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TOSHIBA) X300 8TB HDD 사용기


  2022년 현재 범세계적 규모의 하드 디스크(HDD) 제조사는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WD), 시게이트(Seagate), 도시바(TOSHIBA)의 세 회사만 남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자기 디스크 형태의 하드 디스크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있으며 이제는 기술 및 공정의 혁신보다 가격 경쟁력의 우위가 더 중요한 쇠퇴기의 시장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방금 쇠퇴기의 시장이라고 말한 것이 무색하게, 최근 HDD에서 발생한 공정 혁신이 있습니다. 바로 SMR(Shingled Magnetic Recording, 기와식 자기 기록) 방식의 디스크 트랙 구성입니다. 기존까지의 HDD에서는 디스크 트랙을 독립적으로 구성하였는데, 이 방식을 CMR(Conventional Magnetic Recording, 기존의(재래식) 자기 기록)이라고 부릅니다. SMR은 이와 대비되게 디스크 트랙을 마치 전통 가옥에서 기와를 쌓듯이 겹쳐서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비유를 통한 설명이기는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더 첨언하자면, 기왓장을 한 장 한 장 독립적으로 쌓는 방법과 기왓장을 겹쳐 쌓는 방식으로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당연히 겹쳐 쌓는 쪽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기왓장을 보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SMR은 기존 CMR 방식에 비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으며, 이는 HDD 생산 단가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 혁신이 고객에게는 달갑지 않은 혁신이라는 점입니다. 위의 기왓장의 예로 조금 더 설명하자면 기와 보관 공간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분명 SMR이 CMR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간에 있는 기와를 꺼내거나 교체할 경우(랜덤 쓰기) 당연히 적층 구조로 쌓여 있는 쪽이 속도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꺼내고자 하는 기와 하나만 들어내면 되는 CMR과는 다르게, SMR은 꺼내고자 하는 기와와 겹쳐져 있는 다른 기와를 모두 들어낸 다음, 기와를 꺼낸 뒤 들어냈던 다른 기와들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방식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작업 도중 충격이나 정전으로 인하여 기와를 떨어뜨리면 부서지는 기왓장(데이터 손실)의 양도 SMR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HDD를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SMR보다 CMR 방식으로 디스크 트랙을 구성하는 HDD가 속도와 데이터 안정성 측면에서 모두 유리합니다.

  하지만 제조원가 절감 측면에서의 이득 때문에 현재도 많은 HDD가 SMR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것을 고지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조사에서는 자사의 HDD가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명확하게 고지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미 HDD 시장은 쇠퇴기의 독과점 시장이므로 신규 경쟁자가 들어오기도 힘들고, 소비자들이 모르고 사면 자신들이야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생산되는 고용량(4TB 이상)의 HDD 상당수가 SMR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쾌적한 사용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HDD의 제조 방식을 파악하여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제품 상자
  그러한 면에서 도시바의 HDD는 명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N300과 X300 제품군은 모두 CMR 방식으로만 제조하였다고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니까요.



도시바 HDD 공개 제원
  NAS용 HDD에도 은근슬쩍 SMR 방식의 HDD를 섞어 팔아 논란이 되었던 모 회사와는 다르게, 정보를 명확하게 고지하여 소비자의 고민을 줄여 주는 도시바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CMR 방식의 HDD는 조금 더 비싼 편이니…… 고민하다가 해외 직접 구매 방식으로 신품 HDD를 구매하였습니다.

직구 물품 포장
  참고로 도시바의 HDD는 전 세계적 AS 보장(World Warranty)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구로 구매한 HDD가 고장 날 경우 AS 적용이 보장되는 국가로 보내서 AS를 받거나(현실적으로 어려운 방법입니다), 사설 수리를 하거나, 제품을 포기하여야 합니다. 물론 초기 불량 제품은 AS 이전 교환 또는 환불을 하여야 하니 월드 워런티 미 적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초기 불량만 아니라면 HDD를 잘 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어서 -_- 그냥 위와 같이 구매하였습니다.

상자에 표기된 하드 제원
  도시바의 HDD는 NAS용의 N300, PC에 쓰되 성능에 신경 쓸 경우에 사용하는 X300, 성능에 관계없이 PC에 사용하는 P300, 노트북 등에 사용하는 2.5인치 크기의 L200으로 제품군이 구분됩니다. 위에 링크한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내용이지만, N300 및 X300은 전부 CMR 방식의 HDD이며 P300은 CMR과 SMR이 혼재되어 있고, L200은 SMR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 위의 상자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CCTV 등의 영상 기록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S300도 있고, 조금 더 고성능의 PRO 모델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도시바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보증 관련 표기
  미국, EU, 호주 및 뉴질랜드와 대만에서만 보증이 적용됩니다.

포장 상자 측면
  상자 옆면에는 X300은 데스크톱 PC에 적합한 고성능의 HDD라는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상자 개봉
  충격에 약한 HDD가 바다를 잘 건너올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을 가진 채 상자를 개봉하였습니다.

충격 방지 포장
  음…… 이 정도면 작정하고 이 제품을 바닥에 메다 꽂지 않은 이상에는 웬만해서 무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충격 완충 포장 제거
  HDD를 감싸고 있는 두꺼운 완충재를 벗겨 내자 비닐에 쌓여 있는 HDD가 그 모습을 보입니다.

HDD 상단
  TOSHIBA X300 8TB HDD는 7200rpm에 버퍼 256MB이며, 필리핀에서 제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DD 하단
  후면 기판부의 모습입니다. 깔끔합니다.

CrystalDiskMark 테스트 결과

  사실 HDD는 제품이 어떻게 생겼나 보다 성능이 어떻고 얼마나 안정적인가가 더 중요한 제품입니다. 외관이야 뭐 PC나 외장 HDD 케이스에 들어가면 안 보이니까요. 그러므로 성능을 측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 CrystalDiskMark(제작자 홈페이지 https://crystalmark.info/en/)로 성능을 측정하여 보았습니다. 이 HDD를 평소에 쓸 때 어떠한 성능이 나오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에 HDD에 보관하고자 하는 자료들을 먼저 옮긴 뒤(약 76.8% 사용) 벤치마크를 시행하였습니다. 

  측정 결과는 동급의 다른 HDD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차 동시 읽기/쓰기 테스트(SEQ1M Q8T1), 순차 단일 읽기/쓰기 테스트(SEQ1M Q1T1), 랜덤 동시 읽기/쓰기 테스트(RND4K Q32T16), 랜덤 단일 읽기/쓰기 테스트(RND4K Q1T1) 라고 합니다(출처 나무위키 CrystalDiskMark). 랜덤 액세스가 조금 낮게 나온 편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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