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씨앗 발아시키기
아보카도의 원산지는 중남미로, 특이하게 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과일입니다. 지방은 주로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타 비타민 및 무기질이 많아 건강에 좋은 과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생 아보카도 특유의 약간 미끄러운 듯한 식감과 부드럽게 뭉개지며 강하게 나는 식물 특유의 비린 향을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아보카도를 사 올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아보카도를 살 때마다 저 씨앗을 발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였고, 결국 아보카도 발아에 도전해 보게 되었습니다.
종피를 제거하면 안 쪽의 매끈한 씨앗이 나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껍질을 전부 벗겨 버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보카도 씨앗의 경우 뿌리가 나오는 아래쪽과 줄기가 나오는 윗 쪽이 구분되어 있는데, 이를 알기 위해서는 씨앗의 겉 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씨앗은 계란과 같이 구체이지만 뾰족한 부분이 있는데, 완전히 매끈한 부분이 줄기 쪽이고, 겉면이 거칠며 씨앗의 배가 위치한 듯 한 부분이 뿌리 쪽입니다.
씨앗의 위아래를 구분하는 이유는 아보카도 발아를 위해 뿌리가 나오는 아래쪽은 물속에, 줄기가 나오는 위 쪽은 물 밖에 위치해야 씨앗이 죽지 않고 발아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보면 흔히 씨앗 옆에 이쑤시개를 꽂아 발아시키는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만, 아무래도 씨앗에 상처를 내는 방법이라 저는 그다지 내키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이쑤시개를 꽂아 종이컵 등에 씨앗을 걸쳐 두고 아래 물을 담아 발아시키는 방법을 쓰시려면, 이쑤시개를 꽂기 전에 아보카도 옆 면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종피를 벗기고 씨앗 표면을 보면 실금이 가 있는 부분이 있는데, 나중에 발아가 시작될 경우 그 부분이 갈라지며 뿌리와 줄기가 나오기 때문에 그 줄 부분을 피해 이쑤시개를 꽂아 주셔야 합니다.
저는 밑이 좁은 그릇에 씨앗을 담아 씨앗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위치시킨 뒤, 물을 씨앗의 절반에서 2/3 정도 높이까지 채워 발아를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2/3까지 채운 이유는 며칠 신경을 쓰지 못하다 물이 증발하여 씨앗 아래쪽이 물 밖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물에 세균 등이 번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평균 3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었습니다. 이렇게 두 달가량을 물에 담가 두니 씨앗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발아가 시작된 초기의 모습입니다. 아직 뿌리나 줄기가 보이지는 않지만, 단단하게 붙어있던 씨앗의 배젖 부분이 점점 갈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만약 이쑤시개를 이 부분에 박았을 경우 배젖이 갈라질 때 씨앗을 지지하는 힘이 부족해져 물속으로 씨앗이 잠겨 버릴 수 있으므로 위에 말씀드린 것과 같이 주의하셔야 합니다.
약 열흘 뒤 발아가 더욱 진행되며 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뿌리 때문에 기존처럼 그릇에 똑바로 세워둘 수가 없어 약간 비스듬하게 씨앗을 담가 두었었는데, 그래도 정상적으로 발아가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때부터는 굳이 씨앗 정 위쪽이 물 밖에 나와 있을 필요는 없고, 적당량의 위쪽 부위만 물 밖에 노출되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씨앗을 아예 물속에 담가 두면 씨앗이 높은 확률로 썩게 될 것으로 추측합니다.
꽤 길게 뿌리가 자라났고, 곁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제 완전히 발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에 맞추어 씨앗 표면도 조금씩 녹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씨앗을 흙에 옮겨 심었습니다. 심을 때에는 뿌리 및 생장점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흙을 덮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뿌리 쪽이 밑으로 가도록 심으셔야 합니다.
글의 주제와 큰 관련은 없지만, 이 씨앗을 심는 행위를 뭐라고 부를지가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종이라고 하자니 발아를 시켜 뿌리가 다 나온 상태이므로 맞지 않고, 식재라고 하자니 아직 새싹이나 묘목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물에서 키워 옮겨 심는 행위' 측면에서 제일 비슷한 것은 '모내기'인데 모가 벼의 어린 새싹을 의미하므로 이 단어도 딱히 적절한 단어는 아닙니다. 결국 고민하다 '옮겨 심다'라는 어휘를 사용하였습니다.
씨앗의 배젖은 나무가 점점 커짐에도 불구하고 꽤 길게 붙어 있었다가 발아 후 약 2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의 어느 날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다른 나무에 비해 씨앗이 크기 때문이겠지만, 꽤 오랫동안 붙어 있었습니다.
아보카도 나무의 어린잎은 처음에 붉은색이 약간 섞여 있는 연한 녹색을 띠다 점점 자라며 붉은색이 강해집니다. 잎이 붉은색을 띠는 시기는 겨우 몇 주 정도로 그다지 긴 기간은 아닙니다. 이후에는 잎이 점점 두꺼워지며 진한 녹색을 띠게 됩니다. 아보카도는 잎이 꽤 크며 과일나무 치고 수형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저 붉은 잎이 좀 더 길게 유지되고 많이 났다면 관상수로도 꽤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열대 수종이고 물을 상당히 좋아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 식재는 불가능했겠지만요.
아직 꽃을 보지는 못 하였지만, 지금 키우고 있는 다른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키우다 언젠가 꽃이 필 환경이 되면 피우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찾아보니 꽃 자체가 피는 것도 힘들고, 피더라도 여러 그루의 나무가 없으면 결실이 사실상 불가능(암수딴그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신경 쓰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보카도 나무는 겨울의 실내에서 얼어 죽지는 않는 수준의 내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잎을 보기 위한 관상수로 키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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