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과 아이스크림에 대한 퀴즈
오늘은 비도 오고 날씨도 꿀꿀하니 다들 아는 뻔한 이야기로 문제를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사실 저번에 퀴즈 한 번 내고 그거에 재미가 붙어버렸어요 ㅋㅋ
여러분은 지금 신체 건강한 중고생으로, 성실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 달에 20번 학교에 가는데, 항상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은 한 끼에 2천 원입니다. 신체 건강한 여러분들은 점심을 굶지도 않는 데다, 성실하기까지 하기 때문에 누구의 학창 시절처럼 식권값을 삥땅 쳐서 피시방에 놀러 가는 일도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아이스크림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항상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식후ㄸ……이 아니라,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를 꼭 사 먹습니다. 슬프게도 학교 매점이 그다지 좋지 않아 다른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맛있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하나 이상을 더 먹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들이 다른 곳에 돈을 쓸 일이 없다고 할 경우, 여러분들의 한 달 용돈은 (2,000 × 20) + (500 × 20) = 50,000원이 되겠죠.
집에 갔더니 갑자기 부모님께서 용돈을 만원 더 올려주시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한 달 용돈이 6만 원이 되었죠. 여러분은 남는 만 원으로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 고민의 결과, 점심을 한 끼 더 먹을 수는 없고 다른 곳에 돈을 쓸 일도 없으므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사 먹기로 결정합니다. (2,000 × 20) + (500 × 2 × 20) = 60,000원이라는 용돈 지출 계획을 세운 것이죠. 그리고 앞으로 점심을 먹은 뒤 두 개나 먹을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매우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학교 식당에 식권을 사러 갔더니 식당 주인아저씨가 이번 달부터 식권이 3천 원으로 올랐다는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가지고 있는 돈은 6만 원, 이걸로 스무 장의 식권을 사면 3,000 ×20 = 60,000원으로 수중에 돈이 한 푼도 남지 않게 되어버리네요. 분명 용돈이 늘어났는데, 기존에 먹던 아이스크림조차 먹지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여러분들 삶의 유일한 즐거움인 아이스크림이 사라져 버렸네요 ㅠㅠ
자, 여기서 문제입니다.
1) 여러분들의 용돈은 오른 것일까요?
① 올랐다 ② 그대로이다 ③ 내려갔다
④ 올랐으나 실질적으로 내려갔다 ⑤ 내렸으나 실질적으로 올라갔다
2) 여러분들이 아이스크림을 빼앗긴 것에 대한 이유는 누구에게 있을까요?
① 신체 건강하고 성실한 중고생인 여러분
② 용돈을 만원만 올려 준 부모님
③ 식권 값을 올린 식당 주인아저씨
④ 호나우딩요에게 패스하는 메시
⑤ 알 수 없다
정답은 1번에 ④, 2번에 ⑤로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답을 정확히 특정하여 말하지 못한 이유는 통상적이지 않은 경우 저 답과 상반되는 사실이 정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더 답이 정답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문제의 경우 명목 소득과 실질 소득,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해서 한 번 만들어 본 문제입니다 -_-a 그저께 우리나라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사실상 0% 또는 마이너스라는 기사를 보고, '왜 버는 돈이 올랐는데 소득이 줄었다고 하지'라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교대는 아니지만 (성격상 선생님도 못 해요 ㅋㅋ) 만약 이 개념을 가르치고 문제를 낸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생각이 쓸데없이 들어 급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 1번의 답은 4번입니다. 용돈 자체는 5만 원에서 6만 원으로 올랐지만(명목 소득의 증가), 실제로 소비하는 상품은 점심+아이스크림 하나에서 점심만으로 줄었잖아요(실질 소득의 감소). 하지만 문제를 쓰고 보니 의도가 어땠든 간에 용돈의 가치가 아닌, 용돈 자체는 증가한 게 맞으니 2번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넵, 교대 아니에요라는 말로 도망가봅니다 ㅋㅋㅋ
문제 2번의 답은 5번입니다. 일단 직관적으로 보면 식권 값이 올라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식당 주인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이 없어지게 된 이유를 제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상이 예측되었을 경우라면 다르게 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식권값이 오른다는 가정통신문이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그걸 전해드리는 걸 학생 본인이 잊어버린 경우라면 아이스크림을 잃어버린 이유는 학생 스스로에게 있겠죠. 하지만 부모님이 식권 값 인상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용돈을 딱 그만큼만 올려 준 것이라면 부모님에게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반면 아무도 모르게 식권 값이 갑자기 오른 것이라면 식당 주인아저씨에게 그 책임이 있을 수도 있죠.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예측, 효과에 대한 간단하고 직관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정부의 책임 만은 아니라고 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개념입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정부의 책임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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