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는 얼마나 위험할까


  2022년 현재까지의 주식시장은 작년과 재작년의 활황이 마치 거짓말같이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자주 돌아다니는 "물리고 나니 별 생각이 다 들지?"라는 말 그대로 별 생각이 다 드는 요즘이기에 레버리지 ETF에 대하여 간단한 이야기나 몇 줄 써 볼까 합니다.

  먼저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란 기초 자산으로 삼는 특정 지수의 등락률을 추종하는(따라가는) 펀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시총이 동일한 A, B 두 회사의 주가를 동일한 비중으로 추종하는 ETF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A의 주가가 10%, B의 주가가 20% 올랐을 때 해당 ETF의 가치는 15% 상승하는 식입니다. ETF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에 비해 위험의 분산이 가능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정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 예로 든 ETF에서 A의 주가가 10% 오르고, B의 주가가 -20% 하락하였을 때 해당 ETF의 가치는 -5% 가 되어 B에만 투자하였을 경우에 비해 손실이 적어집니다. 물론 이는 반대로 뒤집어서 A에만 투자하였다면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즉, 위험을 분산한 만큼 수익도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ETF에 대한 설명이야 훨씬 자세하고 알기 쉽세 해 두신 전문가 분들의 글이 많으므로, 오늘의 주제인 레버리지 ETF(Leverage ETF)에 대하여 바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해당 ETF가 추종하는 지수와 관련된 파생상품의 거래를 통하여 추종하는 지수의 변동폭 이상의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추종하고자 하는 지수의 2배 레버리지 ETF가 있을 경우 해당 지수가 5% 오르면 그 ETF는 10% 상승하고, 지수가 -10% 가 되면 ETF는 -20% 가 되는 식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하면 오히려 수익이 나게 설계된 상품도 있는데, 해당 상품은 인버스 ETF(Inverse ETF, 혹은 인버스 펀드)라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시장에는 추종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ETF만 존재하지만, 해외 시장에는 추종 지수의 3배, 혹은 5배의 변동이 일어나는 상품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레버리지 ETF로 QLD(나스닥 100의 2배), TQQQ(나스닥 100의 3배), SOXL(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3배) 등이 있으며, 위에 이야기한 5배 추종 ETF로는 영국의 5QQQ(나스닥 100의 5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레버리지 ETF(인버스 ETF도 포함)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이는 추종하는 지수가 상승하지 않고 하락 또는 횡보한다면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 흔히 예금 또는 적금 등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복리의 효과'가 음수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변동성이 발생할 때 레버리지 ETF가 위험한지에 대하여 아주 간단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ETF 운용수수료를 제외하였고, 괴리율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상적인 가정 하에 시뮬레이션을 작성하였습니다.


1. 왜 사는가


  레버리지 ETF를 사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가 상승 시 원 지수 이상의 큰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승 시의 시뮬레이션
  1% 하락과 5% 상승을 10회 반복하였을 경우의 예시입니다. 원 지수가 21.4%p 상승하였을 때 2배는 45.6%p, 3배는 72.7%p, 5배는 136.1%p 상승하였습니다. 최종 시점에서 21.4%p 의 배수와 각 상품의 배수 간의 차이가 있는데, 그 이유는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가치를 배수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점의 지수 등락 비율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입니다.

상승 폭이 더 클 경우의 시뮬레이션
  조금 더 짜릿하게 1% 하락이 한 번 발생한 뒤 5% 상승 두 번이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하였습니다. 원 지수가 겨우 28.7%p 상승하였을 때 2배는 63.4%p, 3배는 104.8%p, 5배는 210.7%p 로 엄청나게 상승하였습니다.

하락 시의 시뮬레이션
  물론 이는 지수 하락 시에는 그대로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2022년 올해 상반기 한창 변동성이 심하던 시점의 나스닥이 몇 번 보여주었던 "플삼마오"(3% 상승, 5% 하락)가 5회 반복되었다고 가정하였습니다. 이때 원 지수가 -10.3%p 하락할 동안 각각의 상품은  2배 -21.0%p, 3배 -31.7%p, 5배 -52.3%p 의 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2. 지수 횡보 시 왜 위험하다고 하는가

  횡보장의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강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의 뚜렷한 추세 없이 일정 구간에서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보시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제일 기본적인 형태로, 추종 지수가 매일 ±5%씩 등락을 반복하였을 때의 결과입니다.

