라는 이라는 말 안에는 이미 '새로움'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시작의 사전적 뜻은 '어떤 일이나 행위를 처음으로 함'입니다). 중의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단어입니다. 만약 저 문구가 '기존의 종료된 것을 뒤로하고 다시 새롭게 그 출발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혹시 컴퓨터를 두 번 이상 켰다면 그때마다 '재기동'이라는 의미로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것일까?라는 추측도 듭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처음 윈도우 XP를 설치한 후 하는 구동이라면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에 대한 기존의 비교대상, 즉 과거 OS가 설치되어 있었던 오래된 사용자의 경우가 아니라면(예를 들어 처음 부품을 조립하여 컴퓨터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이건 잘못된 구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저 문구에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여 삽입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부분도 아니니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쳐다보고 지나갔던 화면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을 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이상하게 보이니 계속 신경이 쓰인다는 점입니다. 일부러 컴퓨터를 껐다 켜서 다시 저 화면을 보기도 하고요…… 이렇게 익숙한 단어를 계속 다시 생각하면 갑자기 그 단어가 이상하게 보이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용어도 있었던 것 같은데,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가 않습니다.
으아 저 화면이 계속 신경 쓰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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