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커피나무 키우기


  몇 년 전부터 인터넷뿐 아니라 동네 꽃집, 마트, 심지어 카페에서까지 커피나무 묘목을 많이 팔고 있습니다. 커피가 열리는 나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친근함(?)과 크고 반짝이는 짙은 녹색의 잎사귀가 매우 매력적인 나무입니다. 저도 이러한 매력에 끌려 2011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약 9년간 커피나무를 두 그루 키우고 있습니다(아래에 올린 사진에도 두 그루 사진이 섞여있습니다). 그런데 커피나무가 의외로 생육조건을 맞춰주며 키우기가 까다로운 편인 식물이더라고요.


<2011년>


커피나무 묘목
  처음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해입니다. 높이는 30~40cm 정도 되었을 때이고, 1년생입니다. 가게에서 제일 많이 파는 크기의 커피나무입니다.

냉해 피해
  이 때 제일 힘들었던 건 온도를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5도 이하가 되면 사실상 성장이 멈추고, 영하가 되면 윗 사진과 같이 잎이 갈색으로 타들어갑니다. 그런데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창가에 안 둘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얼어 죽는 것보다 웃자라거나 노랗게 변하는 게 나으니 결국 겨울에는 햇볕을 포기하였습니다.

<2013년>

밝은 그늘
  햇볕과 온도 문제로 겨울에 거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한동안 봄이 되면 집 밖으로 내놓고 키웠었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2년간 많이 자라지(70~80cm 정도) 못했기 때문에 실외로 내놓았었어요. 햇볕을 많이 받으면 좀 더 자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주의할 점이 있었습니다. 실내에서 키운 식물에 정오(12시~3시)의 햇볕을 쐬게 하면 연약한 잎이 타버립니다. 윗 사진에도 햇볕 때문에 타서 상한 잎이 좀 보이네요……. 그래서 12시~3시에는 그늘이 지고, 아침시간과 저녁시간에 햇볕이 들어오는 위치에 화분을 놓았었습니다.
  이 때 제일 피곤했던 것은 바로 깍지벌레였습니다. 실외에 내놓았을 때 나무에 붙었는데,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없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보이는 벌레를 손으로 다 잡고, 물속에 몇 시간 담가두었다 꺼낸 뒤 며칠간 지속적으로 약을 뿌려서 벌레를 다 퇴치하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집 안에서만 키웠네요. 조금 천천히 자라더라도 벌레가 없는 게 집에서 키우기에는 훨씬 낫습니다.

<2014년>

1미터 성장
  그래도 햇볕 덕분인지 폭풍 성장(100~120cm) 했습니다. 새로 나온 반짝이는 잎이 참 매력적인 나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봉오리
  이 때 처음 꽃이 피려고 하여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었었습니다. 그런데 실내라 그런가 봉오리만 살짝 벌어지고 결국 꽃이 피지 못하여 안타까웠었네요.

<2015년>

1.2미터 성장
  꾸준하게 자라던(120cm~140cm)  커피나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꽃봉오리
  꽃봉오리가 다시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한 마디에 5~6개씩 봉오리가 생겼습니다.

개화
  그리고 3개월 뒤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꽃 세부 형태
  자세히 보면 꽃가루가 있는 수술과 암술이 보입니다.

개화한 나무 모습
  안타까운 건 아무래도 본고장도 아니고 실내라 그런지 고향에서처럼 꽃이 나무를 뒤덮을 정도로 피지는 않고 나무 군데군데에 꽃 뭉치가 간간히 보이는 수준으로 피더라고요. 그래도 개화한 것 자체만으로도 크게 만족했습니다.

결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꽃이 시들고 씨방이 부풀기 시작합니다.

결실 확대
  열매가 점점 붉게 익어가다가

붉은 열매
  꽃이 핀 지 5~6개월만에 열매가 붉게 익기 시작했습니다.

열매 전경
  실내에서 키웠기 때문에 햇볕이 부족하여 열매가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이미 맺힌 콩은 잘 익더라고요.

열매 가지 전경
  아무래도 본고장에 비해 조금 듬성듬성 맺히기는 하였지만, 가지 마디마다 몇 개씩 뭉쳐 익어가고 있습니다.

수확
  잘 익은 열매를 따서 모아봤습니다.

껍데기 제거
  껍데기를 까고 안의 커피콩을 꺼냅니다.

제거 직후
  갓 꺼낸 커피콩은 열매 과육과 과즙이 묻어 있어 반질반질 빛이 납니다. 물로 씻어준 다음 잘 펴서 말립니다.

건조한 커피콩
  열매가 익어가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의 수확(?) 작업을 2~3회 더 해주었더니 나온 커피콩의 양입니다. 두 그루가 거의 동시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기 때문에 한 그루에서 나온 양은 저 절반 수준이겠네요. 매우 적은 양이긴 하지만 실내에서 키운 나무가 이 정도 열매를 맺었으면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로스팅
  집에 로스팅 기계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원초적인 방법으로 로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로스팅 결과
  콩을 태우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가면서 굽굽했더니

커피
  커피 한 잔이 나왔습니다. 약간 이야기 주제가 바뀐 것 같지만, 처음 커피콩을 얻어 기분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저 때 사진이 좀 많기도 합니다. 보람도 있었고요.

<2017년>

1.8미터 성장
  이제는 가정에서 키우기 부담스러운 높이(150~180cm)가 되었습니다. 원래 2미터 이상으로 자라는 나무라니 어쩔 수 없기는 합니다. 만약 커피나무를 계속 가정에서 키우실 분들은 전정을 해 주어야 할 시기입니다. 저는 두 그루 중 한 그루를 2018년 커피콩 수확 후 전정했습니다.

<2019년>

최근 나무 현황
  2018년 말 집에 있는 화분들이 냉해를 많이 입었습니다. 커피나무도 잎이 많이 떨어져서 상당히 볼품없게 변했습니다. 가을에 꽃이 펴 커피콩이 익는 기간 중 겨울이 찾아와 콩도 거의 5개월 간 녹색으로 매달려있다가 봄이 되니 다시 익기 시작하여 그런지 상태도 좋은 편이 아니네요. 그렇지만 시험 삼아 전정한 커피나무는 새로 건강한 잎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상태를 지켜보다 다른 한 그루도 전정할 예정입니다. 가정에서 커피나무를 키우려면 신경도 꽤 써 줘야 하고, 노력에 비해 잘 자라지도 않습니다(그렇다고 키우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본 조건만 맞춰주면 알아서 매우 잘 자랍니다). 커피나무 키우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식물이 아니니 정보도 부족한 편이고요. 여러 문제가 있지만 햇빛과 겨울 온도는 참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더라고요. 그렇지만 커피나무가 그 악조건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니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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