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가볼 만한 곳│동국사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은 호남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크게 발달했었던 도시입니다. 구한 말부터 많은 일본인들이 군산에 거주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많은 일본식 건물이 세워졌었는데, 동국사 역시 그 시기에 세워졌던 건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이 절은 1913년 건립되었고, 당시에는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금강선사(錦江禪寺)라는 이름이었다고 하네요.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찰로 사용되었던 이 건물은, 광복 이후 적산가옥(敵産家屋)으로 구분되어 대한민국 정부의 소유가 되었었는데, 조계종(曹溪宗)에서 본 건물을 매입하여 사찰로 다시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절의 이름도 동국사(東國寺)로 개칭되었다고 합니다. 동국은 '동쪽의 나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여러 다른 이름 중의 하나입니다.

  해방 직후 상당수 남아있던 적산가옥은 노후화 또는 재개발, 일제 잔재 청산 등의 명목으로 대부분이 철거되었지만, 동국사는 원형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사찰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소유주의 동의 없이 건물을 철거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건물이 본래 건립된 목적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건물이 일제강점기에 신사로 사용되었었다면, 분명 절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시설물을 철거 또는 변경하여야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태생이 불교 사찰이었기 때문에 큰 변경 없이 기존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3년이지만, 이 글의 사진은 모두 2015년 초에 찍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방문한 적이 있기는 하나, 여유 있게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을 수 있었던 시기가 그때밖에 없었습니다.


사찰 입구
  사찰 입구입니다. 우측 석축을 보면 마름모꼴의 돌을 쌓아 만든 것을 볼 수 있는데, 견치석(犬齒石)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흔히 일본에서 석축을 쌓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인데, 일본식 건축의 특성인지 마침 절의 건립 시기에 유행하던 양식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건물 입구에는 석주가 두 개 서 있는데, 원래 태생이 절이라 연꽃이 상단부에 조각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석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가까이에서 석주 표면을 살펴보면 글자를 파 낸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대웅전
  동국사 대웅전입니다. 국가등록문화재 64호로, 문화재청에서는 "1932년 일본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 지은 당시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일본식 사찰임. 현재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도시대(江戶時代) 사찰의 풍격을 잘 보여주고 있음."을 등록 사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딱 보아도 우리나라 전통 건축양식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옥과 비교하자면 팔작지붕 형태에 홑처마로 볼 수 있습니다(다만 지붕의 내부 구조가 한옥과 달라 일괄 비교는 불가능합니다). 건물 지붕의 기울기(물매)가 한옥에 비해 높고, 건물 자체가 정사각형 형태로 지어져 있기 때문에 지붕이 더욱 거대하게 보입니다.

대웅전 측면
  측면에서 보면 건물이 정사각형 형태(정방형) 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처마 하단부 역시 상당히 밋밋하나, 위에 언급한 지붕 구조의 차이 때문에 서까래가 지붕의 하중을 직접 지탱하지 않아 한옥에 비해 홑처마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처마를 보다 넓게 만들 수 있습니다. 높은 지붕 기울기와 넓은 처마, 건물 측면의 많은 문은 이 건물의 건축 방식이 우리나라보다 더운 나라에서 유래한 것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종루
  종루의 모습입니다.

종루 기단
  종루 기단 윗부분에는 불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종각 옆에 일본 조동종에서 과거 식민지배에 협조하였던 과오를 인정하는 참사문의 내용을 새겨 둔 비석이 있다고 하는데, 막상 동국사를 갔을 때는 그런 비석이 있는 줄 몰라서 따로 찾아보지를 않았었네요.

종
  종의 크기는 아담합니다. 천정으로 지붕 안쪽을 가린 것으로 보아 종루 역시 일본식으로 지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단청이나 공포, 서까래 등 무엇을 보아도 일본식임이 바로 보이기는 합니다.

건물 정문
  동국사의 정문입니다. 대웅전과 스님들이 기거하는 건물 사이가 복도(회랑)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회랑에 출입문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입구 위에는 등록문화재임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었습니다.

요사채
  위에서 언급한, 대웅전과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건물입니다. 흔히 그런 건물을 요사채라고 부르는데, 동국사에서는 이 건물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라 다소 장황하게 설명하였네요. 

내부 복도
  내부 복도의 모습입니다. 

대웅전 내부
  복도를 통해 대웅전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웅전 바로 앞에도 문이 있기는 하지만, 동국사를 포함하여 그 어느 절도 대웅전의 정문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는 않습니다.

불상
  대웅전 내부에서는 보물 제1718호로 지정된 소조석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복장유물에 해당하는 가섭존자입상 발원문은 2021년 10월 현재 도난(유실) 상태라고 합니다.

대웅전 내부 천장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이, 일본식 건축물의 경우 지붕 구조가 한옥과 달라 지붕 내부를 천장으로 마감하고 있습니다.

공사 터

  대웅전 맞은편 건물 옆은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덕분에 딱히 시야를 가리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요사채)의 측면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건물은 직사각형 형태로, 대웅전과 같은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습니다. 현재 저 공사장 위치에는 개량 한옥 형태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어 이렇게 건물 형태를 한 번에 살펴보기는 어렵습니다. 



동국사

전라북도 군산시 동국사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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