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빨에 대하여


  횽 누나들 안뇽?  


  갑자기 반말로 된 포스팅이 올라와서 당황한 횽들, 누나들 미안해. 그냥 오늘은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더라고. 물론 예의가 아닌 건 충분히 알고 있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거부감이 든다는 횽들은 디씨나 네이버 댓글란 딱 십 분만 눈팅하고 와 보던지, 그냥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게 좋을 거야. 그럼 경고도 했으니, 본문으로 들어가 볼게. 아, 그리고 혹시 레폿이나 과제하러 들어온 횽들 있을까 봐 한마디 더 할게. (얼마 전 블로그 결산하면서 검색 로그 다 봤어) 여기 쓰는 글들은 이 분야에서는 지극히 기초 중의 기초인 내용이야. 이걸 레폿으로 내면 횽 얼굴에 똥칠하는 거밖에 안 돼. '임진왜란에 대해 논하시오'라는 문제에 '이순신이 짱이고 왜놈이 나쁘다'라고 적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말이지. 개념 있는 횽아들은 알아서 잘 거를 거라고 믿어 '-'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좌빨'이야. 가끔 앞에 '매국', '노빠', '촛불좀비' 등의 수식어가 붙기도 하지만, 역시 저 좌빨만한 포스가 느껴지는 단어가 없어. 근데 이 좌빨이란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면서 그냥 막 갖다 붙이는 횽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 이명박 욕해도 좌빨, 기독교 욕해도 좌빨, 신자유주의 부정해도 좌빨, 하다못해 내가 보기 싫은 신문 이름만 밝혀도 좌빨이래잖아. 이 좌빨이라는 말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만능으로 쓰이는지, 쓰는 사람들조차 매우 궁금할 것 같아. 이게 무슨 매직스틱도 아니고 ㅇ_ㅇ 그럼 이 좌빨이라는 단어가 우선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함 살펴볼게.

  좌빨은 '좌파'와 '빨갱이'의 두 단어가 합쳐진 후, 길이가 줄어들어 만들어진 말이야. 여기서 좌파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를 가리키는 낱말 중 하나가 아니야. 정치행위의 진행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의 안정보다 개혁이나 변동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말하거든. 이 말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처음 나왔는데, 그때는 왕당파가 우파였고,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좌파였어. 부르주아 시장경제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하여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된 것이니, 저 때의 좌파는 지금의 우파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좌, 우파를 나누는 정의가 다양하기는 해. 하지만 어떠한 정의 하에서나 인정받고 있는 사실은, 좌파는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는 거야. 좌파가 평등을 중시한다는 설정을 끌어오면 우리 우파 횽들이 싫어할테고(우파가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인정한다고 말하면 엄청 싫어할꺼잖아), 사회주의 쪽에 가깝다고 하면 좌파 횽들이 싫어할 테니(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빨갱이 컴플렉스에서 자유롭지가 못하니까) 지극히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설명했어.

  그럼 두 번째로 나오는 단어인, 빨갱이는 뭘까? 사전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색이 빨간색이니까 빨갱이라고 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 빨치산(partizan, 게릴라)과 어감이 비슷하니 그것과 관계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이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게 맞아. 정확히는 스탈린주의에 경도된 붉은 파시스트들을 가리킨다고 해야 하지만, 좌빨이란 단어를 쓰는 횽아들은 저런 지식은 없는 게 분명할 테니 여기까지 요구하지는 않을게. 그런 횽들은 분홍이나 다홍이나 전부 다 빨강으로 보는 시각장애가 있으니까 ㅇㅇ 이 정도는 착한 내가 이해해 줘야지.

