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라임청 만들기
과일청은 만드는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식품입니다. 좀 더 어렵고 복잡하게 졸이거나 발효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단순히 과일을 설탕에 재어 두는 것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한 때 과일청이 효소라는 이름으로 건강식품인 양 홍보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냥 식물의 수분 및 성분이 삼투압으로 추출된 설탕물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그 성분이 건강에 좋을 수도 있지만, 그 소량의 성분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당분이 같이 몸에 들어온다는 사소한 단점(?)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이 약간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과일청은 건강과 큰 상관이 없는 기호식품이라는 것이 주요 요지입니다.
어찌 되었던 단순한 설탕물이나 과당과 여러 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직접 공을 들였기에 더욱 맛도 좋고 향도 좋게 느껴지는 레몬라임청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재료인 레몬과 라임, 설탕을 준비하고 과일 겉면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레몬라임청의 경우 만들 때 과일의 껍데기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이 안의 내용물을 모두 먹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물로만 씻는 것과 비교하여 세척력에 큰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껍데기에 흡착된 여러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흔히 베이킹 소다라고 불리는 탄산수소나트륨을 준비합니다.
겉면을 물로 깨끗하게 씻었다는 전제 하에, 베이킹 소다는 세척에 큰 영향을 주지 못 하므로 끓는 물에 넣었습니다. 만약 세척에 더욱 신경을 쓰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손을 담글 수 있는 물에 베이킹 소다를 녹인 후 과일을 세척하여 주시면 됩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물이 팔팔 끓고 있습니다.
레몬과 라임을 아무리 깨끗하게 씻더라도 과일 껍데기에 세균 또는 곰팡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일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일이 부패할 가능성은 적지만, 혹시라도 숙성 과정 중 겉면의 세균에 의해 부패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해 레몬과 라임을 끓는 물에 살짝 담그고 몇 초간 굴린 뒤 꺼내 줍니다. 레몬과 라임은 껍데기가 두껍기 때문에 과육이 쉽게 익어버리지는 않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담그면 당연히 변성이 일어나므로 끓는 물에 오래 두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과일의 세척을 완료하였습니다. 레몬 3개와 라임 5개의 무게는 758 g 정도 나갑니다. 개인적으로 레몬보다 라임의 양을 약간 많게 넣는 쪽이 과일청의 향기가 더 좋게 느껴졌고, 라임이 약간 작기 때문에 저렇게 구성을 하였습니다.
이제 레몬과 라임을 잘라주어야 합니다. 깨끗이 씻은 칼과 도마를 준비합니다.
레몬과 라임의 꼭지 부분은 과육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라서 버립니다. 물론 과일청 안에 넣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만 저는 완성품의 미관을 위해서 그냥 버렸습니다.
그리고 라임을 얇게 썰어줍니다. 써는 과정에서 씨앗이 나오면 반드시 제거하여 줍니다.
레몬도 마찬가지로 얇게 썰어줍니다. 라임보다 레몬 쪽이 씨앗이 나올 확률이 높으므로 씨앗이 있나를 열심히 관찰하여 줍니다.
레몬과 라임을 모두 얇게 썰어 슬라이스(Slice)를 만들었습니다.
열탕소독한 유리병 안에 슬라이스를 넣어 설탕에 재웁니다. 먼저 바닥면이 보이지 않게 설탕을 넣고, 그 위에 슬라이스를 얹습니다. 그리고 그 과일이 덮일 정도로 설탕을 넣고, 그 위에 다시 슬라이스를 얹습니다. 이 작업을 반복하여 줍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만들 때 설탕을 아끼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과일청이라는 음식이 만들어진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상하기 쉬운 과일을 장기 보존하여 먹기 위한 것입니다. 웰빙 과일청 따위의 허상에 속아 설탕을 최소한도로 조금씩 넣었다가는 과일청이 상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데 맛있는 과일청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칼로리는 높지만 맛있고 오래가는 과일청이 있을 뿐입니다.
슬라이스를 넣고 설탕으로 덮는 작업을 반복하여 시행합니다. 넣다 보면 아래쪽의 슬라이스에서 삼투 현상이 일어나 수분이 나오고, 설탕이 녹기 시작합니다. 저 삼투 현상으로 과일 안에 그나마 남아 있던 세균과 곰팡이도 다 죽어버리므로 장기 보존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슬라이스를 높이 쌓았다면 이제 병의 위쪽을 설탕으로 전부 덮어줍니다. 과일청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슬라이스가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슬라이스가 보이지 않도록 충분히 덮어줍니다.
슬라이스와 설탕을 병 안에 가득 넣은 뒤 병뚜껑을 덮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과일청을 완성한 뒤 약 일주일을 방치합니다. 상온에 두셔도 되고 냉장하셔도 됩니다만, 냉장의 경우 설탕이 녹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뒤, 과일청의 설탕이 대부분 녹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바로 드셔도 되고, 몇 개월 더 숙성시켜도 좋습니다. 솔직히 과일청의 숙성이란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상하지 않는 음식이고, 특별히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금 더 시간을 둔 뒤에 먹을 경우 과일 안에 설탕이 잘 배어들어가고, 슬라이스 안에서도 내용물이 충분히 나와서인지 좀 더 맛있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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