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이번 달 초순까지 디 앤츠에서는 고질라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였었습니다. 콜라보는 협업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의 줄임말로, 이 이벤트의 경우에는 고질라와 디 앤츠의 지식재산권(IP) 합작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콜라보 이벤트에서 유저(팬)들을 만족시키고 제작사도 수익을 얻기 위해 반드시 출시하는 것이 바로 이벤트 상품입니다. 디 앤츠와 같이 유저 간의 경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P2W 게임에서 출시되는 콜라보 이벤트 상품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①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짐과 동시에, 기존 작품의 특징(개성)은 잘 살려야 한다.
② 사람들이 가지고 싶을 만큼 품질(성능)이 좋아야 한다.
③ 한정 상품의 성격이 있으므로, 품질(성능)이 동일 상품(아이템)군 내 최상위 수준은 아니어야 한다.
1번이야 시각 및 영상미 관련 항목이므로 다른 항목과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충족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2번과 3번은 참 애매한 항목입니다. 2번 항목의 성능 쪽만을 중시할 경우, 당장의 매출은 조금 증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이벤트 상품이 새로운 유저가 게임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진입이 막히는 유저 층도 무, 소과금 유저 층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게임에 과금할 의지를 가지고 있고, 과금을 통해 게임 내의 랭크를 올리고 싶은 유저 층의 유입이 끊기게 되므로 문제가 커집니다. 간단히 말해 이제 와서 돈을 써 봐야 기존 유저들을 이길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콜라보 이벤트 상품)가 있으므로 신규 진입을 포기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품 및 콜라보 이벤트 상품의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상품(아이템)을 출시하여야 하는데, 이는 또 기존 과금 유저층의 반발과 이탈을 불러올 위험성이 있습니다.
결국 3번 항목의 품질(성능)을 관리하기는 하되 이 상품(아이템)으로 인해 유저 간의 벽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말로는 쉽지만 이게 참 만족시키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기존 상품과 별다른 성능 차이가 없으면 사람들이 콜라보 이벤트 상품을 구매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성능 차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단순한 게임 테마 또는 스킨을 판매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 말 그대로 취향에 따라 구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출 쪽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럼 이제부터 디 앤츠는 위와 같이 애매한 성격을 가진 콜라보 이벤트 상품을 어떻게 구성하여 출시하였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콜라보 이벤트는 디 앤츠의 게임 플랫폼 내에 고질라의 IP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게임 내 공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 콜라보 이벤트는 진행 기간이 한정적이었습니다. 그 말은 콜라보 이벤트로 등장하는 상품들은 일종의 한정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고질라 콜라보 상품 중 경관이나 장식품 등은 괴수 내습 이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고질라는 유료인 과금 이벤트만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이벤트의 이름은 동굴 탐험입니다.
물론 무료로도 약간의 주사위를 주기는 했습니다만, 당연하게도 이 주사위만으로는 절대 필요한 점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과금 창입니다. 여기서 주사위를 구매해야만 충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사위를 굴려 앞으로 가며 점수를 얻는 단순한 진행방식의 이벤트였습니다.
