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2000년대 초반 PC용 CPU 등 부품 몇 가지
얼마 전 창고를 정리하다 뜻밖의 물건들을 찾았습니다. 90년대에 출시된 CPU 및 RAM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0년 지금 시점에서 사용하기에는 성능도 그렇지만 작동을 위한 주변 기기도 구할 수 없고, 무엇보다 작동 자체가 가능할지 심히 의문입니다. 그래서 이 물건들이 단순히 장난감 또는 장식품의 역할 이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과거의 추억을 상기시킬만한 소재를 찾아 상당히 반가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1996년 최초 출시된 AMD의 K5 CPU입니다. 이전까지 AMD에서 출시한 CPU는 인텔의 라이선스를 획득하여 제조하거나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의혹을 받았던 제품뿐이었습니다. 하지만 K5는 최초로 AMD가 직접 설계한 CPU로 AMD에게는 의미 있는 제품입니다. 사진의 CPU는 PR150으로 K5 출시 이후 성능이 개선된 후속작으로, K5 시리즈 중에서는 PR166 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1997년 초 출시되었으며, 클럭은 105MHz(0.1GHz), L1 캐시(Level 1 Cache Memory) 24KB의 제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CPU가 모두 그렇지만 주변부에 핀이 있고, 가운데는 발열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디자인 목적으로 부착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히트싱크 비슷한 물체가 붙어 있습니다. 소켓 5 규격에 맞추어 핀이 배열되어 있으며, 소켓 7 규격에서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1999년 최초 출시된 AMD의 K7, 애슬론(Athlon) CPU입니다. 데스크탑 PC의 CPU 중 최초로 1GHz를 돌파한 제품군입니다. 이 CPU의 주요 특징이라면 CPU 코어가 히트싱크에 덮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CPU 쿨러를 설치할 때 실수로 코어가 쿨러의 히트싱크에 눌려 부서지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하였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성능을 자랑하였지만, 그에 맞먹는 발열이 문제가 되던 CPU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열만 잘 잡으면 오버클럭을 하기 쉬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면의 CPU는 AMD Athlon XP2500+ (Barton)이며 클럭은 1,833MHz(1.8GHz), L1 캐시 128KB, L2 캐시 512KB의 제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버클럭이 매우 잘 되는 제품으로 유명했었습니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CPU 수율, 전압이나 램타이밍 등을 조절하여 2.4GHz 이상을 달성하던 분들의 게시물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후면부의 모습입니다. 소켓 A 규격에 맞추어 핀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1998년 출시된 인텔의 셀러론 CPU입니다. 당시 인텔이 데스크탑 PC의 고가형 CPU 시장을 펜티엄 2로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시기, 상대적으로 열세인 저가 시장의 점유율을 올리고자 출시한 CPU가 바로 이 셀러론입니다. 최초 펜티엄 2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L2 캐시를 제거하여 셀러론을 출시했다가 성능 저하가 너무 심해 좋지 못한 평판을 얻고 시장에서 퇴출되었습니다. 이후의 셀러론부터는 소량의 L2 캐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자기시장잠식(Cannibalization)을 막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므로 인텔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CPU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저가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요. 이 CPU는 위의 AMD CPU와는 다르게 전면부 히트싱크에 별도의 표기가 없습니다.
후면부에 CPU의 제원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펜티엄 2 셀러론 멘도시노(Intel Pentium II Celeron Mendocino) CPU입니다. 클럭은 400MHz, L1 캐시 32KB, L2 캐시 128KB의 제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슬롯 1 형태로 메인보드에 장착되는 형태였습니다. 이 CPU 역시 오버클럭이 상당히 잘 되던 제품이었는데, 위의 바톤과는 시대가 약간 차이가 나 어떤 제품이 더 인기가 좋았는지 일률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현재는 SK 하이닉스의 모체 중 하나인 LG반도체에서 만든 RAM입니다. 아래쪽 램의 칩셋은 GM71C17400BJ7 라고 쓰여 있는데 조회 결과 2007년 산 칩셋이라고 나와 무언가 오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GM71C17400AJ7 이 아닐까 싶고, 그 경우 이 램의 용량은 16MB가 됩니다.
위쪽 LG반도체가 아직 금성반도체이던 시절 생산했던 4MB RAM의 칩셋 모습입니다. 꽂혀 있는 칩셋 이름인 GM71C4400BJ70 으로 찾아본 결과 램 용량이 4MB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91년 최초 출시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256MB RAM입니다. 2002년경 출시된 제품입니다. 위의 제품들과는 거진 10여 년의 차이가 나는 신제품(?)입니다.
약간 오염되기는 하였지만 제원 스티커가 붙어 있어 성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보존 상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부품들이 지금은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 제품들이 제대로 기능하던 시기를 돌아보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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