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도시바(TOSHIBA) X300 8TB HDD 사용기를 작성할 때, 하드 디스크(HDD)에서 사용하는 CMR과 SMR이라는 디스크 트랙 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 SMR 방식이 생산 단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 외에는 CMR 방식에 비해 HDD 데이터의 입력 및 출력 속도도 떨어지고, 데이터 안정성도 불안정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늘 사용기를 작성할 웨스턴 디지털(WD)의 엘리먼츠(Elements)는 외장 HDD의 브랜드명으로, 주로 SMR 방식의 HDD를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SMR 방식의 HDD가 좋지 않다는 말은 앞서 많이 이야기했으니 생략하고, 그러면 이 좋지 않은 HDD를 도대체 왜 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SMR 방식의 HDD는 가격이 저렴합니다. 따라서 HDD의 성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작업 용도로 활용할 경우, CMR 방식의 HDD에 비해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HDD가 데이터를 자주 읽고 쓰는 작업에는 불리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윈도(MS Windows) 등의 OS를 설치 및 기동 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구동하는 등의 데이터를 자주 읽고 쓰는 용도로 활용하기보다, 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용도의 저장장치를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라고 부르는데, 자주 불러올 필요가 없는 데이터(콜드 데이터, Cold Data)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저장 장치를 의미합니다. 개인은 주로 사진이나 동영상의 보관 및 백업 용도로 HDD를 활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럴 경우 SMR 방식의 HDD라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HDD와 같이 정전, 정전기 및 자기 노출, 충격 및 온도와 습도 등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겠지만요.
WD Elements 14TB의 포장 상자입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 정식 발매된 WD Elements 외장 HDD는 최대 10TB로, 그 이상의 용량은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습니다. 국내 정식 출시 제품이라고 해서 변환 플러그를 제외하고 특이한 구성품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공식수입원을 통한 AS를 받을 수 없다는 상당히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 HDD를 백업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고, HDD는 고장 나면 데이터를 최대한 빼낸 뒤 버리는 것이지 고쳐 쓰는 물건이 아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2022년 기준 국내에서 수입 업체를 통해 구매할 경우 40만원 내외가 되는데, 가끔 아마존(11번가 포함) 등에서 200달러 아래의 가격으로 제품이 할인될 때가 있습니다. 미국 수입품의 경우 상품 가격과 배송비의 합계가 200달러 미만일 경우 통관세가 면제되므로, 이 제품은 약 26만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아쉬운 점은 그러한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요즘 환율이 너무 널뛰고 있어 정확한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것 정도이겠네요.
한글 문구도 오른쪽 하단에 보입니다.
이 외장 HDD는 USB 3.0 규격에서 작동합니다.
전원을 넣고 PC에 연결하면 바로 HDD가 인식됩니다.
밑에 깨알 같은 글자로 있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1TB가 1조 Byte라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기재된 이유는, HDD의 제조사들은 10진법을 사용하여 용량을 표기하는데, Windows 등에서는 2진법으로 용량을 계산하기 때문에 제품에 표기되는 용량과 컴퓨터에서 활용 가능한 실제 용량이 다른 문제 때문입니다. 즉 14TB라고 표기되어 있는 이 HDD를 Windows에서 확인하면, 14조/1024^4(Byte → KB → MB → TB로 단위 4번 환산)가 되어 12.73TB로 표시되는 것이 정상입니다. HDD의 용량이 커질수록 이 표기 단위의 재계산에 따른 감소 규모도 커지므로, 왠지 점점 손해를 보는 느낌입니다.
구성품과 호환성 확인을 마친 OS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자 안에는 플라스틱과 종이로 만들어진 완충재가 보입니다.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HDD가 무사하기 힘들 것 같이 보이므로 상자 취급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구성품의 모습입니다. 외장 HDD(내부 HDD 포함) 본체, 전원 케이블, USB 케이블, 설명서 등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어 설명서도 있습니다. 국내 공식수입원을 통해 AS를 받을 수는 없지만, 제품 반송 요청 허가(RMA, Return Merchandise Authorization) 제도가 있어 WD와 직접 연락을 취하여 제품을 수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제품 후면부 하단의 모습입니다. 전원 스위치와 케이블 입력 단자가 보입니다. 이 제품은 태국에서 제조되었네요. 이 HDD는 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다시 한국까지 넘어오는 긴 여정을 거쳐 제가 사는 곳에 도착했군요.
그런데 소켓(콘센트)의 모양이…… 미국에서 쓰는 A형입니다.
다행히 이 제품의 어댑터는 110V ~ 220V를 지원하기 때문에 소켓 변환만 해 주면 우리나라에서 문제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 외국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했을 때, 이 제품이 어떠한 전압 구간에서 사용 가능한지를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제가 구입한 제품은 220V를 지원하지만, 또 다른 모델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용 전 반드시 확인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소켓 규격(F형)으로 바꿔준 뒤,
외장 HDD에 전원을 넣었습니다. 다행히 잘 작동됩니다. 많은 분들이 외장 HDD를 분해하여 안의 HDD를 PC에 설치하시곤 하는데, 깔끔하고 더욱 안전하게 사용하기에는 그 방법(흔히 적출이라고 합니다)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HDD를 백업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고, 백업 시 PC와의 물리적 분리가 필요하므로 이대로 두도록 하겠습니다.
HDD 관련 정보입니다. SMR 제조방식인 것이 딱히 표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14TB의 대용량에 5400rpm의 속도를 보면 읽기/쓰기 성능에 큰 기대를 두면 안 된다는 것을 자연히 알 수 있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HDD의 용량은 14TB가 아닌 12.7TB로 표시됩니다.
먼저 SMART(Self Monitoring, Analysis and Reporting Technology) 검사입니다. 이는 HDD의 고장을 사전에 감시할 수 있는 진단 방식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막 구매한 HDD가 여기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안 됩니다.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섹터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확장 테스트입니다. 굳이 안 해도 되지만, 혹시 몰라 확인하여 보았습니다. 용량이 크다 보니 23시간 30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네요.
HDD의 성능을 측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 CrystalDiskMark(제작자 홈페이지
https://crystalmark.info/en/)로 HDD를 확인하여 보았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차 동시 읽기/쓰기 테스트(SEQ1M Q8T1), 순차 단일 읽기/쓰기 테스트(SEQ1M Q1T1), 랜덤 동시 읽기/쓰기 테스트(RND4K Q32T16), 랜덤 단일 읽기/쓰기 테스트(RND4K Q1T1) 라고 합니다(출처
나무위키 CrystalDiskMark). 측정 결과는 의외로 좋았습니다. 다른 제조사의 7200rpm HDD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랜덤 동시 읽기 부분을 제외하면 성능이 비슷하거나 더 좋게 나왔으니까요.
사실 이건 HDD안에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나온 수치로, 대략 반 정도 더미 데이터를 채운 뒤 다시 성능을 확인하자 순차 읽기와 쓰기 성능이 크게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데이터들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 데이터가 아니라 단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물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HDD에 성능을 기대하면 안 되고, 데이터의 보관을 주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비로 충분한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속도가 느리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5400rpm HDD의 성능은 발휘하므로 단순한 데이터 읽기 용도로는 큰 문제를 느낄 수 없는 것 역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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