  그럼 좌파 빨갱이가 무슨 뜻인지는 이제 대충 나오지? 우리나라와 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산주의자라면 사회 개혁을 원하는 위치에 있으니 공산주의자는 좌파가 맞어. 그런데 좌파가 공산주의자라는 건 오류지. 집합에서 A⊂B가 참이라고 B⊂A가 참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야. 무슨 말인지 모르는 횽들을 위해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면, '사람은 동물이다'라는 말은 맞지만 이걸 뒤집은 '동물은 사람이다'란 말은 잘못된 것이라는 걸 들 수 있겠네. 이와 같은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A=B가 되어야 해. 근데 이건 아니잖아? 공산주의자나 좌파에게 둘 다 실례야. 글고 양 쪽 구분도 못 하고 누굴 욕하는지도 모르면서 욕을 하는 횽들은 허공에 대고 삿대질하는 거고.

  말이 나온 김에 좌파에 대한 누명을 조금 더 벗겨볼게. 현대 정치에서는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외에도 사회민주주의자, 여성주의자, 무정부주의자가 전부 좌파의 개념에 포함되고 있어. 색상 구분이 안 되는 우리 횽아들은 사민주의자까지 빨갱이로 볼 수도 있으니 그거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여성주의자와 무정부주의자도 빨갱이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니잖아? 아니면 횽들의 좌파 개념이 크게 잘못된 거지. 전 세계적으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좌파라는 개념과 그 꼴통 횽아들이 쓰는 좌파라는 말은 아예 정의 자체가 다른거야. 그리고 이 경우 그 꼴통 횽아들이 ㅂㅅ이야. 남들은 다 사과라고 하는 걸 혼자 배라고 부르겠다고 결정하고 저거는 배가 맞다고 말하는 인간이 ㅂㅅ이지 나머지 사람들이 ㅂㅅ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인간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 이 시절에도 여전히 진리라는 거야.


  좌파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봐. 그럼 이제 빨갱이에 대해 논의해 볼게. 그전에 한 가지 설명해 두어야 할 것은, 이 경우 빨갱이의 최극단을 사회주의가 아닌 공산주의로 설정해 둔다는 거야. 왜냐하면 사회주의는 아직 이론대로 완벽히 실행된 적도 없고, 그 실행에 있어서도 여러 분파에 따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거든. 구체적인 사실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우리 횽들에게 이런 걸 전부 강요하는 건 서로 차마 못할 짓이잖아? 그러니까 횽들이 잘 아는 북한, 구소련 등을 한쪽의 기준점으로 잡겠다는 말이지. 이 이상을 원하는 횽들은 스스로 공부를 좀 해봐. 맨날 인터넷에서 남들이 쓴 글만 읽지 말고. 이렇게 한 쪽 축을 공산주의자로 놓으면, 반대쪽 축의 끝에는 자본주의자가 들어가게 될 거야. 이때 자본주의자 역시 미국이 추구하는 정도의 신자유주의를 기준으로 삼을게. 그 이상 되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는 또 우리 횽아들이 이해하는 범주에서 벗어나잖아. 아까부터 말했지만, 이번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은 안 쓸라고 하니까 자비로운 횽아들이 이해하고 넘어가 주길 바라. 