완만한 하락 시의 시뮬레이션
  당연한 말이지만, 같은 비율로 상승과 하락이 반복하면 해당 지수는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됩니다(하락하는 비율보다 높은 비율로 상승하여야 원금 보전 가능). 기간이 길어질 수록 2, 3, 5배 상품의 손실률은 점점 불어나게 됩니다. 5%씩 10번 반복하였을 뿐인데, 원 지수가 -1.2%p 하락하는 동안 2배는 -4.9%p, 3배는 -10.8%p, 5배는 -27.6%p의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횡보 시의 시뮬레이션
  이번에는 상승폭(5%)은 그대로이지만, 하락률을 조정(-4.8%)하여 원 지수의 하락이 없는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10번 등락을 반복한 뒤, 원 지수의 가치는 거의 그대로(-0.2%p 하락)이지만 2배는 -2.8%p, 3배는 -7.6%p, 5배는 -22.6%p의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지수 횡보 시에는 레버리지 상품 쪽이 누적되는 손실이 압도적으로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참고로 위의 표는 횡보장만을 다루고 있는데, 하락장 역시 마찬가지로 손실 누적이 적용됩니다. 하락에 따른 손실 폭에 보유기간 따른 손실이 합쳐져 계산되어 표시가 나지 않을 뿐입니다.

횡보하되 등락폭이 더욱 클 경우의 시뮬레이션
  이번에는 최종적으로는 원 지수의 하락이 없는 전제조건을 유지한 채 상승폭을 두 배(10%)로 조정하고, 하락률을 이에 맞추어 같이 조정(-9.1%)하였습니다. 10번 등락을 반복한 뒤, 원 지수의 가치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2배는 -8.9%p, 3배는 -24.6%p, 5배는 -63.5%p의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변동폭이 클수록 수익과 손실이 누적되는 레버리지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3. 무조건 위험한가

  위의 예시들만 보면 레버리지 ETF의 장점이 크게 없어 보입니다. 상승장에서야 두말할 나위 없이 장점이 크지만, 횡보 또는 하락 시에 누적되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워렌 버핏도 강조한 바와 같이 투자 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 것(Never lose money.)"입니다. 그렇다면 레버리지 ETF들은 안정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먼, 도박성의 상품으로만 보아야 할까요.
  2022년 8월 말 경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의 나스닥 연평균성장률(CAGR)은 약 -0.05%였습니다. 등락을 364회 반복하기에는 칸이 너무 많이 필요하므로 10회로 제한하여 살펴보면, CAGR은 대략 -1.95% 정도가 나오므로 이를 반영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1년 나스닥 CAGR 반영 시뮬레이션
  매번 일정하게 떨어지기만 하였다는 가정 하에서의 각 상품별 손실률입니다. 지수가 -17.9%p 하락하였을 때 2배는 -32.8%p, 3배는 -45.3%p, 5배는 -64.2%p의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손실률이 원 지수에 비해 2, 3, 5배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인데, 이는 기간도 줄이고 동일한 비율로 하락한다는 가정으로 손실률을 계산하였기 때문입니다.

2020년부터 2022년의 나스닥 차트
  이제는 조금 더 실제와 유사하게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9월 29일 나스닥 종가는 10,737.51 입니다. 거의 2년 전인 2020년 9월 23일의 나스닥 종가가 10,632.99 으로 유사하므로 이므로 이 날을 시작점으로 잡고, 419일 뒤인 2021년 11월 22일 최고점인 16,212.23을 기록한 뒤 311일 뒤 지수가 10,737.51 에 도달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물론 이 가정도 매일의 등락폭을 모두 반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값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419일 간 매일 0.101% 상승하고, 311간 매일 -0.132% 하락할 경우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2년 기간 동안의 시뮬레이션
  최초값과 최종 값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위의 두 표를 보았을 때 레버리지 ETF는 주가 등락 이외의 다른 위험은 크게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만……

4. 결론

시뮬레이션과 실제 ETF 비교
  현실은 시뮬레이션과 다릅니다.
  해당 기간 시뮬레이션의 값과 ETF의 실제 가격을 비교하여 보면 많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5배는 2021년 상장하였으므로 비교군에서 제외). QQQ는 오히려 시뮬레이션보다 2%p 높은 가격인 것에 반해, QLD는 -12%p, TQQQ는 -32.2%p의 비율만큼 시뮬레이션보다 낮은 가격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각 ETF의 구성 종목 차이도 있지만 시뮬레이션 시 무시한 각종 변수도 반영되었고, 무엇보다 실제 주식시장의 변동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입니다.
  위의 시뮬레이션 중 최종적으로 원 지수는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5%와 -4.8%가 10회 반복되는 경우보다 10%와 -9.1%가 반복되는 경우의 레버리지 ETF가 훨씬 누적 손실이 큰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CAGR대로 일정하게 등락한 시뮬레이션의 경우보다 훨씬 등락폭이 심한 실제 나스닥의 누적 손실이 훨씬 큰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레버리지 ETF를 단타 또는 스윙투자 용도가 아닌 적립식 장기 투자 용도로 운영하고자 할 경우에는 아래의 사항을 필수적으로 고려하여 보시기를 바랍니다.

<세 줄 요약>
1.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싶다는 마음에는 공감하지만, 그래도 가급적 장기투자용으로는 운용하지 말자.
2. 굳이 장기투자를 할 경우, 시장은 대세상승장이어야 한다(인버스 ETF의 경우 대세하락장).
3. 시장이 널뛰며 횡보할 경우 지수가 유지 또는 하락 후 회복되더라도 내 계좌는 제 자리에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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