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 표지

  몇 달 전부터 읽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리바이어던이지만, 오늘에 되어서야 드디어 완독을 했습니다 ㅠㅠ 고전의 정의 중 하나인 '모든 사람이 몇 대에 걸쳐 읽으며 재미없다고 인정한 책'이라는 말이 절절히 와닿았었어요 ㅋ 수업 등의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면에 있어 공감할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 한 번에 좌라락 읽어 내려가지 못하고 그냥 마음 내킬 때 할 수 없이 읽어서 이리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어제와 그저께 랜카드의 영향으로 인터넷에 원활히 접속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완독에 가장 큰 공헌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_-;;

  이미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한 책이니 간단하게 감상만 몇 줄 써볼까 합니다. 우선 이 책이 당시에 생겨나기 시작한 '사회계약론'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저술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책의 내용은 정말 혁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를 논증해 나가는 체계 역시 상당히 멋있었고요. 그전까지의 저작들이 주로 치밀한 논리적 구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책은 상대적으로 관찰 가능한 과학적, 체험적 사실에서 그 논리의 근거를 확립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과도 비슷한 논리의 전개구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가 쉽고 복잡한 개념 설정이 크게 필요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 책의 근거가 되는 근거를 살펴보는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할 작업일 것입니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를 그 기본 가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평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등이 아니라, '모든 자가 모든 것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평등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생명 역시 들어가 있습니다. 즉,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행위라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그 권리 중에는 타인의 생명을 취하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죠. 음, 역시 무서운 말입니다. 

  이와 같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인간들은 다른 사물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권리를 서로 포기하기로 상호 간에 계약을 맺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은 그 자체로 강제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계약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상호 간의 신뢰가 필요한데, 이 신뢰가 이행되리라는 보장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신뢰계약의 이행을 위해 자신들의 권리를 모두 양도하여 강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주권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러한 주권자가 생겨남으로써 인간은 질서 있는 사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지상의 괴물, 리바이어던입니다.

  이 괴물 앞에서는 모든 사람은 생명에 대한 권리 이외에 그 어떤 권리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리를 이미 그 괴물에게 넘기기로 다른 사람들과 계약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돈을 받고 판 뒤 그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괴물은 계약 당사자도 아니기 때문에, 그 괴물은 계약으로 속박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 괴물이 허가해 주는 한도 내에서 그 괴물에 의해 보장된 권리만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권리라도 그 사회의 법칙을 이루는 괴물에게 해가 되는 이상으로 그것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자연법이라는, 리바이어던 이전의 법칙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홉스 아저씨는 이것이 리바이어던과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그 개념 정의에서 증명해 줍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간이 다른 모든 인간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그 공동체(CommonWealth)를 탈퇴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의 계약 파기는 그 인간이 다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복귀함을 뜻합니다. 따라서 그 인간은 다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다시 자신에게 권리를 행사하는 것 역시 감수해야 하겠죠. 즉 다른 권리는 둘째 치고, 정당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단 이와 같은 전제가 성립된 이후, 리바이어던은 이에 의해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긴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 아프거든요 -_-;; 복잡한 논증에 의해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기본 전제에서부터 각 분야가 차례차례 전개되어 나오는 점이 이 책의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만약 이 책의 내용을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구조를 하나하나 부정하는 것은 그다지 큰 효과가 없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하나의 몸통에서 여러 갈래로 나뉜 괴물을 상대할 때 각각의 구조를 논파하는 것보다 몸 자체를 한 번에 공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말과도 같은 이야기이겠죠. 게다가 책의 가지에 해당되는 부분은, 전개상 약간의 개인적 선호가 들어가 있고 조금 거칠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오류가 있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습니다.

  단, 지나치게 완벽한 비유 덕분에 일부 부분의 경우 이미 결과를 낸 상황에서 그 논지를 짜 맞추었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이것이 최상의 선, 도가 가져야 하는 성질과 비슷하므로 이런 말이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근거로 '물과 도는 같다'라는 말을 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 물은 상선, 즉 도의 성질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동원된 사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근거로 '도는 산소 하나와 수소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할 수는 없겠죠. 리바이어던에서 약간씩 보이는 오류가 이러한 종류라는 느낌이 듭니다. 워낙 훌륭한 비유물인 '리바이어던' 덕분에 큰 논지 전부가 이에 따라가도 충분하지만, '괴물의 발톱'정도에서 약간의 차이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 의도적으로 발톱 모양으로 의도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뭐, 이건 역시 전문가의 영역인 듯하므로 그냥 간단한 감상만 말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흔히 리바이어던을 논박할 때 사용되는 것이, 모든 사람은 생명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맺는데, 그래서 만들어지는 국가가 도리어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경우에 생겨나는 모순입니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 말이 꼭 모순되는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신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가해질 때 그것을 피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로서는 신체형·사형을 긍정할 경우 생겨나는 모순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공포 중 가장 근원적인 것을 이용하여 사회의 질서를 가져오기 위한 이 형벌들은, 인간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그 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던 이유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리바이어던과 자연법에 반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자는 스스로가 계약을 파기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저러한 형벌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 경우 인간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성립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사회의 법률로 제제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가 생겨난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 자체에 대한 위협 요소를 퇴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요 ㅋ

  리바이어던의 가정 자체에 대한 반론은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이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는 로크, 루소 등의 많은 선현들이 그 오류를 설명하기도 했으니까요. 홉스 아저씨가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보지 못하는 면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상 덕분에 약간 극단적인 가정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니까요. 하지만 저러한 전제를 성립하기 위해 이용한 가정 중 사회계약에 의한 공동체 설립은 가히 혁명과도 같은 발상이었으니 거기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는 홉스 아저씨가 책 전체에서 찬양하고 있는 위대하신 주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2천 년 전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고 했던 것만큼이나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 엄청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어려운 책의 이해를 도와준 이번 리바이어던의 완역판에 엄청난 감사를 드립니다. 원래 번역본에 비해 원서가 이해하기 훨씬 쉽다고 하는데 (물론 언어 해독이 가능하다면요 -_-;;) 이 책의 경우는 꼭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애매한 용어에 대한 적절한 해석과 그에 따른 주석, 해제는 혼자서 책을 읽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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