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III ~하얀 마녀~ (英雄傳說III~白き魔女~)
인터넷이 먹통이 되었던 지난 며칠간, 학업과 독서에 열중하려고 했던 저의 굳은 결심은 당일 바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친구와 예전의 추억들을 이야기하다 이 게임의 존재가 떠올라 버렸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구입하고 어딘가에 방치하고 있던 게임을 실행해서 오랜만에 다시 한번 그 줄거리를 감상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게임을 한 번 해 볼까 하고 설치한 후 절반가량 줄거리를 진행하다 말았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팔콤의 가가브 3부작 시리즈 중 제일 처음 나온 영웅전설 3는 시간 순서로 보았을 때 3, 4, 5편 중 제일 늦은 시점의 이야기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각 작품이 가가브로 갈라진 각자의 세계를 무대로 독립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물론 커다란 줄거리나 몇몇 등장인물들이 겹치기는 합니다) 딱히 다른 작품을 몰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공략을 작성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미 인터넷에 엄청난 공을 들여 여러 분들이 작성하신 완벽한 공략이 존재하더군요 -_-;; 그래서 몇 년 만에 다시 잡은 게임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나 몇 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영웅전설 3는 자체의 시스템이나 인터페이스를 보면 그냥 무난한 RPG 게임일 뿐입니다. 워낙 오래된 게임이니 지금의 시점에서 딱히 참신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없죠.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그 시리즈가 계속 명작이었던 것의 영향도 있지만, 자체의 줄거리가 상당히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아름다운 줄거리는 간단하게 요약하면 쥬리오와 크리스라는 두 주인공이 마을의 성년의식인 순례의 여행을 떠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겪고 마을에 무사히 귀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여행을 떠나 각지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여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구해나가다 예측하지 못했던 거대한 사건에 연루되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RPG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난한 이야기 전개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차별화가 되는 이유는, 이 주인공들의 여행길을 앞서 걸어간 '하얀 마녀'라 불린 게르드라는 소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마법이 흔하지 않은 세상에서 경외의 눈길을 받으며 고독한 여행을 굳이 마다하지 않은 그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최후까지 자신을 희생하고 맙니다. 자세한 내용을 말하려면 배경지식의 지루한 서술이 필요하니 그건 무리이겠지만, 인정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희생적인 삶을 살아간 한 선구자의 이야기를, 순수한 소년 소녀들이 그 뒤를 따라 여행을 하며 더듬어 밝혀나간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정리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모든 음모의 배후로 밝혀진 악당조차 그 동기가 매우 절박하고 순수했다는 추가 서술도 이야기와 잘 어울리죠. 무엇보다 자칫 옆길로 샐 요소가 많은 줄거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이라는 형식에 어울리게' 이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점이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게임을 처음 접했던 중학교 시절에 비해 제 감정이 많이 메마른 것인지 -_-;; 그때만큼의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으음, 하지만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데 많은 애로사항이 존재하기는 했습니다. 발매시점에 사용하던 16bit OS가 아닌 32bit OS에서 게임을 실행해서인지, 배경음악 재생 옵션을 켜 두고 게임을 하면 BGM이 바뀌는 순간 게임이 한참 멈추어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배경음악을 끄면 해결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BGM이 좋기로 유명한 영웅전설 3의 배경음악을 끄는 선택은 안타까웠습니다 ㅠㅠ 하지만 혹시 저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분이라면 할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도로 너무 지나치게 끊겼어요…….
게임 내에서 딱히 레벨이나 장비를 위해 무한 반복 사냥을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도중 만나는 몬스터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수준의 레벨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자동 전투 모드가 있다는 점도 상당히 편했습니다. 앞에 약간 고난이도의 몬스터가 나올 경우에만 조종을 해 주고, 나머지는 그냥 자동으로 맡겨두면 됐거든요, 딱히 HP나 MP관리를 해 줄 필요도 없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이야기 진행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투로 번 시간은 전부 마을 내에서 이벤트 진행에 들어가더군요 ㅠㅠ 마을 사람들 전체와 이야기해야만 발동되는 줄거리 전개가 얼마나 많은지…… 나중에는 어떤 NPC랑 이야기했었는지도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어떤 경우는 대화를 해야하는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어서 마을을 몇 바퀴씩 돌아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모든 NPC의 대화를 다 설정해 둔 팔콤 제작진의 치밀함과 노력에는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 덕분에 저 기나긴 반복의 순간 그나마 시시각각 바뀌는 NPC들의 대화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종장의 배경인 루드 성의 미로는…… 아무리 종장이라고 해도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미로 내를 무작정 돌아다니다 결국 출구를 발견하긴 했습니다만, 어떻게 탈출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ㅋㅋ 오랜만에 겪은 2D형 미로는 정말이지…… 하아…… 즐거웠습니다 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지만 그나마 인터넷에 없을 것 같은 공략을 하나 골라 올리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올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서요 -_-) 게임 내의 화폐는 몬스터를 잡아서 나오는 나비카(고어)를 상점에서 화폐인 피어로 환전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전은 평균 1고어당 15피어의 비율로 이루어집니다만, 지역에 따라 13~17 사이에서 비율이 변화합니다. 한 번 바꾸기를 누를 경우 무조건 전부를 다 화폐로 환산해야 하므로 -_-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환전을 하는 것이 좋겠죠. 물론 위에서 말한 대로 게임 진행에 돈이 부족한 경우가 잘 생기는 게임은 아닙니다(그래서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고 한 거예요 ㅠㅠ). 그래도, 손해 보는 건 싫잖아요?
제 1장 테그라 보석
디네 (비율 16)
제 2장 볼트 대결전
다트 (비율 17 - 게임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제 3장 삼도교 환영
15 이상의 교환 비율이 없음
제 4장 성수의 숲
시플 (비율 16)
제 5장 나누어진 호수
홀크, 망사의관문 (비율 16)
제 6장 시작된 예언
15 이상의 교환 비율이 없음
제 7장 순례자의 길
15 이상의 교환 비율이 없음
최종장 하얀 마녀
루드성마을 (비율 16 - 이 마을을 지나면 돈을 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 아이템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사피'라는 제목의 소설책이 있습니다. 물론 주 이야기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아이템이지만, 저처럼 그냥 사 모으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피는 총 9권까지 있는데,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중간에 4권이 빠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4권은 해당 권을 제외한 1~9권을 모두 산 뒤 돌로네 마을에 들렀을 때 그 마을의 도구상에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간에 빼먹고 지나온 줄 알고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었기에 추가로 이야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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