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샤워기(수전) 교체하기
어느 날인가부터 욕실 샤워기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샤워기와 수도꼭지 전체(수전)를 교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교체를 위하여 보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전과 벽면 사이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기에, 샤워기와 벽면 수도관을 연결하는 부속(편심)까지 교체하여야 해서 의외로 일이 커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교체 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보니 편심을 교체하다 벽면 수도 배관을 터뜨리는 경우 대공사가 된다는 글이 많아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를 하게 되었네요.
본격적인 수전 교체 글을 쓰기 전, 교체 작업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사항을 미리 기재하여 두도록 하겠습니다.
① 수전 일부 부속을 교체하기보다, 아예 수전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편합니다.
② 교체를 위한 수전 부품 및 작업용 공구를 사전에 미리 구비 및 확인합니다.
③ 작업 이전 집의 수도 밸브를 잠가야 합니다. 대부분 현관 근처 집 안팎에 수도계량기와 밸브가 있습니다.
④ 수도관 관련 용품은 끝 부분(마감)을 굳이 부드럽게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이 베일 수 있으므로 작업 시 반드시 장갑을 착용합시다.
⑤ 힘만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특히 벽면의 수도관에서 편심을 분리할 때 지나치게 힘을 주면 수도 배관이 파열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벽면을 뜯어내는 대공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당히 힘을 주었는데도 벽면 수도관에서 편심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작업을 상당수 진행하였더라도 바로 포기하고 전문가를 부릅니다.
벽면의 편심 및 마감용 캡이 보입니다. 편심의 코팅(아마 크롬으로 보입니다)이 벗겨져 있는 불량품이었는데, 벽면 부속을 다 뜯어내고 난 뒤에 불량을 인지하여 어쩔 수 없이 그냥 설치하였습니다.
다음은 편심과 수전을 분리합니다. 준비한 스패너의 구경이 볼트보다 작아서 플라이어로 작업하였습니다. 플라이어도 작업 자체는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스패너보다 훨씬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볼트를 분리할 때 주의할 점은 한 번에 볼트를 모두 풀어버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온수 관과 냉수 관의 양 쪽 볼트를 번갈아가며 풀어줘야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쪽만 풀었을 때 반대 편 관에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전의 각도가 틀어지며 편심이나 수도관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편 캡도 제거합니다. 편심에 보이는 황동 나사를 조이면 수전으로 가는 수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꽉 잠그면 물이 흐르지 않게 되고요. 편심 교체 없이 수전만 교체하고자 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 나사만 조이고 수전을 분리하면 교체가 가능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꽉 조인다고 물이 꼭 잠긴다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제 편심을 제거합니다. 편심 역시 '통상적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분리됩니다. 이 과정이 수전 교체 작업에서 제일 신중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실수로 벽면의 수도관을 파손시킬 경우, 이제는 단순한 수전 교체만으로는 일이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타일과 벽을 뜯어 수도관을 교체하여야 하는데, 교체작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집에서 물을 쓸 수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공동주택일 경우 파손된 수도관에서 누수라도 일어나면 다른 집에도 피해가 가게 되고, 그 손해를 배상하여 주어야 합니다. 시계방향의 역방향으로 돌렸을 때 관이 풀리지 않는다면 무조건 힘을 더 주어 풀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편심의 상태를 살펴본 뒤 분해가 쉽지 않아 보일 경우 전문가를 불러야 합니다.
이 오른쪽 편심이 저를 정말 고민스럽게 만든 편심이었습니다. 다행히 계속 힘을 서서히 주며 살펴보니 안 쪽 이음매의 테프론 테이프가 살짝 움직이는 것이 보여서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풀어냈습니다.
드디어 기존 수전의 편심을 모두 제거하였습니다. 제거하지 않고 그냥 쓰는 게 제일 좋다고는 하던데, 수전의 형태가 조금 특이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벽면에서 물이 새고 있었기에 도저히 그냥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분해한 편심의 모습입니다. 이음매를 보면 테프론 테이프가 대부분 말려 올라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테프론 테이프를 감는 근본적인 목적은 방수(실링)가 아니라 원활한 조립(윤활) 및 경화 방지입니다. 물론 테이프로 인한 연결 부위 밀봉에 따른 방수 효과도 있겠지만, 저렇게 두껍게 테이프를 감고 편심을 조립하면, 두께 때문에 테이프가 말려 올라가 버려 막상 나사산에는 테이프가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깔끔하게 청소를 마쳤습니다. 기존 수전의 캡이 커서 모르고 있었는데, 잘라낸 타일과 배관 돌출부 사이가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었네요. 시멘트 노출부를 실리콘으로 코킹해 주면 좋았겠지만, 그 준비까지는 미처 하지 않았었기에 이대로 새 편심을 조립하였습니다.
테프론 테이프는 나사산에 밀착되도록 감아주면 됩니다. 테프론 테이프를 감기 전, 수도 배관에 편심을 먼저 감아 "몇 바퀴를 감아야 편심이 조립되는지"를 먼저 확인하여야만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배관을 너무 약하게 또는 세게 조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마다 모두 말이 달라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대략 15번 정도 둘러주었습니다. 나사의 한 부위에만 균일하게 15번을 감아 주게 되면 테프론 테이프가 너무 두꺼워 나사산에서 말려 올라가 버릴 수 있으니 위아래로 적당히 왔다 갔다 하며 최대한 고르게 감아 주면 됩니다.
이제 편심을 벽면에 조립합니다. 주의할 점은 편심을 시계방향으로만 돌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내부 테프론 테이프가 들뜨게 됩니다. 아까 테이프를 감기 전 몇 바퀴를 조여야 편심이 설치되는지 미리 알아보았으니, 반 바퀴에서 한 바퀴 정도 덜 감은 정도에서 편심의 상태를 설치하였을 때와 비슷하게 맞추어 둡니다.
수전의 편심 연결 부위 간의 길이에 맞추어 편심 간의 간격을 조절한 후, 수평계를 가지고 양 편심의 수평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조절 시 오른쪽 편심은 위로만 올릴 수 있고, 왼쪽 편심은 아래로만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양 편심 배관 사이의 거리와 수평을 맞추어 줍니다.
편심 간의 거리와 수평을 잘 맞추었다면, 이제 편심과 수전을 결합할 차례입니다. 연결 부위에는 고무 패킹을 장착하면 되며, 테프론 테이프를 감을 필요는 없습니다. 고무 패킹이 없다면 불량품입니다.
수전이 제대로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수전과 수전 주변부의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줍니다. 닦은 뒤 반나절에서 하루 이상 수전을 방치하여 두어 벽면 수도관과의 연결 부위에서 물이 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보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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