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가볼 만한 곳│보성녹차밭(대한다원)
우리나라의 차 문화는 아직 단절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차를 참 좋아해서 그 안타까움이 더할 수도 있겠네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① 과거부터 고급화나 대중화 모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② 현재 전통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가 너무 적게 남아있고 파편화되어 있으며 ③ 강력한 경쟁자와 대체재들이 많아 미래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대한다원의 보성녹차밭을 갈 때 더욱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차 문화가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성녹차밭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이러한 피상적인 이유보다도 녹차밭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보기에 좋지 않으면 찾아가게 않게 되니까요.
주차장에서 다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조성되어 있는 삼나무길입니다.
녹차밭 근처에 조성되어 있는 대나무숲 입구입니다. 원래 녹차밭 옆에는 소나무과의 나무나 벼목의 대나무(왕대)처럼 높이 일직선으로 자라는 나무를 많이 심어둡니다(대나무는 분류상 풀이지만 그냥 나무로 칭함). 그 이유는 차나무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햇빛을 받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낮의 직사광선을 직접 받는 것은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차나무는 어엿한 양지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반음반양 식물이라고 이상하게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낮의 직사광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히 대나무가 차나무와 어울리는 이유는 우선 생육에 적합한 기후대가 비슷하고, 차나무가 심근성(뿌리가 깊이 자라는 성질) 임에 반해 대나무는 천근성(뿌리가 지표 근처에서 넓게 퍼짐)이라 서로에게 간섭이 적으며 토양 유실 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높게 자라는 것에 비해 옆으로 잎이 넓게 퍼지지 않아 차나무에 가야 하는 햇볕을 지나치게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써 두기는 했지만, 사실 보성녹차밭에 있는 대숲은 차나무와 큰 관계가 없는, 감상 및 관광 목적으로 조성된 숲으로 추측됩니다. 차나무를 위해서 심었다고 하기에는 차밭과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어요.
울창한 대숲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대밭을 나오면 산길이 나옵니다.
산길을 따라 죽 올라가다 보면 보성다원의 직영판매점과 관광객을 위한 음식 및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대한다원쉼터가 나옵니다.
차밭 입구에 조성된 공터는 공원처럼 깔끔하게 쉼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차밭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위해 이미 언덕길을 따라 2~30분을 걸어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로 하였습니다.
녹차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주위를 느긋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근처 개울에서 발견한 수채(잠자리 유충) 껍질입니다. 수채는 물속에서 계속 탈피하며 살아가다가 충분히 자랐다면 물 밖에 나와 껍데기를 벗고 잠자리(성체)가 됩니다.
여름에 찾았던 보성녹차밭의 주변에는 수국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차밭 근처의 수국꽃은 산성 토양을 선호하는 차나무의 특성상 파랑 또는 보라색의 꽃이 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품종 자체가 푸른 꽃만 피도로 고정된 수국일 수도 있지만요. 참고로 수국꽃의 색은 토양의 산성도(pH)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흔히 이야기되나, 정확하게는 수국이 알루미늄(Al) 이온의 흡수 가능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염기성 토양에서는 수국이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하지 못해 붉은 꽃이 피고, 산성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 흡수가 가능해 푸른색의 꽃이 피어나는 원리입니다. 다만 자연에서 알루미늄 이온이 없는 토양은 흔하지 않으니 산성도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만은 아닙니다.
원래 야생의 차나무는 교목으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큰 나무와 비슷한 형태로 자랍니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4m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밭에서는 울타리나무로 많이 심는 회양목을 다듬듯이 1m 정도의 높이에서 가지를 치는데, 사람이 찻잎을 따기 편하게 사람의 허리높이에 맞추어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산등성이 한 면을 독차지하고 있는 차밭이 정말 푸르릅니다. 제가 찾은 날은 맑지만 구름이 많이 끼던 날씨로, 차나무가 좋아하는 날씨였습니다. 차나무는 상록수이기 때문에 겨울에 와도 잎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추위로 인해 갈색으로 변한 잎이 많아 이렇게 푸르른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짙은 녹색의 차밭은 오직 여름과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장관입니다.
습한 날씨 때문인지 산꼭대기에 구름이 걸려 있습니다. 천천히 구경하며 산책하기에 풍경이 정말 시원하고 아름답지만, 그늘이 많지 않은 차밭의 특성상 여름에는 일사병을 주의해야 합니다. 차밭 중간중간 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장시간 햇빛을 쬐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치자꽃입니다. 치자나무의 개화 시기는 수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초여름에 가면 두 꽃을 모두 구경할 수 있습니다. 차나무는 겨울 즈음에 꽃이 피기 때문에 여름에는 차나무 꽃을 볼 수 없습니다. 차나무는 동백나무속에 속한 나무이기 때문에 나무의 생활 주기나 잎과 꽃의 모양이 동백나무와 유사합니다. 만약 가정에서 차나무를 키울 계획이 있다면 원예용으로 많이 키우기 때문에 방법이 잘 알려져 있는 동백나무의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제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성녹차밭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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