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아픈 건 싫으니까 방어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 (痛いのは嫌なので防御力に極振りしたいと思います。)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해당 작품을 아직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痛いのはなので防御力に極振りしたいと思います


1. 줄거리

  이 작품은 주인공인 혼죠 카에데(本条楓, 게임 ID 메이플)가 VRMMOPRG(Virtual Reality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가상현실 기반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인 New World Online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용이 줄거리의 주요 내용입니다. 가상현실 실을 기반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내의 감각 중 통각이 존재하는데, 작품 제목대로 아픈 게 싫었던 주인공은 메이플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며 스탯 전부를 방어력에 할당하여 버립니다. 그렇게 망캐를 만들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만족하며 게임을 즐기던 주인공은 우연히 히드라가 있는 던전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독 내성과 회복 포션을 바탕으로 버티며 독 무효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캐릭터는 공격력이 부족하여 히드라를 죽일 수 없었는데, '먹기'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이용하여 결국 히드라를 잡아내는 것을 성공합니다. 공략 보상으로 얻은 희귀 아이템에 역시 공략으로 얻은 스킬인 '히드라'와 '악식'을 부여하여 부족한 공격력을 장비로 보완하게 됩니다. 그 이후 PK 이벤트에 참여하여 3위에 들어가고, 이후 주인공에게 이 게임을 추천한 친구인 시로미네 리사(白峯理沙, 게임 ID 사리)가 합류하여 같이 게임을 즐기며 점차 동료를 늘리다가 단풍나무 길드를 만들고, 길드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내용인데……. 

  정말 저 내용이 줄거리의 전부입니다. 굳이 부연하자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는 내용'에 축약된 줄거리가 꽤 많기는 합니다만, 결국 메이플의 이상한 캐릭터 육성 방식이 게임 내의 상식을 뒤엎으며 점점 무시무시한 존재로 진화하여 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큰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인기 요소?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먼치킨(Munchkin)이라는 용어로 굳어진 세계관 내에서 타 인물과 차별화된 극단적으로 강한 캐릭터가 주인공의 개성을 이루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패키지 게임(Package Games)을 즐기다 게임 에디터를 이용하여 캐릭터의 능력치와 보유 소지금, 아이템 등을 무한하게 늘려 게임의 난이도를 떨어뜨리며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행위는 단순히 게임을 쉽게 하기 위해 행해지기도 하지만 게임 내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갖춤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과금을 하는 이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차이점이 있다면 에디터를 써서 게임 시스템에 대한 우위를 가지느냐, 현금을 들여 다른 유저들에 대한 우위를 가지느냐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역시 에디터를 쓰는 부정행위자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우연과 행운을 통해 실질적으로 먼치킨(일본에서는 치트 캐릭터라고 부릅니다)처럼 게임 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메이플과 플레이 중에 이런저런 일로 엮이는 수많은 고 레벨 유저들이 나오는데, 이 사람들이 실존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공략을 통해 그 위치에 올라갔음이 분명합니다(게임 내 과금 시스템이 있다면 현금도 많이 들었을 테고요). 하지만 메이플은 게임 내에서 강해지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모습은 없습니다. 물론 게임 자체는 열심히 하지만, 공략을 찾아본다거나 육성 스타일을 고민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게임 콘텐츠를 즐기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행운과 우연으로 얻은 스킬과 장비 덕분에 웬만한 고 레벨 유저들 여럿이 덤벼도 이기기 힘든 존재가 되었으니, 완전한 밸런스 붕괴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보면 되는 애니메이션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임 에디터를 쓸 때 개발자들이 고민해 만들고 배치한 함정과 몬스터, 밸런스가 무너져서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며 게임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그냥 메이플이 최고이시다 하며 작품을 감상하면 됩니다. 애니메이션 내 게임 속에서도 말도 안 되는 밸런스 붕괴에 항의해야 하는 유저들조차 항의하기는커녕 메이플 귀엽다만 연발하고 있으니 그냥 그러한 세계관이구나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쯤 되면 이 작품의 수준은 단순한 설정놀음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 볼수록 이렇게 단순한 설정놀음 라이트 노벨을 애니메이션화까지 시킬 정도로 인기를 얻게 한 작가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그 능력이 글쓰기 실력인지, 캐릭터 및 줄거리의 구성 능력인지, 잠재 독자들의 니즈 파악 능력인지까지는 소설을 보지 못하여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요.


3. New World Online

  만약 실제로 이와 같이 운영되는 게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선 밸런스 똥망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건 기본일 것이고, 아무리 그래픽이나 VR을 잘 만들어 두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종료까지 가파르게 달려가는 운영 일정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악식 스킬이 문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하루 10회 제한을 한다거나, 방어력으로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관통 공격을 확대한 것과 같은 임시방편적 패치는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내에서 근본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물론 그랬다면 이 애니메이션 자체가 먼저 끝나버렸을 것 같지만요). 개발진들이 한다는 게 메이플의 플레이 화면을 보고 '이번에는 제발 이상한 짓 하지 말아라……'라고 기도하는 게 전부이므로 이 게임은 비전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플의 비정상적 플레이가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제재가 없었고, 메이플의 강력함은 엄청난 노력 또는 현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육성 스타일과 방법만 어느 정도 정립되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므로 게임 내에서 제2의 메이플이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메이플의 캐릭터 육성방법이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작품 내에서 충분히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유저가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만약 메이플이 최초 육성을 통해 특수한 스킬을 얻어서 이러한 플레이가 유일하게 가능한 유저라고 하면, 그것도 그것 역시 문제입니다. 후발 유저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악평만을 길게 써 둔 것 같은데, 이 애니메이션이 아주 못 볼 정도의 졸작은 아닙니다. 단지 줄거리의 개연성과 소재의 참신성이 없을 뿐이지 전체 이야기 및 개별 에피소드의 흐름 자체는 기승전결 구조를 잘 반영하고 있으므로 가볍게 보고 지나가기에는 큰 무리가 없는 작품입니다. 시간 때우기에는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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