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블루베리 키우기


  블루베리는 진달래과의 식물로, 넓게 분류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지(북반구)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통칭합니다. 다만 우리가 '블루베리'라고 인지하는 열매를 맺는 식물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식물을 작물로 개량한 나무로, 외래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 키울 경우 풍토가 맞지 않아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거나 심지어 고사할 수도 있고, 결실량이 적어나 아예 결실을 맺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블루베리 꽃
  가정에서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집에서 키워 열매를 맺게 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블루베리 나무는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어느 정도 목질화가 된 이후라면 원칙적으로 직사광선을 쐬어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울 경우 광량이 부족하여 식물이 웃자라거나 죽을 수 있습니다. 개인주택이라면 마당이나 옥상에, 공동주택이라면 베란다 밖에 화분을 두는 것이 좋고, 밖에 화분을 두기 힘들 경우 최대한 일조량이 풍부한 곳에 블루베리를 가져다 두어야 합니다. 만약 본인의 집이 타워형 아파트와 같이 정남향이 아니고, 외부에 화분을 내놓을 공간이 없으며, 창문이 작거나 짙게 선팅이 되어 있는 경우라면 블루베리를 키우는 것을 다시 고려해 보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로 화분의 토양을 잘 꾸며 주어야 합니다. 블루베리는 물 빠짐이 좋은 산성 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에 피트모스(Peatmoss, 습지나 늪 등의 식물이 퇴적되어 만들어지는 토양)를 주로 사용하고, 물 빠짐과 통기를 돕기 위해 마사토나 펄라이트(Pearlite, 진주암을 가열하여 팽창시킨 인공 암석)를 상당량 섞어 화분의 토양을 꾸며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피트모스가 아니면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니므로 적당한 원예용 상토 및 화학 비료를 이용하여 키워도 생육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나무가 자라는 속도나 열매 결실량이 좋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집에서 대량의 결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제약조건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온도를 잘 조절하여 주어야 합니다. 블루베리 품종의 상당수가 우리나라의 겨울 한파를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중부 지방에서는 노지 월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 년 내내 밖에서 화분을 키울 계획이라면 월동이 가능한 품종을 잘 선택하여야 합니다. 또한 블루베리는 활엽수로, 가을과 겨울을 나며 7도 이하의 온도에 노출되어 낙엽을 떨구어야 이듬해 꽃이 피는 식물입니다. 실내의 경우 베란다라고 해도 한겨울 전까지는 평균온도가 10도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제 때 낙엽을 떨구고 잎눈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초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야외의 온도에 노출시켜 낙엽이 지게 하고, 날씨가 추워져 월동이 불가능한 한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에 들여놓는 편이 좋습니다. 실내에서만 키울 경우 제 때 낙엽이 지지 않아 식물의 생장 환경이 어그러져 결국 고사하게 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집에서 블루베리 키우기는 상당히 난도가 있는 작업입니다. 다만 베란다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낙엽이 질 정도로 실외와의 온도 차이를 크지 않게 맞추어 주고 월동 대책을 충분히 세우는 등 위의 조건만 맞추어 줄 수 있다면 육성 난이도는 급격히 하락합니다. 이 경우 물과 비료만 제 때 주면 자기가 알아서 잘 크는 수준입니다.

블루베리 스타
  4년생 스타(Star) 품종입니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남부 하이부시(Southern Highbush)로 분류되는데, 1m 내외로 높게 자라지 않으며 다른 종류에 비해 내한성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열매의 당도가 약간 높은 편입니다. 처음 블루베리를 키울 수 있나 실험용으로 한 그루를 구매하였습니다. 당초 자가수분이 잘 안 된다고 들었는데, 키워보니 스스로 열매를 잘 맺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루베리 핑크 레모네이드
  4년생 핑크 레모네이드(Pink Lemonade) 품종입니다. 찾아보니 분류가 애매한 것으로 나옵니다. 열매가 분홍색인 것이 주요 특징이라고 합니다. 핑크색 블루베리라고 하니 검은색 백조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모순적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실제로 열매를 보지는 못 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꽃을 피웠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블루베리 꽃
  블루베리는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뭉쳐서 피어납니다. 아무래도 가정에서 키우다 보니 일조량이 부족해서인지 꽃이 많이 피지도 않았고, 사진 우측 하단과 같이 피었던 꽃도 그냥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꽃 내부
  꽃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노란색 또는 갈색 부분이 수술이고, 꽃 바깥까지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암술입니다. 꽃잎의 모양이 은근히 블루베리 열매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시들기 전의 블루베리 꽃
  꽃이 피고 일주에서 이주 정도 지나면 꽃이 시들기 시작합니다. 이 때는 아직 수정이 되었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외라면 벌레나 바람이 수정을 도와주겠지만, 실내는 그러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인공 수정을 해 주거나, 블루베리가 자가 수분이 되는 품종이어야 합니다. 

시든 블루베리 꽃
  꽃잎이 완전히 시들어버릴 때쯤에 씨방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만약 수정이 되지 않았다면 꽃과 함께 씨방 부분까지 노랗게 시들어 버립니다.

커지는 씨방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면 이제 확연히 커진 씨방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완전히 시들어버리고, 열매가 될 부분만 초록색이 유지되기 때문에 확연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익어가는 씨방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점점 커지고, 꽃받침 부분부터 점점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덜 익은 열매
  위의 상태에서 약 한 달 정도가 지난 뒤 블루베리 열매의 모습입니다. 아직 익어가고 있는 중이라 열매마다 책이 다릅니다. 초록색에서 보라색을 거쳐 짙은 남색으로 변하며 열매가 익어갑니다.

다 익은 열매
  다 익은 블루베리의 모습입니다. 이제 우리가 흔히 보는 블루베리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블루베리 나무를 밖에서 키울 경우 열매가 보라색으로 물들어갈 때부터 새를 주의하여야 합니다.

다 익은 블루베리 열매
  4년생 스타 블루베리 나무에서 약 30여 개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핑크 레모네이드 블루베리는 꽃도 조금 늦게 피었고, 열매가 빨리 자라지 않아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양도 얼마 되지 않고, 관리하는 노력과 비용을 생각하여 보면 사 먹는 편이 훨씬 싸기는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블루베리를 키우면 열매가 다 익을 때를 기다려 수확할 수 있어 열매의 당도가 높아 맛있다는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유실수를 키울 때만 느낄 수 있는 수확의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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