  그럼 이 두 대립점은 무엇으로 구분할까? 우선 학교에서 배운 '공산주의의 반대는 자유민주주의이다'라는 말은 구라라는 것부터 말해둘게. 왜냐하면 두 개념은 기준 축이 다르거든. 공산주의는 경제 체제를 구분할 때 쓰이는 말로 그 반대에는 자본주의가 있고, 자유민주주의는 정치 체제를 구분할 때 쓰는 말로 반대편에는 파시즘(전체주의)이 있거든. 그러니까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는 대립 개념이 아님
이 그림처럼 저 두 개념은 한 대칭축에 놓을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비교
  이러한 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지. 물론 원시 공산제나 원시 자본주의 등의 정의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민주주의의 경우 사실 딱히 대칭점이 정해진 정치 체제도 아니야. 수많은 정치체제 중 하나가 민주정일뿐이지. 하지만 근대 사회, 시장경제제도가 정착된 이후에 한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저렇게 나누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이 드니 그냥 이해를 돕기 위해 이대로 설명 들어갈게. 솔직히 그런 거 다 따져서 3차원 그래프로 그림을 그리고, 몇 개의 키로 분류하여 도표 만들면 우리 횽들 쓰러질 거잖아. 걍 닥치고 봐 ㅇㅋ?
  이러한 그래프에서 봤을 때, 민주주의와 파시즘은 바로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감이 올 거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권을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냐로 나누면 될 테니까. 근데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무엇으로 구분하는지 이러면 더 애매해지기만 하지? 간단히 말하자면, 소유의 문제로 나눌 수 있어. 공산주의일수록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자본주의일수록 사적 소유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거야.
  그럼 이쯤에서 수정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게. 원래 순수한 자본주의에서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간섭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수업시간에 야경국가 얘기 들어봤을 거야. 이거 모르는 횽들은 고등학생만도 못한 거니까 공부 좀 더 해야 돼) 근데 1920년대에 대공황이 터져서 경제가 극도로 침체되어 버리자, 자본주의 국가들은 기존의 정책을 깨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을 늘려 그 위기를 벗어나게 되지. 따라서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원의 경우, 사적 소유가 제한되는 일도 생겨난 거야.


수정자본주의 등장
  그런데 이 수정자본주의 하의 경제가 잘 돌아가는 듯하다가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었어. 알고 보니 정부 개입이 대공황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도 나오고, '역시 이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거야. 그래서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미국의 레이건 정부에서부터 본격 부상하기 시작했어.

신자유주의 등장
  참 내가 그렸지만 정말 극도로 단순화한 그래프네. 이것도 모르는 횽들을 위해 만든 거니까, 아는 횽들은 걍 넘어가주길 바라. 큰 틀에서 잘못된 말을 하는 건 아니잖아. 어쨌든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나 마저 할게. 얘들은 다시 사적 소유의 제한을 전부 풀고, 정부 규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게 돼. 그전까지 공공영역이었던 전기, 수도, 철도, 가스, 통신, 방송 등의 공공재 공급 기관들을 전부 민영화시켜버리는 거지.
  자 이제 대충 재미없는 개념은 다 지껄였으니, 이제 우리나라의 대통령 각하들과 북쪽의 뽀글이 아저씨를 저 표에 대입해 볼까 해. 먼저 김정일이 공산주의자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니 (물론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기보다 봉건 왕조에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어쨌든 위의 표에 대입하면 공산주의자에 위치하게 되지) 논의의 여지가 없는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김일성도 딱히 다를 건 없고. 아, 참고로 이 쪽이 제일 확실하니까 먼저 말한 거야. 빨갱이가 먼저 등장했다고 또 빨갱이라고 지껄이는 몰상식한 인간들이 있을까 봐 한 마디 더 붙여봤어.
  다음으로 박정희를 볼게. 박정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새마을 운동'이지? 정부 주도의 농촌 개량 운동. 그리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생각날꺼야. 둘 다 모두 정부의 주도로 시장의 발전방향이 정해지는 운동이네? 이 때 정부 포스 쩔었잖아. 박정희가 공산주의자는 아니니까 (물론 순천사건 이전의 박정희는 잘 모르겠어. 내가 말하는건 어디까지나 대통령 박정희임 ㅇㅇ) 시장에 정부 간섭을 정당화하는 수정자본주의자라는 결론밖에 나올 게 없네. 사실 그 시절에는 수출기업이 얼마를 수출해야 하는지까지 다 정부에게 결제를 받을 정도로 극단적인 국가의 주도로 경제 발전이 이루어졌던 시기거든. 국가 자원으로 재벌도 육성해 주고. 박정희는 수정자본주의자가 확실해.
  세 번째로 노무현을 볼께. 개인 노무현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여. 물론 신자유주의의 실행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사회적 약자의 소외를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약간'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노무현이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반례가 될 수는 없어. 왜냐하면 노무현 시대에 우리나라의 시장은 FTA와 협정 등으로 더욱 개방됐고, 사회적 부의 양극화는 더욱 벌어졌으며,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정부 부문의 민영화 또는 민간위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났거든. 물론 이에 대한 반박을 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박정희보다 노무현이 훨씬 신자유주의에 가까운 경제정책을 펼친 것까지 반박하기는 힘들 거야. 그럼 이 정도 논의로 대충 정리된 걸로 생각하고 넘어갈게.
  마지막으로 우리 명박이횽님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미국과의 FTA를 미칠 듯이 원하는 모습이나 '비지니스 후렌들리'한 발언들, 각종 공기업들을 폐점 하루 남겨둔 가게 떨이 치우듯이 전부 팔아치울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 노무현보다 더욱 심한 신자유주의자 같거든? 근데 가격을 잡지도 못할 물건들을 묶어 'MB지수'니 뭐니 해서 관리를 하겠다고 하는 거나, 정부 주도의 경제대책 마련과 외환시장 관리를 보면 또 그게 아니란 말이지. 내가 보기에는 원칙도 없이 그냥 그때그때 맞춰 자기한테 돈이 될 만한 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설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진짜로 그러겠어? 내가 알 수 없는 17차원 위 안드로메다에 위치한 고급의 이론이 있겠지. 이런 논의들을 바탕으로, 저 위의 그래프에 대입을 해 볼게.