포인트(점수)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입니다. 콜라보 이벤트로 한정 판매하는 고질라 및 사수개미 근접(전열) 속성의 흑금 거미개미, 집 장식, 여러 유료상품과 교환 가능한 단단한 나뭇가지 10개를 얻기 위해서는 6,000 포인트가 필요하였습니다. 각자의 주사위 운 및 구매 방식에 따라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게임 내에 표기되어 있는 가격대로 아이템을 구매할 경우 약 45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과금을 하여야 6,000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가격은 게임 내에서 주황색 품질의 유료 특종개미 또는 7스타 유료 야생동물 한 마리를 얻을 때 들어가는 통상적인 가격 수준입니다(이벤트 성격 및 개인의 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고질라는 주황색 품질의 야생동물로 등장하였으며, 사수개미 전용 속성입니다. "방사열선"이라는 고유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사수개미 소대가 일반 공격을 7번 가하면 아군 후열 소대가 적군 전체에게 250% 대미지를 입히는 효과라고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위의 촉발 확률 50%가 7번 공격을 가하기 전 방사열선 효과를 발동시키는 확률인지와, 후열 소대가 적군 전체에게 입히는 대미지의 기준이 일반 공격을 의미하는지 등이 불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뭐, 이런 세부적인 항목은 별도로 문의하거나 유저가 실험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고질라가 출시되기 전까지 사수개미 속성의 주황색 야생동물 중 가장 좋은 성능을 지녔던 악마꽃사마귀입니다. 양자의 성능을 비교해 보면, 고유 효과(고질라는 방사열선, 악마꽃사마귀는 스플래쉬)의 발동확률이 고질라 50%(보조 시 25%)이고 악마꽃사마귀는 25%(보조 시 20%)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 특종개미 스킬 공격(고질라 80%, 악마꽃사마귀 70%) 및 방어(고질라 45%, 악마꽃사마귀 50%)에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스킬 공격 10%p, 고유 효과 발동 확률 25%p가 더 높기에 고질라 쪽이 우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수개미 전용의 주황색 등급 야생동물 중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넓적배사마귀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위의 두 유료 야생동물에 비해 많은 면에서 부족한 능력치입니다. 고유 효과가 없으며 행군 속도, 생명, 대미지, 스킬공격 및 방어 등의 최댓값이 모두 약간 떨어집니다.
지금까지의 능력치만 보아서는 고질라는 사수개미 전용 야생동물 중 약간 좋은 수준으로 출시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야생동물 천부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집니다.
천부 중 "괴수" 항목에서는 사수개미의 공격, 방어, 생명을 올려 주는 수많은 항목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야생동물이 가지지 못한 항목이며, 사수개미의 티어와 공격 속도 등이 비슷할 경우 천부 항목에서 상당히 큰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능력들입니다. 단, 개미 대열 내의 3개 특종개미 소대를 모두를 사수개미로 구성하였을 때 시너지가 나는 효과가 많으므로 고질라를 쓸 경우 대열의 전열, 중열, 후열을 모두 사수개미로만 편성하여야만 합니다.
게임 내 고질라의 행군 모습입니다. 개미 대열 맨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글만 보면 디 앤츠는 콜라보 이벤트 상품을 압도적으로 좋게 만들어 출시하였고, 게임 내 밸런스가 붕괴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게임 내 개미 병종의 특성상 사수개미로 모든 소대를 구성하는 조합이 그리 매력적이기만 한 조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디 앤츠에는 근위개미, 사수개미, 운송개미 세 개의 병종이 존재하며, 근위 > 사수 > 운송 > 근위 순으로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병종마다 특징이 있는데, 대체로 근위개미는 방어력 쪽에 강점이 있으며, 사수개미는 대미지 쪽에 강점이 있고, 운송개미는 생명력 쪽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수개미로만 구성된 대열은 생명력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상대방의 공격을 근위개미는 방어력으로, 운송개미는 생명력으로 버티는데 사수개미는 두 분야에서 모두 강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높은 전투 속도로 선제공격을 해 상대방의 개미 소대를 상태이상 상태(침묵, 제압 등)로 만들지 못하면 상대방의 공격에 부대가 살살 녹아버려 높은 공격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디 앤츠 내의 많은 고수들은 대열의 전열 소대 1열을 근위개미로, 2열과 3열은 사수개미로 채우는 근사사 방식의 조합을 선호합니다(상황에 따라 근근사도 활용). 개미를 조합하여 방어력과 공격력을 모두 갖추는 구성으로 운용을 할 수 있으니까요. 혹은 생명력이 높은 운송개미만 키우는(과금을 운송개미 관련 능력치에만 집중) 운운운 조합으로 어설프게 키운 근사사 조합을 박살 내는 방식도 사용합니다. 한 종류의 개미에만 과금하는 것이 두 종류에 나누어 과금하는 것보다 성장 수준이 더 높아지니까요.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서 디 앤츠의 대열 구성 조합의 대세는 근사사(근근사) 또는 운운운이며, 사사사 조합은 상대적으로 범용성이 떨어지는 조합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고질라를 살펴보면, 사사사 조합을 강제하는 야생동물이므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반대로 너무 매력이 없는 콜라보 이벤트 상품을 낸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데……
