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용어의 적절성에 대한 의견


  2010년대 초반 이후부터 2020년대의 국내 및 국제 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입니다. 아직 구독경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략 "소비자가 특정 기업의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이용하며 대가를 지불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특정 재화 또는 서비스를 소비자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기업이 구축 또는 소유한 플랫폼(Platform, 소비자가 동일 또는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특정 주체(기업)가 통합하여 관리 및 제공하고, 이용자들의 행태를 기반으로 산출된 빅데이터(방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및 분석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산출하는 것)를 이용하여 더욱 많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을 통해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료를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독경제 초기 모델

  사실 우리는 이와 같은 구독경제의 보기(모델)를 예전부터 익숙하게 접한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정수기 대여(렌털) 사업입니다.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깨끗한 물 공급)를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필터 청소, 정수기 교체, 정수 공급 등)하여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모습은 현재 이슈가 되는 구독경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최근의 구독경제는 그 서비스 분야가 크게 넓어졌고,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더욱 치밀하게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같은 시기에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공유경제의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주로 플랫폼을 관리하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원천적인 재화 또는 서비스의 대부분을 직접 소유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독경제의 경우 플랫폼을 관리하는 기업이 원천적인 재화 또는 서비스를 직접 소유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독점적인 이용 권리를 가지고 있어 공급되는 재화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이 필요(인프라 구축, 빅데이터 수집 및 시장 점유율 상승을 통한 수익 창출 시점까지의 운영 등)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으며,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의 집중이 일어난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논의되고 있어 굳이 새로울 것도 없는 구독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과연 '구독경제'라는 용어가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입니다. 구독경제의 구독은 Subscription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번역한 단어입니다. 그리고 구독(購讀)이라는 단어는 "신문이나 잡지, 책 따위의 간행물을 사서 읽음.(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구독이라는 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물은 인쇄매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쇄매체의 뜻을 확장하여 콘텐츠(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조(정의))"로 활용하였다고 해석하면 딱히 어색한 쓰임새까지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라고 해도 하나 문제가 있는 것은 "구독"이라는 단어에는 원래 주기적으로 이용료를 지불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구독'에는 주기적 이용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우리가 통상 '구독'이라고 이야기하는 단어는 원래 '정기 구독'이라고 쓰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인쇄매체를 구독한다고 이야기할 경우 그 안에는 '일정 기간 반복하여 주기적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통상적인 자연어를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개념을 정의하는 경우 또는 학술적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영어 단어 Subscription에는 분명 '일정 기간 동안의 이용' 및 '비용 지불'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독경제의 주요 개념에는 개인이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 외에도 주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한다는 개념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므로, 기존의 '구독'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의 발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구독'이라는 단어 수준으로 짧고 익숙한 단어를 찾는 게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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