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월계수나무 키우기
월계수는 지중해 주변의 남유럽이 원산지인 나무로,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음식이나 조경, 신화 등의 전반적인 유럽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식물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다프네(Daphne)가 아폴론(Apollon) 신의 구애를 피하기 위해 변한 것이 월계수이고, 아폴론이 그 뒤 월계수로 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월계관은 올림픽 등의 운동경기에서 승자에게 수여되는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 덕분에 월계수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인 Laurel이 월계수라는 본 뜻 외에도 명예, 영광의 뜻을 함께 가지며 지금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서양의 신화와는 다르게, 월계수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큰 연관이 있는 나무는 아닙니다. 최근까지 쉽게 볼 수 없었기에 역사적으로 무관한 나무이기도 했고, 현재 남부지방에서도 월동이 쉽지 않은 수종이기 때문에 대량 재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로 활용되는 부위인 잎의 경우도 나무의 원산지인 남유럽 지방에서 매우 싼 가격에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어 국내 재배가 채산성이 맞지 않는 이유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만 고기의 잡내를 없앨 때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수육 등을 만들 때 말린 잎을 같이 넣어 삶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국내에서도 소수나마 점점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식물이기도 합니다. 이는 월계수 잎이 잡내를 잡기 위한 전통적(?) 재료인 된장, 소주, 생강 또는 마늘 등과는 또 다른 풍미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월계수 나무를 약 8년간 가정에서 키운 뒤의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우선 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낮은 온도로 성장이 멈추어 버리는 것도 있고, 초봄부터 새 잎이 연두색으로 올라오기는 하지만 낮은 광량 때문에 빨리 자라지 못하는 점도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월계수는 자웅 이주 식물이라고 들었는데, 위에 서술한 대로 기후 및 광량이 맞지 않아 꽃이 피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 나무가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여부도 아직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악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조금씩이나마 자라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잎을 확대한 모습입니다. 초봄에 새로 난 잎은 아직까지 연두색을 띠고 있습니다. 짙은 녹색의 잎은 새로 난지 대략 1년 이상 지난 오래된 잎입니다. 저 잎을 말려서 향신료(Bay leaf)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나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생 잎을 얻을 수 있어서, 요리할 때 말린 잎을 대신하여 몇 번 사용했던 적이 있습니다. 월계수 향이 더욱 강하게 나는 것은 확실하지만, 마른 잎을 조금 더 넣어 쓰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는 사실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사실 바로 위에서 월계수 잎을 요리에 활용한다고 했지만 수육 삶을 때 외에는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유럽 요리를 할 경우에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잎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나무를 키우기보다 시중에서 구매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이 나무는 관상수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선 잎의 모양이 타원형의 짙은 녹색으로 두꺼우며 광택이 있습니다. 또한 잎 주변부에는 약간의 톱니 비슷한 모양이 있어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나뭇잎을 비비면 월계수 특유의 향이 손끝에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또한 나무줄기가 굉장히 연해서 수형을 잡기가 용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외 조경수로 활용할 수는 없지만, 실내 관엽수나 분재 등으로 키우기에 상당히 용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 나무입니다. 다만 위에서 계속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실내에서의 성장은 상당히 더디므로 묘목을 원하는 수형으로 키워내기까지의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월계수 나무는 해충이 잘 달라붙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실내에서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딧물, 응애, 개각충(깍지벌레의 일종) 등이 번식하여 몇 번을 구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중 제일 질긴 해충이 사진에 보이는 개각충이었습니다. 진딧물과 응애는 화분을 반나절 가량 물속에 담가놓았다 꺼낸 뒤 약을 치는 방법을 몇 번 반복하니 구제가 되었는데, 이 벌레는 몇 년째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 잡았다고 생각하고 화분을 두면 몇 달 뒤 다시 번식을 하더라고요. 실내에서 키우다 보니 비오킬과 같은 퍼메트린(Permethrin) 성분의 농약 외에는 쓰기가 힘든데, 개각충의 경우 스스로 만들어낸 밀랍 껍데기 덕분에 농약에 잘 노출이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결국 주기적으로 약을 치면서 벌레가 눈에 보이면 손으로 잡아 주는 방식으로 구제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고로 벌레를 손으로 잡고 있다 보면 벌레에서 월계수 향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맞지 않는 나무이기 때문에 키우기가 마냥 수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내(베란다 쪽 밝은 창가)에서도 잘 살고, 어떠한 면으로는 성장이 느린 점이 오히려 가정용 관상수로 적합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종 얻을 수 있는 월계수 잎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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