우리 디 앤츠의 개발진들은 그 점까지 고려하여 이번 이벤트에서 흑금 거미개미를 같이 판매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사사로 부대를 구성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바로 전열에 배치하는 특종개미이기 때문입니다. 전열 배치 시 유리한 근접 특성 특종개미 중 공용인 특종개미로 나뭇가지 왕개미(PvP에 유리)나 금갑개미(PvE에 유리)가 있는데, PvP에서는 체력이 낮은 사사사 조합의 특성상 공용 개미들을 배치할 경우 근사사, 근근사, 운운운 등의 다른 조합과 비교하여 그다지 효과적인 전투 결과를 내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거대이빨 침개미, 자귀나무 개미, 판다 개미 등의 지원 특성 특종개미를 놓는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근접 특성 개미보다 방어 스킬이 부족하여 버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 단, 지원 특종개미 중 자귀나무 개미는 전투 속도 상승 스킬과 추가 공격 스킬로 빠르게 적에게 높은 공격을 가할 수 있고, 거대이빨 침개미는 상대의 전투 스킬 사용불가 및 각성에 따른 추가 대미지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여전히 문제인 점은, 특종개미의 스타가 꽤 높아야 PvP에서 제대로 활약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귀나무 개미는 최소 2스타, 거대이빨 침개미는 최소 5스타쯤 되어야 스킬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PvP에서는 사수개미 전용 개미를 한 번쯤은 고민해 보게 되는데, 사수개미 전용 근접 특종개미는 오렌지 실 개미, 포식 침개미(시즌 개미), 흑금 거미개미(유료 결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오렌지 실 개미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으니 평가에서 제외하고, 포식 침개미는 스킬 대미지 감소, 치료 효과 등으로 어느 정도 괜찮은 능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사수개미 자체가 생명력이 낮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반면 흑금 거미개미의 경우 대미지 면역 효과, 상태이상 정화 및 면역(1회) 효과,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어 포식 침개미보다 훨씬 전열에서 오래 버티기 쉽습니다. 솔직히 효과만 놓고 보면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수준입니다. 결국 디 앤츠가 고질라 콜라보 이벤트에서 이 개미를 같이 판매하는 이유는 유저가 사수개미 만으로 부대를 꾸미고 싶을 때 전열 배치에 필요한 흑금 거미개미를 함께 제공할 테니, 이번 기회밖에 구할 수 없는 고질라를 사는 것이 어떻냐라는 간접적인 제안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근접 사수개미 특성의 세 특종개미가 가진 스킬을 비교하여 늘어놓았습니다(동일한 내용인 1스킬 및 4스킬과 마찬가지 비율로 방어를 올려 주는 3스킬 제외). 이번 이벤트에서 흑금 거미개미를 두 마리까지 살 수 있으니 모두 구매할 경우 비록 0스타이지만 모든 스킬을 10레벨로 올릴 수 있어 바로 실전 배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기존 이벤트에서 흑금 거미개미를 이미 구매하여 0스타로 운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기이한 껍질 등 스타 업에 필요한 자원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4스타(1마리 구매) 또는 7스타(2마리 구매)까지 강화가 가능하며, 이미 7스타라면 두 마리 모두 구매 시 8스타까지도 강화가 가능합니다.
결국 이번 콜라보 이벤트는 사수개미 외길을 가는 유저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이벤트였으며, 개미를 조합하여 사용하거나 사수가 아닌 근위개미나 운송개미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대다수 상위권 유저들에게는 약간의 위협으로 다가왔을 수는 있겠지만 넘을 수 없는 수준의 벽이 새로 생기는 수준은 아닌 이벤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게임 내 병종 간의 밸런스 조정이 발생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아마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미 그때는 고질라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능력치를 자랑하는 새로운 사수개미용 야생동물이 출시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유저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 앤츠의 과금 모델은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참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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