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가볼 만한 곳│라제통문
세상에는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이 참 많습니다. 전라북도 무주군의 라제통문은 그러한 경우 중 하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은 분명 羅(신라), 濟(백제) 간의 출입문이라고 붙어 있어 마치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어 오던 유서 깊은 길로 보이지만, 사실 이 길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통로는 소백산맥의 가운데에 있어 남북으로 연결되는 높은 산들로 인해 지리적으로 동서를 나누는 길목이기는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이 통로의 서쪽은 호남에 가까워 백제에 속할 때가 많았고, 동쪽으로는 영남에 가까워 신라(가야)에 속할 때가 많았으니 아주 연관이 없는 이름이 아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일제강점기에 1925년에 만들어진 통로의 이름을 나제통문으로 붙인 건 조금 매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나제통문 남서쪽에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 옆에 음식점도 하나 있는데, 가 보지는 못하여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장실과 안내소도 있습니다.
지나다니는 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라제통문 앞에는 은근히 사람이 많았습니다.
라제통문 앞에는 굴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라제통문의 전경입니다.
굴 옆으로는 갓길만 있고 인도는 따로 없었지만,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느긋하게 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 현판은 1976년에 송성용이라는 서예가께서 썼다고 합니다.
굴 옆에는 석비가 두 개 보입니다.
넓은 석비에 새겨진 글자를 보니 사람들의 이름이던데, 거기에 왜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습니다.
구천동 33경 중 제1경으로 꼽을 만큼 주변의 경치는 아름다웠습니다. 참고로 33경 중 최고라 1경이 아니라, 33군데의 명소 중 번호가 1번으로 붙은 곳입니다.
라제통문을 통과해 동쪽에서 바라본 굴의 모습입니다. 반대쪽은 크게 볼 만한 것이 없습니다.
벽면을 보면 암석을 뚫어 굴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굴이 만들어진 지 100년 가까이 되다 보니, 벽면 곳곳에 금이 간 부분을 보수한 흔적이 보입니다.
라제통문 서쪽의 라제통문삼거리 북쪽으로는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정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정자에서 바라본 원당천의 모습입니다.
정자 옆에는 눌인 김환태 님의 문학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활동하던 유명한 평론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서쪽으로 의병장 강무경 님의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무주군 출신의 의병장이며, 대한제국 말기 호남에서 활동하며 국권을 침탈하던 일제에 맞서 싸우던 분이었습니다. 1910년 순국하셨으며, 광복 후 1962년 건국훈장 국민장에 추서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강무경 님의 부인이셨던 양방매 님 역시 함께 의병 활동을 하셨다고 합니다. 강무경 님이 의병 활동 중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함께 활동하시다가 1910년 강무경 님은 순국하시고 양방매 님은 체포되었으나 나이가 어린 점을 감안하여 훈방되었다고 합니다. 기록 상 남아있는 유일한 부부 의병이라는데, 유일한지는 모르겠으나 대한제국 시기에 활동하던 의병 중 최초임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제통문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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