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xon BL82A (빨간불)
1. 제원 및 외관
키캡을 들어내고 나타난 스위치의 모습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순정의 경우 원래 키캡을 제거하면 이렇게 스위치가 드러나지 않고 방수 러버가 먼저 나타납니다. 키보드 상판 전체가 고무판으로 싸여 있는 식이죠. 왜냐하면 원래 이 키보드가 일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키보드가 아닌, 산업용·군용으로 만들어진 키보드이기 때문입니다. 외부 현장에서는 내구성 및 오염에 대한 저항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내구도가 좋은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하고 고무로 오염물질의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순정 방식대로 키보드를 사용하면 아마 손가락 마디에 관절염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_-;;;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흑축 자체만으로도 키압이 제일 높은 키보드인데 거기가 고무판의 반발력까지 더해진다면…… 클릭이 꽤 힘들겠지요. 그래서 빨간불을 사용하는 분들은 방수 러버의 일부를 절단하거나, 방수 러버 전체를 들어내고 사용합니다. 제가 구한 키보드는 방수 러버 자체가 없는 키보드였어요 ㅋ
이렇게 키보드에 전원을 넣으면, LED에 빨간색의 불이 들어오거든요. LED의 밝기는 8단계에 거쳐 완전히 꺼짐부터 최고로 밝게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LED의 불빛은 겉면은 검은색, 안은 반투명한 흰색으로 이루어진 이중사출 키캡을 통해 새어 나오게 되죠.
키캡의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안쪽이 반투명한 하얀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LED의 불빛이 밖에까지 잘 새어 나옵니다. 이중사출이기 때문에 키캡 자체도 상당히 두꺼운 편입니다. 제가 상당히 선호하는 키캡임은 확실하지만, 아쉽게도 이 키캡에는 상당히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건 밑에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죠.
키보드에 전원을 넣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글씨에 은은하게 빨간 기운이 감도는 것이 보입니다. 참고로 원래 빨간불의 F키와 J키에는 돌기가 없습니다. 이 키보드에 있는 돌기는, 예전의 소유주분께서 키보드에 돌기가 없어 불편하기 때문에 키캡을 약간 개조하여 돌기를 달아두신 것입니다. 이 사진처럼 LED의 휘도를 최고로 올려도 밝은 빛 아래에서는 위 사진과 같은 정도만 표시날 뿐, 크게 화려하게 빛나는 정도는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조명을 끄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되죠.
이와 같이 키보드 전체에서 강렬한 붉은빛이 새어 나옵니다. 제작사에서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키를 정확하게 누를 수 있는 완벽한 특수 용도 키보드를 생각하고 만들었겠지만, 일반인인 제 입장에서는 그저 모양새가 이뻐서 -_-;; 좋을 뿐입니다.
손떨림의 압박을 견뎌내며 조금 더 가까이에서 찍어봤습니다. 지금 문득 사진을 보다 보니, 밤에 몰컴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_-;;;;; 너무 밝아서 오히려 안 좋으려나요 ㅋㅋ
아까 스위치를 보면서 알루미늄판으로 스위치가 보강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뒷면 역시 알루미늄 판으로 보강이 되어있습니다. 덕분에 미니키보드 주제(!)에 꽤 단단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반작용으로 상당한 무게가 나가기도 합니다. 참고로 뒷면 네 귀에 있는 미끄럼 방지용 고무는 원래 정품에는 없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미끄럼 방지용 고무가 꼭 필요해서 나중에 추가로 달아둔 것이에요 ㅋ
2. 사용상의 불편
이와 같이 무지막지하게 단단한 짜임새를 갖추고, 무엇보다 엄청난 포스를 뿌려대는 빨간불이지만 실제 사용이 편한가라는 질문에는 글쎄? 라는 의문이 생기는 키보드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 키보드 자체가 일반 사용 목적으로 디자인되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가 저걸 들고 공장에 들어가 사용할 것도 아니니 -_-;; 일반적 용도로 사용을 할 경우 생기는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키 맵핑이 필요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영키와 한자 변환 키도 없고, 이 역할을 대체해 주는 오른쪽 Alt와 Ctrl키도 없어서 그냥 저 키보드만으로는 절대 한글·영자 전환이나 한자 입력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지요 -_-;;;; 따로 레지스트리를 만지거나 맵핑 프로그램을 깔아 다른 키에 저 기능들을 부여해 주어야만 합니다. 이 말은 결국 키보드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인은 이 키보드를 쓰기가 매우 매우 힘들다는 말이 되겠지요.
두 번째로 키캡이 너무 잘 빠집니다. 방수 러버가 있는 경우 아마 키캡 주위를 고무가 감싸고 있어 그 빠지는 정도가 덜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지막지한 키압을 견디며 키보드를 쓸 수는 없으니 사실상 그것을 빼고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키가 너무 잘 빠집니다. 몇몇 키캡의 경우, 꾹 눌렀다 손가락을 미끄러뜨리며 탁 떼는 순간 키캡이 공중으로 발사될 정도니까요 -_-;;;; 실제 타건시에는 그렇게 극단적으로 압박을 주는 경우가 없기는 하지만, 가끔 키캡이 스위치에서 가볍게 빠져 살짝 올라오는 경우도 있으니 역시 불편한 것은 맞습니다.
세 번째로, 키보드의 돌기가 없습니다. 물론 제 키보드에는 돌기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그건 따로 개조된 것이고, 순정에는 돌기가 없으니 불편함이 생기게 되죠. 미니키보드의 배열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저 돌기가 없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바가 상당히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윗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페이스바의 각도가 상당히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키보드를 낮은 위치에서 쓰거나 팜레스트를 사용하여 쓴다면 스페이스바의 이질감이 약간 덜 느껴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창 신나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면 스페이스바의 넓은 면이 아닌 모서리 부분을 때릴 때가 있어서 간혹 어색함이 느껴지고는 합니다.
기타 잡다한 불편함으로는 밑바닥의 미끄럼 방지용 러버가 없다는 점, PS/2 케이블이 너무 짧다는 점(사실 짧으면 꼬임줄을 늘이면 되지 않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만, 꼬임줄을 늘이는 짓 따위는 제 손으로는 절대 못할 짓이랍니다 -_-;;; 어케하나요 아까워서 ㅠㅠ) 키캡의 번들거림이 조금 심한 것 정도가 있겠네요. 미니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무게와 두께로 인해 휴대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점도 문제이겠고요 -_-ㅋ
3. 결론
위에서 말한 대로, 실사용 시에 은근히 불편한 점이 몇 가지 분명히 있는 키보드입니다. 하지만,
너무 멋져요 ㅎ_ㅎb 겨우 저 정도의 불편함 때문에 이러한 매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밤중에 불 다 끄고 키보드 한 번 보고 그랬었어요. 빨갛게 빛나는 글씨가 너무 예뻐서;;; 솔직히 표준 배열의 키보드가 실사용에는 제일 편하기 때문에 결국 이 빨간불은 몇 달 사용하다 현재는 결국 봉인해 버렸지만, 굳이 실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관상용(?)으로 소장할 경우에도 정말 최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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