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Cell to Singularity)┃기본 시뮬레이션 1. 시작부터 신석기시대까지
플레이스토어 및 앱스토어에 세포(Cell to Singularity)라는 게임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스쳐 보고 넘어갔겠지만, 그날따라 왠지 눈길이 가게 되어 플레이를 조금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방치형 게임으로, 게임성 자체만 놓고 보자면 절대 추천할 이유가 없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방치를 통해 얻은 재화인 엔트로피 및 아이디어를 통하여 생명 발전의 계통도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호감이 가는 콘텐츠였습니다.
다만 원어인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게임을 즐길 경우, 전문 번역자가 아닌 인공 번역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곳곳에 오역이 존재하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단적으로 게임 제목부터 '세포'를 쓰지 말고 원제의 의미를 살려 '생명의 기원에서 특이점까지' 정도만 되어도 게임의 주목도가 더욱 올라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수많은 오역 중 단연 압권은 공룡의 종 중 하나인 조반류(Ornithischia)를 '성욕'이라고 번역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생명의 발전 단계를 '시뮬레이션' 해 본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 종료에 따른 초기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첫 초기화는 특이점을 선택하였을 경우 발생하며, 초기화 후 다시 시뮬레이션을 재시작하기 전 현실 엔진(Reality Engine) 단계에서 진행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이후에는 언제라도 재시작을 할 수 있으며, 재시작 전 현실 엔진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만큼 메타 비트가 모였는지 확인 후 재시작을 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사실 게임의 공략이 큰 의미가 없는 단순한 게임이므로 게임에 대한 설명은 이쯤으로 마치고, 가장 흥미가 있었던 생명의 진화 계통도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게임 시작 화면입니다. 거대한 태양 및 암석과 마그마로 덮여 있는 지구가 나타나는데, 화면을 클릭하면 엔트로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엔트로피를 이용하여 계통도 내 항목에 대한 구매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최초의 생명은 바다로부터 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암석과 마그마로 덮여 있는 지구가 나타나는데, 화면을 클릭하면 엔트로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엔트로피를 이용하여 계통도 내 항목에 대한 구매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처음 계통도에서 주성 - 행성 지구 - 원시 수프를 거쳐 최초의 생명체 조각인 아미노산을 찍을 수 있습니다.
아미노산과 별개로 원시 수프에서 뉴클레오타이드를 구매하면 DNA와 RNA를 찍을 수 있게 됩니다. 뉴클레오타이드가 핵산의 구성 물질임을 생각해 보면 적절한 계통도 구성입니다. 다만 DNA만을 구입하고 RNA를 구입하지 않아도 이후 생명의 진화에 지장이 없는데, 이는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DNA를 구매하고, 아미노산에서 단백질을 추가 구매하면 드디어 최초의 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원핵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원핵 세포가 핵과 미토콘드리아를 얻게 되면 진핵 세포 계통도를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진핵 세포는 현재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를 가리킵니다. 진핵 세포의 정의를 생각해 보면 핵은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며, 진핵 세포의 활동에 미토콘드리아는 필수적이므로 진화의 과정에 둘의 만남은 반드시 필요하므로 적절한 계통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리보솜이나 체세포 분열을 필수 과정으로 놓지 않은 것은 약간 의외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반박할 능력도, 의도도 없습니다.
생명체가 발생하며 지구의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형태를 보아 판게아는 아니고, 로라시아와 곤드와나 대륙이 더욱 분화되는 과정 중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이제 진핵세포가 모여 다세포 생물로 발전하는 단계에 진입하였습니다. 생명체가 육상으로 진출하기 전까지를 다루는 단계로, 당연히 고래와 같이 물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온 생명체는 계통도상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표범상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관상용입니다.
이렇게 가끔 물속에 같이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진핵 세포에서 여과 섭식과 조직을 구매하면 해면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여러 세포가 모여 다세포 생물이 되는 과정에서 조직화는 필연적이며, 세포가 필요한 유기물 및 산소를 얻기 위해 외부의 자원을 걸러 내부로 흡수하는 과정도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다만 엽록체가 필수 계통도가 아닌 곁가지로 빠지면서, 자연히 이 게임의 진행 세포보다 상위의 생명 계통도는 동물만을 다루게 되어 버립니다.
