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수국 키우기


  초여름의 상징 중 하나인 수국은 기후만 적합하다면 노지(야외)에서는 키우기 쉬운 편인 식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서울 이남에서는 월동도 잘 되는 편이고, 특별한 관리 없이도 개화 시기가 되면 알아서 꽃도 피기 때문입니다.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라 진딧물과 같은 해충이 발생해도 너무 심하게 번식하지만 않으면 성장과 개화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또한 1~3미터 이상으로 높이 자라지 않는 관목이므로 관리도 용이합니다. 그리고 초여름경 꽃을 보고 난 뒤 시기를 맞추어 6~7월경에 가지치기를 해 주면 이듬해 다시 꽃을 풍성하게 볼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합니다(다만 꽃이 피었던 가지에서는 이듬에 다시 꽃이 피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관상수로 관리하기에 상당히 용이한 나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산수국
  다만 실내에서 키울 경우에는 이야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우선 수국은 햇빛을 상당히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그렇다고 한여름 태양 아래와 같은 완전한 양지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산비탈과 같이 지형 또는 다른 높은 나무가 정오의 강렬한 햇살을 어느 정도 가려주되 하루 종일 햇볕이 잘 들어오는 양지를 좋아합니다. 문제는 이 선호하는 광량의 정도를 정남향 창가가 아닌 이상 주택 베란다에서는 만족시켜 주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광량이 부족할 경우 꽃이 예쁘게 만개하지 못하므로 꽃봉오리가 맺혀 개화할 시기에는 창 밖에 내놓는 등 은근히 신경을 써 주어야 합니다.
  또한 수국은 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목질화가 잘 되지 않는 연하고 얇은 줄기와 넓은 잎만 보아도 이 식물이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수국의 학명인 Hydrangea macrophylla 중 'Hydrangea'가 그리스어로 물그릇을 의미하므로 학명에 수국이 물을 좋아한다는 성질이 반영되었다는 설명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수국 씨앗의 모습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다만 학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자로 수국(水菊)이라고 쓰고 있기는 하니 이름에 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반영되었다는 말이 아주 잘못된 말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다만 수국은 예전에는 자양화(紫陽花)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그 이름이 쓰이고 있고요). 여하튼 수국은 물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화분의 흙이 메마를 경우 죽거나 잎이 많이 상해 관상가치가 떨어지기 쉬운 식물이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온도 조절도 중요합니다. 수국은 가을에 낙엽이 지며 꽃눈과 잎눈이 자리 잡고, 일정 기간 동안 겨울의 추위에 노출되어야 그다음 해에 꽃이 피어납니다. 따라서 집 안 베란다에만 화분을 둘 경우 이듬해에도 꽃은 피지 않고 잎만 무성하게 자라 깻잎을 심어놓은 것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될 확률이 큽니다. 따라서 겨울에는 화분을 밖에 두어야 하는데, 노지와 다르게 화분은 뿌리가 얼어 식물이 동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너무 추운 날에는 다시 집 안으로 들여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다만 온도에 엄청나게 민감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매일 온도를 체크할 필요는 없고, 한겨울 밤 기온이 영하 10도 수준까지 하락하는 경우에만 화분을 집 안으로 들여두면 큰 피해 없이 겨울을 나고 꽃도 볼 수 있습니다.

수국꽃
  마지막으로 원하는 꽃의 색을 보기 위해서는 화분의 토양 조건을 잘 맞추어 주어야 합니다. 일부 수국은 꽃의 색이 푸른색, 흰색, 붉은색 등으로 고정되어 있는 품종도 있지만 대다수의 수국은 토양의 산성도(pH) 및 함유 원소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흔히 토양이 알칼리성일 경우 붉은 꽃이 피고, 산성일 경우 푸른 꽃이 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토양의 pH만을 조정한다고 그 색의 꽃이 피는 것은 또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수국에 흡수되는 알루미늄 이온의 비중 차이에 따라 꽃 색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에 따르면 토양이 중성이나 알칼리성일 경우 알루미늄 성분이 이온화되지 않아 수국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꽃의 색이 붉어지는 것이며, 알루미늄 흡수를 위해 산성 비료(토양의 산성화)와 명반(백반, 알루미늄 이온 함유)을 같이 주면 꽃이 푸른색이 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수국 자체를 실내에서 키우는 것 자체가 까다롭지는 않지만, 원하는 꽃의 색과 수형을 잡고자 하면 은근히 신경 쓸 사항이 많은 식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스 사오리 수국
  제가 키우는 수국입니다. 품종은 미스 사오리(Miss Saori)입니다. 이 품종은 꽃잎의 가장자리에 수국의 색이 드러나고 가운데 부분은 하얀색으로 부드럽게 계조가 나타나는 꽃이 핍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면 이 품종은 붉은색의 꽃이 피어나도록 키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수국을 구입한 첫 해 역시 붉은색의 꽃이 피었었습니다. 다만 저는 푸른색 수국을 좋아하기 때문에 토양의 질을 조금 바꿔 주었습니다. 

