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블루 모스크)
이스탄불(İstanbul, Istanbul)은 인류 문명에서 매우 큰 족적을 남긴 도시입니다. 이전 아야 소피아(하기아 소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 언급하였었지만 천 년간 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의 수도로 번영하던 콘스탄티노폴리스(Constantinopolis)를 1453년 오스만 투르크가 점령하고 도시명을 이스탄불로 변경한 뒤 1922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기 이전까지 이 도시는 세 대륙을 아우르는 거대 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하였습니다. 크리스트교(그리스 정교)의 중심 지였던 이 도시는 오스만 투르크의 통치기간을 거치며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많은 외관과 기능이 변화하였는데, 블루 모스크 역시 그 과정에서 새로이 축조된 건물입니다.
블루 모스크(Blue mosque)의 정식 명칭은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Sultan Ahmet Camii)입니다. 내부의 푸른 타일 덕분에 블루 모스크라는 이명이 생겼습니다. 내·외부의 푸른색 타일 때문에 블루 모스크라는 이칭을 가지게 된 모스크는 여러 지역에 존재합니다만, 1616년에 완공된 이스탄불의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와 1465년 최초 건립된 이란 타브리즈에 위치한 블루 모스크(마스지드 카부드, Masjed-e Kabūd)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스크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말 방문 당시 술탄 아흐메트 고유적 공원(Sultanahmet Arkeolojik Park)에서 바라본 블루 모스크의 전경입니다. 아야 소피아(Ayasofya) 쪽에 가까운 위치에서 서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블루 모스크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인 6개의 미나렛(Minaret)을 한 컷에 담지 못하였습니다. 아야 소피아와 비교하여 블루 모스크의 크기가 조금 더 작아 약간 평가절하되는 감이 있지만, 이 건축물도 역시 거대한 문화유산 중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은 모스크의 전경입니다. 총 6개의 미나렛 중 2개의 미나렛이 수리 중이었습니다. 이 사진에서 수리 중인 미나렛은 하나만 보이네요.
건물 중심부인 돔 부분을 가장자리로 배치해야 미나렛 6개가 전부 보입니다. 아까부터 미나렛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한 이유는, 통상적으로 미나렛의 숫자가 모스크 설립 후원자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황제(파디샤, Padishah)가 건립한 모스크는 4개의 미나렛을 세우게 되고, 이 모스크는 아흐메트 1세가 건립을 지시하였으므로 4개의 미나렛이 세워지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스크에 6개의 미나렛이 세워지게 되고, 이 숫자는 당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모스크 중 하나이자 성지 메카에 위치한 카바 신전의 미나렛 숫자와 동일했습니다. 결국 아흐메트 1세는 메카 카바 신전에 1개의 미나렛을 추가하여 7개로 만듦으로써 성지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현재 카바 신전의 미나렛은 9개입니다).
통상적으로 미나렛이 6개가 된 이유로 아흐메트 1세가 '금'으로 된 모스크를 세우라 명령하였는데, 그 명령을 따르기가 재정적으로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터키어로 금과 숫자 6의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하여 미나렛이 6개인 모스크를 세웠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의심이 드는 이야기인데, 수도 한복판에 세우는 종교시설이 통상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감히 성지와 비슷한 권위를 표현하는 높은 첨탑을 6개나 세웠는데 황제가 그 사실을 완공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게 잘 믿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금으로 세우라고 했는데, 외부에도 금박 한 장조차 보이지 않고, 모스크 내부에 금이 있나 없나를 축조가 끝날 때까지 알아볼 수 없는 상황도 아니었을 테고요. 아마 아흐메트 1세가 다른 오스만 제국의 황제들보다도 더 높은 권위의 모스크를 세워 보고 싶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미나렛의 숫자를 늘리면 종교적인 비난을 받을 것이 뻔하므로 일부러 저러한 이야기를 지어내 6개의 미나렛이 세워진 것이 자기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면피용 일화를 만들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메카의 미나렛을 추가로 지었다라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론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주위의 가로수를 피해 모스크의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돔 및 미나렛 등의 구조물 위에는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 또는 별 모양의 금색 장식이 있는데 건물과 가까운 위치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미나렛은 높고 얇은 첨탑 형태의 건물이라 꼭대기를 바라보면 장식이 보입니다.
모스크 안쪽 정원에서 건물 입구를 바라보면 보이는 모습입니다. 아랍어로 '일일 기도와 중간 기도를 지켜라'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일일 기도야 이슬람 신자들이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의무(살라트, Salat)를 말하는 것일 텐데, 중간 기도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네요. 아마 금요일 기도(Salat al-jumu’ah)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모스크 입구에서 보이는 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슬람에서 기도하기 전에 손과 발을 닦던 세정대입니다. 예전에는 쓰였으나 이제는 사원 외부에 별도의 세정대가 따로 있고 이 세정대는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모스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거대한 돔들을 지탱하기 위해 사용된 아치가 유려하게 연결되어 디자인을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안쪽 정원에서 보면 아치와 기둥이 연속하여 건물을 감싸고 있는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모스크의 입구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부의 푸른 이즈니크 타일도, 거대한 돔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높은 천장도, 화려하게 장식된 기둥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저 기둥들은 원래 있는 기둥이 아니라, 보수공사를 위한 구조물을 지탱하기 위한 임시 시설물입니다. 그나마 원래의 모습을 본따 그림을 그려둔 점이 마음의 작은 위로가 되네요.
저 멀리 모스크에 설치하는 설교단인 민바르(Minbar)가 보입니다.
블루 모스크는 현재도 신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모스크이므로, 해가 뜨거나 질 때 기도시간과 겹쳐 관광객은 입장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운 좋게 그 시간에 입장에 성공하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화려하게 빛나는 타일 및 장신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은 잘 맞추었네요. 보수공사 기간을 못 맞추어서 그렇지…….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 설치한 듯한 구조물입니다. 천장은 원래 저런 모습이라고 합니다. 직접 보고싶네요…….
옆면에는 모스크의 평면도와 지붕의 문양을 표시한 그림이 있습니다.
그래도 가림막이 처지지 않은 부분을 통해 이 모스크가 매우 화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의 타일은 시간이 지나며 점점 색이 변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타일이 더러워지는 수준이 아니라 색이 바래거나 변색이 되어 청소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이기에 이렇게 주기적인 보수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필요성은 알겠는데 왜 하필 제 방문 시점과 모스크의 보수 시기가 맞물리게 되었는지…….
내부에도 기하학적인 무늬로 꾸민 아치와 기둥이 줄지어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대로 블루 모스크는 관광객이 찾는 문화유산이기 이전 종교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모스크입니다. 그래서 다른 유적지에 비해 일반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가 많이 있습니다. 가운데의 목재 울타리 너머의 공간은 오롯이 종교 활동만을 위한 장소입니다. 현재까지 운영하는 모스크이기 때문에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은 많지만 시설의 관리는 맞은편 아야 소피아보다 훨씬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블루 모스크의 북서쪽으로는 술탄 아흐메트 광장(Sultanahmet Meydanı)이 있습니다. 예전 비잔틴 제국 때 경기장이 위치한 장소였다고 하지만, 현재는 위 사진에 보이는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Theodosius Dikilitaşı)와 몇 가지 기념물이 위치하고 있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광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t Camii, Sultan Ahmet Mosque)
블루 모스크(Mavi Cami,Blue Mosque)
Sultan Ahmet, Atmeydanı Cd. No:7, 34122 Fatih/İstanbul, Türki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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