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나무는 재배 난이도 평가가 상당히 갈리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햇볕과 물, 병충해에 민감한 건 모든 나무가 다 비슷하겠지만, 치자나무는 저 조건 중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육성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단순히 '치자나무를 죽이지 않고 키우겠다'라는 목표라면 재배에 큰 난이도가 없겠지만, '나는 꽃도 보고 나무도 예쁘게 키워야지'라고 하면 키우기 꽤 까다로운 나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나무줄기가 연하고 목질화가 빨리 되지 않으며, 두꺼운 잎이기 때문에 진딧물이나 깍지벌레, 응애 같은 충해가 생기기 쉬운 편입니다. 그리고 반짝이는 잎은 나무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기도 하지만, 병충해에 의한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햇볕을 상당히 좋아하는 나무라 항상 창가에 두어야 합니다. 두꺼운 잎과 향기 나는 꽃을 가진 식물이므로 필연적으로 햇빛을 좋아합니다. 다만 여름 직사광선 밑에 오래 두면 잎에 탄 자국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하는 나무이지만 흙이 계속 젖어있으면 뿌리가 썩습니다. 물 주는 주기를 말할 때 흔히 진리처럼 통하는 '겉흙이 말랐을 때 듬뿍'을 잘 지켜서 물을 주어야 하고요.
무언가 본의 아니게 까다로운 식물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식물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여 주면 거의 해결되는 일입니다. 즉, 안락한 재배 환경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살펴보면서 관수 주기나 병충해 발생 여부를 확인하여 주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신경을 쓰면 치자나무는 저런 작은 화분에서도 꽃이 핍니다. 꽃은 자연상태에서는 유월에 핍니다. 치자꽃은 홑꽃과 겹꽃이 있는데, 제가 키우던 저 나무는 겹꽃으로 흔히 꽃치자라고 불립니다. 홑꽃의 경우 열매가 열리므로 열매치자라는 이름을 많이 씁니다. 치자의 열매는 약용이나 염색 재료로 쓰이므로 나름 쓸모가 있지만, 꽃치자는 열매가 열리지 않으므로 해당이 없습니다. 그러나 꽃의 화려함이나 향기는 겹꽃이 더욱 강합니다.
꽃이 피기 전, 줄기 끝에 초록색의 봉오리가 먼저 맺힙니다.
그리고 며칠 시간이 지나면 봉오리가 벌어지면서 안쪽에 하얀 꽃잎이 살짝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며칠 더 시간이 지나면, 봉오리가 점점 더 갈라지면서 안쪽에 보이던 하얀 꽃잎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봉오리 겉의 초록색이 살짝 연해집니다.
그리고 하루이틀 뒤, 봉오리가 더욱 부풀어 오르면서 그 안에 꽃잎이 겹겹이 겹쳐져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곧 말려 있던 봉오리가 터지듯이 갈라지며 꽃잎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봉오리 겉은 살짝 연두색이 남아 있는 수준으로 거의 하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펼쳐진 바깥쪽 꽃잎은 곧 활짝 피어나고, 안 쪽의 꽃잎도 점점 그 모양새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개화하지는 않았지만, 이때부터 치자꽃 냄새가 은은하게 나기 시작합니다.
향도 강해지고 오롯이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입니다. 치자꽃은 크기도 작은 편이 아니고, 꽃의 모양이나 향기 그 어느 것도 빠질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미만큼 관상수로 많이 키워지는 못하는데, 짧은 개화기간이 그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치자꽃이 질 때 그냥 시들어서 갈색으로 변하거나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위의 사진처럼 노랗게 익어가듯이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자 염색약과 같은 샛노란색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색감의 노란색으로 변해 가는 것도 아름답네요.
치자는 예로부터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물론 열매치자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남부 지방에서는 자생도 가능한 종이니 앞으로 보급이 좀 더 확대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역 축제 테마로 삼기에는 짧은 개화기간이 발목을 잡아 어려움이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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