해면에서 해파리까지는 다른 계통도를 구매할 필요가 없이 바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일단 다세포 생물이 형성된 이후 붙박이 생활을 하느냐 부유 생활을 하느냐의 차이가 제일 크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해면에 비해 해파리의 조직이 더 복잡하므로 해파리가 좀 더 '복잡한 구조로 진화한' 생명체라고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파리에서 편형동물 역시 바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다만 현재 존재하는 편형동물의 대부분 기생충이므로 저 자리에 편형동물이 들어가는 것이 약간 부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물론 무척추동물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무척추동물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편형동물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편형동물의 일반적인 생김새를 생각해 보면, 생물학적 대칭은 편형동물 이전에 위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계통도에 약간의 의문이 드는 편형동물을 뒤로하고 방사형 대칭 - 생물학적 대칭 및 척추를 구매하면 물고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최초의 척추동물입니다. 그리고 이쯤 오면 약간의 안도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전까지의 진화 계통도는 현존하는 생명체의 모습으로부터 상당 부분을 추론하거나 가설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은데, 어류부터는 상대적으로 진화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특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생명체, 정확히는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동물이 육지로 진출하며 더욱 격렬해지는 생명체 간의 생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점점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출현하게 됩니다. 드디어 인류가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진화가 반드시 발전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은 수많은 현대 생명체 중 한 종이 선택한 진화의 한 갈래일 뿐이지 '진화의 정점'이나 '만물의 영장'과 같은 존재는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이 단계 즈음에서 '문명'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계통도 설정에 대한 논란을 상당 부분 해결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이 진화의 최종 모습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을 이루는 단계에 진입한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기 때문에 일전 엽록체를 곁가지로 빼 식물을 계통도에서 제외한 것과 같이 다른 생명체의 계통도를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고기가 폐 - 네발동물(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그냥 네 발이 맞을 듯합니다)을 가져 물 밖에서 호흡이 가능하게 되면 이제 네발 동물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 네발동물이 다리와 원핵 세포 - 체세포 분열 - 무성 생식 - 유성 생식 - 고치 - 물고기 알 - 알 껍질을 모두 구매하면 포유류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때 포유류의 계통도와 별개로 공룡의 계통도가 생기는데, 여기에서 공룡의 계통도를 별개로 다루는 '중생대 계곡'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공룡을 구매하고 중생대 계곡에서 공룡의 계통도를 어느 정도 발전시키면 악어와 현대 조류 계통의 추가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포유류에서 영장류를 구매하면 바로 유인원의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유인원 이전의 계통에는 포유류의 주유 특징인 따뜻한 혈액, 신피질, 자궁, 머리카락(이라고 쓰여 있지만 털), 각종 분비샘 등이 나옵니다. 이 시점부터 엔트로피 증가 속도에 비해 새로운 계통 구매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필수가 아닌 계통도 상의 항목들을 한번 구매하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모습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재의 지구 모습입니다.
유인원 이후의 계통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 호모 하빌리스 - 호모 에텍투스 - 인간으로 진행되는 생물학적 진화 경로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인원의 두뇌로부터 파생되는 첫 번째 아이디어 - 추상적 사고 - 석기 - 석기시대로 진행되는 문명의 발생 경로입니다. 생물학적 진화 경로는 기존과 같이 엔트로피를 자원으로 소모하며, 문명의 경우 새로 생겨나는 아이디어(상단 중앙부 노란 전구 모양)를 자원으로 사용합니다. 참고로 양 자 모두 계통도 상에서 진핵 세포 - 조직 - 신경계 - - 신경삭 - 포유류 뇌 - 유인원의 두뇌를 구매하여야 진행이 가능합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석기시대의 시작점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와 연결하여 두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위 쪽에 있는 호모 하빌리스는 공식적으로 도구를 사용한 첫 번째 인류로 인정받고 있으므로 호모 하빌리스 이후에 석기시대를 배치하였다면 논란의 소지가 적었을 것인데, 굳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와 연결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물론 침팬지와 같은 현대의 유인원들도 학습을 통해 석기 등의 초보적인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유인원을 석기시대의 발흥점으로 설정한 것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대 유인원들의 도구 사용이 문명의 발흥과 연관된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의 가장 큰 차이는 뗀석기와 간석기의 사용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석기의 차이(고급 석재 도구) 외에도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요 항목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줍니다. 불은 언제부터 인간이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넘어가더라도, 수렵과 매장, 요리와 대화는 분명 문명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문명의 발흥과 쉽게 연관되어 떠오르는 항목들은 아닙니다. 이 게임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가 이와 같이 발전을 위한 계통도 및 계통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이 경로가 맞을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보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신석기시대 이후의 게임 감상은 다른 게시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세포(Cell to Singularity)> ㅇ 기본 시뮬레이션 1. 시작부터 신석기시대까지 2. 신석기시대부터 우주 탐사 차량 및 특이점까지 3. 미래 시대의 계통도 ㅇ 중생대 계곡 <세포(Cell to Singularity) 게임 공략> 1. 현실 엔진 및 기본 정보 2. 기본 시뮬레이션(생명의 테크 트리) 3. 기본 시뮬레이션(문명의 기원, 화성의 식민지화) 4. 중생대 계곡(공룡의 계통도)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