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해외직구는 배송이 조금 느리고, 원칙적으로 재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국내 구매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편리해졌습니다. 특히 제품의 품질이 균등하고 불량률이 낮으며 부피가 작은 공산품의 경우 국내 판매가에 비해 해외 제품의 가격이 더 싼 경우도 많기 때문에 AS를 포기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해외 구매가 상당히 좋은 선택지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얼마 전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크루셜 발리스틱스(Crucial Ballistix)의 DDR4 32GB RAM(16GB 2EA)을 108,6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습니다. 2021년 1월 기준 16GB의 DDR4 2666~3200 MHz(PC4-21300~25600) 단품이 7만 원대 중후반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가격입니다. 현시점에서 램은 DDR5로 주력 제품이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이므로 DDR4는 미래를 생각하면 큰 장점이 없기는 하지만, 2017년 구매한 컴퓨터를 아직까지 큰 불편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포토샵 작업 등을 위해 저렴하게 램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치기에 매우 아까웠습니다.
상품 포장은 매우 작았습니다. 램이 작고 얇으며 웬만한 충격을 받는다고 망가지는 제품도 아니니 포장 크기가 작은 게 충분히 납득됩니다.
제품 포장 전면부의 모습입니다. 포장을 뜯지 않아도 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장 상단에 표기되어 있는 내용을 조금 더 설명하여 보자면, 크루셜(Crucial)은 미국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Inc.) 사의 브랜드이며, 발리스틱스(Ballistix)는 오버클럭이 되어 있어 보다 기본 램에 비해 보다 고성능을 보여주는 튜닝 램에 붙는 상표입니다.
제품 후면부의 모습입니다. 한국어를 포함한 많은 언어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겉 포장지를 벗기면 플라스틱 포장지 안에 램 두 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멋지게 붙어있는 방열판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이며, 아래 저와 같이 고생할 수 있는 다른 분들을 위해 램 관련 정보를 추가로 기재하여 두도록 하겠습니다.
· 클럭 : 3200 MHz
· 전압 : 1.35v
· 램 타이밍 : 16 - 18 - 18 - 36 (CL - tRCD - tRP - tRAS)
기존에 쓰고 있던 삼성전자의 16GB 2133 MHz (PC4-17000) DDR4 램을 제거하고,
새로운 램을 램 뱅크에 끼운 뒤 전원을 넣었는데…… 부팅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제품 불량인 줄 알고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부팅이 되지 않는 문제는 기존의 램을 같이 끼우니 바로 해결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오류는 인텔 스카이레이크(6세대) CPU 자체가 3200 MHz의 램을 지원하지 않아 발생하는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동작 클럭 2133 MHz ~ 2400 MHz 수준의 램까지만 안정적으로 지원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드 자체에서 자동(Auto)으로 설정되어 있는 클럭을 변경하여 주기도 해 보고, 위에 기재한 전압과 램 타이밍(메모리 타이밍)을 참고하여 수동으로 값을 넣어 주기도 해 보았는데 정상적인 부팅은 결국 실패하였습니다.
혹시나 싶어 메인보드 바이오스도 업데이트하여 보았는데, 효과는 전혀 없었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라면 램 설정을 수동으로 조정하여 정상적으로 부팅이 된다고 해도 해당 시스템을 실사용하기에는 큰 위험이 따릅니다. 왜냐하면 방전이나 장기간의 방치 등으로 시모스 설정이 풀리는 순간 다시 시모스 화면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래 빼 버리려 했던 기존의 램을 새로운 램과 함께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클럭 차이가 나는 램 여러 개를 꽂아 두면 제일 동작 클럭이 낮은 램을 기준으로 램이 작동되는 원리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덕분에 램 부자가 되었습니다. 현재 수준에서는 48GB까지 쓸 일도 없고, 고 클럭의 36GB를 바라고 저 제품을 구매한 것인데 참…… 가슴이 아프네요. 물론 가격이 낮은 것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제품의 모든 성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매우 속이 상합니다.
업그레이드인지 옆그레인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언가 바꾸었으니 버릇처럼 3DMARK를 돌려봅니다. 먼저 기존 16GB 시스템에서는 6,435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새로 48GB로 업그레이드 한 뒤 돌린 벤치마크 점수는 6,401로 오히려 34점이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이 차이는 그래픽 점수가 살짝 감소하여 발생한 차이이며, 측정범위 이내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차이입니다. 결국 업그레이드 이전과 이후의 게임 구동을 위한 성능의 향상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흑흑흑…….
다음은 본 업그레이드의 주목적이었던 포토샵을 실행하여 보았습니다. 먼저 컴퓨터를 부팅한 직후 포토샵 프로그램을 켜기만 한 아이들(Idle) 상태에서 확인한 작업 관리자입니다. 메모리는 약 5GB 정도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RAW 파일을 자동 후보정 후 한창 저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확인한 작업 관리자입니다. 메모리가 약 12GB 정도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커밋됨에 표기된 19.6GB의 사용량 및 캐시 된 메모리도 10GB 정도 있으므로 기존 램 용량이 16GB였던 시절에 비해 작업 속도가 향상되긴 했겠지만…… 이 효과는 36GB에서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게다가 고 클럭으로 더욱 빠르게 누릴 수 있었겠지요.
더욱 가슴이 아픈 건 CPU가 이미 100%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참고로 해당 작업은 GPU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중앙처리장치의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면 램이 48GB가 아니라 48TB 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인텔 스카이레이크 6700k CPU에서는 램 36GB 정도면 본연의 성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원래 계획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업그레이드였지만, 그래도 싼 가격에 램을 늘릴 수 있었다는 점으로 마음을 달랠 생각입니다. 어차피 램은 다다익선이니까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