이명박?
  자, 이제 여기서 좌빨을 찾아봐봐. 노무현이랑 김정일이 좌빨이니까, 박정희도 좌빨인 거야? 길거리에서 가스통 들고 다니는 횽아들은 박정희를 제외한 모든 인간이 좌빨이라고 하는데, 그럼 노무현과 같은 생각을 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미국은 빨갱이 나라야? 아니면 박정희 왼쪽이 전부 좌빨이고, 거기다 +α로 김대중, 노무현을 묶는 거임? 어떤 쪽이던 솔직히 기준이 없잖아. 자기들이 욕하는 좌빨이 도대체 왜 좌빨인지도 불명확해.
  물론 이해가 되기는 해. 박정희 때 소득 격차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도 적었고, 경제 발전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니 그때를 이상향으로 잡고, 지금 박정희와 제일 비슷한 이미지가 이명박이니까 이명박정부를 지지하는 거. 그리고 이명박정부에 반대하는 자들은 박정희의 이상사회에 반대하는 자들이고, 박정희가 싸운 것은 공산주의니까 전부 공산주의자라는 지극히 알기 쉽지만 ㅂㅅ같은 논리가 나온다는 거 모두 말이야. 하지만, 잘못된 건 고쳐야 하잖아? 이해된다고 넘어갈게 아니지?
  그러니까 공산주의가 싫은 횽들이나, 현재 비정규직이 늘어나는데다 그나마 받던 최저임금도 줄어들꺼같아 기분이 거지같은 횽들 모두 기분이 나쁘다고 욕하는 건 좋은데, 좌빨이라는 말은 좀 안썼으면 좋겠네. 그건 나 무식하다고 광고하는 말밖에 안 되거든. 물론 이러한 대중의 속성 덕분에 스타를 표면에 내세워 물건을 팔아먹는 치졸한 마케팅들이 효과를 거두는게 사실이기는 해. (빅뱅이 광고하는 교복 입는다고 니가 탑간지가 되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횽보고 그런 생각없는 대중이라면 발끈할꺼잖아? 걍 발끈하지만 말고, 횽이 좀 스스로 생각해서 그런 평가를 벗어나려고 노력을 해 봤으면 좋겠어. 별 내용도 없는 글 여기까지 읽어 온 횽들 누나들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이만 글을 정리할게. 마지막으로,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자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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