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의 쇠퇴에 대한 단상
최근 몇 년간 블로그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습니다. 한 때는 정보 공유,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상의 아젠다 선정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로그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만한 영향력은 없는 상황이죠. 블로그의 영향력 감소를 증명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는 아니지만, 최소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구글 트렌드검색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튜브 등의 새로운 전달 매체가 활성화되어서일 수도 있고, 마이크로블로그(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신속한 정보공유로 인하여 블로그 이용자가 줄어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펌블로그나 광고 포스팅 같은 블로그 자체 콘텐츠의 품질 저하 문제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은 블로그가 왜 쇠락하게 되었나에 대한 생각을 잠깐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이 글에서 통칭하는 블로그는 흔히 '1인 미디어'로도 지칭되는 개인(또는 소수의 사람)이 운영하는 웹 페이지를 의미합니다. 조직(정부, 기업 또는 언론사)이 운영하는 블로그 및 마이크로블로그(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등은 제외합니다.
1. 악성 콘텐츠로 인한 블로그 이용자 감소?
우선 블로그의 문제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악성 콘텐츠(자료 또는 정보)가 블로그의 이용을 감소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의 심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인 왜곡된 정보 제공, 기업 협찬여부 은폐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나 파워 블로거의 부정적 활동(파워블로거지라고 불렀었죠) 또는 위·탈법적인 수익 추구, 펌블로그로 대표되는 타인의 콘텐츠 무단복제 및 전재, 개인적 가치관 등에 따른 정보의 왜곡 등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블로그 이용자가 감소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상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블로그 서비스업체들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시스템적으로 개선도 되었지만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인 하락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욱 큰 이유로 상기의 문제점이 블로그 서비스 내에서만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블로그 외 타 소셜미디어 서비스 플랫폼 내 저명도(또는 영향력)가 있는 개인(인플루언서, Influencer)이 일으키는 문제는 블로그와 동일하며, 콘텐츠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악성 콘텐츠의 경우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관심도의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추정합니다.
2. 블로그의 주 이용자 및 이용목적(수요자)
블로그의 관심도 하락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블로그 서비스의 수요자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블로그를 누가 어떠한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이제는 왜 그러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이용하지 않는지에 대한 추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으니까요. 우선 블로그의 이용자는 인터넷 접근성 및 특정 언어에 대한 독해능력이 확보된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접근성이 좋지 않기가 상당히 힘들지만 확실한 건 인터넷 연결 없이 블로그 서비스 이용은 매우매우매우 힘들지요. 그리고 특정 언어에 대한 독해능력(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블로그의 경우는 한국어입니다)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그림, 사진 또는 동영상 이외의 블로그 콘텐츠 이용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활용도 제한되고요.
다음으로 블로그의 이용목적을 간략히 분류하여 보겠습니다. 우선 검색을 통한 블로그 이용자는 주로 정보의 획득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IT분야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 전자제품의 구매를 위한 리뷰와 같이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확인, 여행을 위한 여행지 선정 및 지역 내 관광지, 음식점의 검색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또한 온라인상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블로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 관심사를 기준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고, 무작위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3. 대체재의 존재
위의 블로그 이용자 및 이용목적을 살펴보면, 블로그보다 먼저 생각이 나는 수많은 다른 서비스가 생각나게 됩니다. '이걸 왜 굳이 블로그에서……?'와 같은 느낌이지요. 항목별로 나누어 블로그의 대체재를 확인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블로그 이용자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 접근성' 및 '언어 독해' 두 가지 항목의 대체재가 모두 존재합니다. 이 경우 이용자가 해당 능력이 일시적 또는 항구적으로 없는 경우 및 해당 능력을 활용하고 싶지 않을 경우(ex. 글 읽기 싫은경우나 인터넷 접속을 원하지 않는 경우 등)도 포함됩니다.
· 인터넷 접근성 :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신문, 라디오, TV 또는 마을회관…… 등)
· 언어 독해 : 미디어 플랫폼(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TV 등)
다음으로 이용목적 측면에서 '정보 획득'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대체재를 확인하여 보면, 이 경우 대체재라기보다 블로그에 비해 강점을 가진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보획득 : 언론사 제공 기사, 인터넷 카페(동호회), 위키 사이트, 미디어 플랫폼
·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 마이크로블로그(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등)
정보획득의 경우 약간의 정의가 더 필요한데, 전문지식의 경우 블로그가 아닌 학술지 및 학술 DB를 이용할 것이므로(레포트 작성 시 인용처를 블로그로 쓰면 안 됩니다……) 블로그에서 획득하는 정보 중 학문적인 내용 또는 고도의 신뢰성이 필요한 정보는 분명 제외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속성 및 시의성이 필요한 정보의 경우 기존의 언론매체 및 마이크로블로그에 크게 밀리기 때문에 해당 정보도 제외될 테고요. 이 경우 애초부터 '블로그를 통한 정보획득'에서 의미하는 정보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게다가 정보의 질도 대체 서비스보다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여러 사람이 토론을 통해 작성하는 위키 사이트나 다량의 정보가 지속적으로 제공, DB화 되어있는 인터넷 카페 및 동호회에 비해 소수의 사람이 작성하는 블로그가 정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커뮤니케이션 기능 역시 경쟁 매체들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블로그는 운영하는 개인이 임의로 댓글 등의 피드백을 막을 수 있고, 해당 게시글에 대한 피드백만이 이루어지므로 공유하는 주제가 제한적입니다. 쌍방 소통이 가능하지만 블로그 운영주체가 일방적으로 쌍방 소통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 및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죠. 또한 시스템(글 게시-댓글-피드백) 상 마이크로블로그에 비해 의견 교환 및 확산이 제한적이기도 하고요.
4. 콘텐츠 공급자 측면에서의 이익
또한 블로그는 콘텐츠 생산자 모집이 힘듭니다. 왜냐하면 간단하게 말해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성되는 유튜브의 경우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로그에 비해 유튜브가 콘텐츠 제작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영상제작 및 편집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2018년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가 유튜버(Youtuber,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1인 미디어)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블로그가 애드센스나 애드포스트를 열심히 붙여도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수익이 유튜브 채널에서는 발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본인이 콘텐츠를 공급할 능력이 있고, 그 콘텐츠가 블로그보다 미디어 플랫폼에 적합하다면 굳이 블로그를 운영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 이 글에서는 공급자의 정의 시 블로그 서비스 제공자(네이버, 티스토리 등)를 제외 서술하였습니다. 일단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까지 살펴볼 정도로 아는 것이 없기도 하고, 콘텐츠 공급자와 서비스 공급자의 입장이 일치하지도 않기에 글이 너무 복잡해지게 될 것이므로 블로그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개인에 한정하여 공급자 이야기를 진행하였습니다.
5. 결론
위에 근거 없이 길게 이야기를 써 두기는 했지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블로그 서비스의 이용자는 블로그 외 타 서비스에서 그 이상의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2. 블로그 콘텐츠 공급자는 콘텐츠 공급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다.
3. 블로그 서비스의 이용 빈도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굳이 블로그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무언가 암울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 보면 초기 서비스 형태가 다양하지 않을 때(도입기) 과도하게 팽창(성장기)한 블로그 시장이 적정한 규모로 축소(안정기)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온라인 환경은 격변하기 때문에 엄청난 패러다임 시프트가 발생해서 블로그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을 수도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지금의 떨어진 관심이 그나마 애교 수준이었다 싶을 정도로 더욱 추락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당분간(약 3년가량) 지금의 규모가 유지되거나 살짝 축소되는 수준에서 블로그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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