꽃봉오리
  꽃이 처음 자리 잡을 때의 모습입니다. 흔히 꽃봉오리가 자리 잡고 충분히 커졌다 싶으면 벌어져 꽃을 피우는 다른 식물과 달리, 수국은 자그마한 꽃들이 많이 생겨나다 이들이 커지며 하나의 꽃이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마 원래의 수국꽃은 작은 진짜 꽃 옆에 큰 가짜 꽃을 만들던 식물인데(산수국 꽃 모양 참조), 진짜 꽃을 퇴화시키고 가짜 꽃판만 크게 개량한 것이 현대의 관상용 수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화 모습이 나타나지 않나 싶습니다.

커진 꽃봉오리
  꽃봉오리가 더욱 커지면 꽃 가장자리의 색이 점점 진해집니다. 동시에 꽃잎 가운데의 초록색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합니다.

만개 직전의 수국꽃
  꽃이 더욱 커지며 만개하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가장자리의 꽃 색은 더욱 진해지고, 꽃잎 가운데 부분은 초록색이 거의 없어져 흰색의 꽃이 되었습니다. 

수국꽃 만개
  수국꽃이 만개한 모습입니다. 가장자리의 색이 꽃 중앙부까지 번지며 짙은 자주색이었던 꽃 색이 연보라색으로 바뀝니다. 식물에 무리가 갈까 봐 토양의 질을 급격하게 바꾸지 않아서인지 붉은색도, 푸른색도 아닌 연보라색의 꽃이 피어났습니다.

수국꽃 정면
  다른 각도에서 본 수국꽃입니다. 나무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 생육 조건이 좋지는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꽃이 크게 피지는 않았습니다.

수국꽃잎 확대
  수국 꽃잎을 좀 더 확대하여 보았습니다. 꽃잎에 부드럽게 잡힌 계조가 인상적입니다.

다른 수국 꽃잎 확대
  아직 푸른색이 부족한 점이 살짝 아쉽지만, 연보라색의 수국도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오래된 수국꽃
  수국꽃은 만개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달 이상을 시들지 않고 유지되므로 관상용으로 매우 좋은 식물입니다. 다만 꽃의 색은 점점 바뀝니다. 제가 키우는 수국꽃 역시 시간이 좀 지나자 꽃의 계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다만 꽃이 시들시들하게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이 상태로도 한참 더 꽃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외에서 키우는 수국의 경우 오히려 이 형태의 꽃이 사진을 찍거나 배경을 꾸미기에는 더욱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붉은 수국
  비교를 위해 작년 동일한 나무에서 피었었던 붉은색으로 만개한 수국 사진을 추가합니다.

페퍼민트 수국
  또 다른 수국입니다. 품종은 페퍼민트(Peppermint)입니다. 아직 어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리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이, 관상용으로 개량된 대부분의 수국은 씨앗을 맺지 못하기 때문에 꺾꽂이(삽목) 등을 통해 번식을 시키므로 이 수국의 원래 나이는 보이는 크기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꽃봉오리 개화
  수국꽃이 개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품종은 꽃이 상당한 크기로 개화할 때까지 색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위의 미스 사오리가 꽃잎 가장자리에 꽃 색이 드러나는 것과 반대로, 페퍼민트는 꽃 가운데에 꽃 색이 드러나고 가장자리가 하얀색이 나타나는 수국이기 때문입니다.

개화한 수국 확대
  다만 크기가 꽤 될 때까지 꽃 색이 드러나지 않아 무언가 조건을 잘못 맞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국 만개
  결국 계조가 없이 밋밋한 연보라색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수국꽃이 피어났습니다. 물론 지금의 모습도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참고로 페퍼민트 수국은 꽃잎 가운데에 수술과 암술의 흔적 같은 모습이 살짝 보입니다.

수국 만개 다른 각도
  자세히 보면 꽃잎 가운데의 색이 조금 더 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개화 조건을 좀 더 잘 맞추어 당초 생각했던 모습의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로 노력해 볼 예정입니다. 

보라색 수국
  페퍼민트 수국 역시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이 달라집니다. 작년의 경우 연보라색에 가까운 꽃이 피었었습니다. 금년에는 푸른색으로 꽃을 피워보려고 하였지만 잘 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