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동철길마을은 옛 군산선(군산화물선)이 운행되던 시절 기차가 다니던 길목 중 하나로, 운행중지가 된 이후 철로만 덩그러니 남아 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폐로 이후에도 철로 옆에 집들이 바싹 붙어있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사람들이 알음알음 구경을 가곤 하던 장소였는데, 사람이 몰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상권이 형성되어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어 버린 곳이기도 합니다.
철길마을의 시작지점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반대편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 촬영을 하지 못하였네요.
관광객들이 모이다 보니 군산시에서도 이런저런 시설을 많이 세우는 등 주변을 정비하여 두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주변 인프라는 군산 철길마을 옆 큰 도로 맞은편의 이마트 군산점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
이렇게 쉼터도 있습니다.
경암동 철길마을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부터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골목은 20세기 중후반의 우리나라를 추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품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이곳의 방문 후기를 쓰기 전 계속 작성을 미루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풍경 사진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약 8년 전 경암동 철길마을의 모습입니다. 왼쪽의 붉은 건물이 위쪽 사진에서 사진고라는 가게가 있는 건물입니다.
골목 여기저기마다 관광객들이 그득합니다.
위 사진의 장소에서 찍은 10년 전 사진입니다. 촬영 방향이 반대편이라 다른 곳 같이 보이나, 사진 오른쪽의 노란색 건물을 기준으로 비슷한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확실히 8년 전에도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풍경이기는 했었네요.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추억하거나, 재미로 교복 또는 교련복을 입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모습이었지만요. 기차가 운행할 때는 마치 골목길로 기차가 다니는 느낌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멀리 보이는 저 타이어뱅크 건물은 8년 전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었네요.
거리는 번화가 한복판이 연상될 정도로 많은 가게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예전 버려졌었던 집들에도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섰습니다.
가게가 들어서며 건물도 정비되어 여기저기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도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팔고 있는 물건들이 약 2~30년 전 학교 앞 문방구에 놓여 있던 물건들처럼 진열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흔히 불량식품으로 부르던 과자들 역시 많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딱히 필요는 없지만 어쩐지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참 많이 보였습니다. 그냥 지나다니다가 재미로 사기 딱 좋다는 말이 됩니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저런 물건이 자꾸 눈에 들어오네요.
철길마을의 전체 길이는 약 350m 정도입니다. 폭은 넓어야 7~8m 정도이고요. 이 좁고 어떤 도시에서나 있을 법 골목길이 철로 덕분에 관광 명소가 되다니,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달고나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가게들도 여기저기 있어서 골목 전체에 단내가 진동합니다. 달고나는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인지 요즘은 달고나라는 명칭으로 점점 통일되어 부르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뽑기"나 "띠기"로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달고나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철로 된 국자에 설탕과 베이킹 소다를 넣고 불 위에 올려둔 뒤 계속 저어주면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열로 인하여 설탕이 녹기 시작합니다.
설탕이 뜨거워진 철제 국자에 계속 닿고 있으면 타 버리기 때문에, 설탕을 열심히 저어주어야 합니다.
젓고 있다 보면 설탕이 점점 걸쭉한 액체로 변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안의 설탕과 베이킹 소다가 충분히 녹았다(캐러멜화가 충분히 진행되었다) 싶으면 넓은 접시에 녹은 액체를 붓고 넓적한 틀로 납작하게 눌러 모양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면 달고나 만들기의 재미가 반감됩니다. 달고나에 모양을 낼 틀을 골라 줍니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것 같은 모양틀을 골랐네요.
꾹 눌러줍니다.
달고나가 예쁘게 만들어졌습니다.
옆 식탁에는 이쑤시개 통이 따로 놓여 있었습니다. 틀을 너무 세게 눌러서인지 달고나를 모양대로 떼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원래 특유의 개성 있는 풍경으로 유명했었던 경암동 철길마을은 이제 1970~80년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들과, 온갖 먹고 즐길거리로 골목 전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물론 지역의 콘텐츠가 늘어났다는 관점에서는 분명 좋은 일이지만, 덕분에 이 골목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풍경을 이제는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골목길 바닥에 보이는 철로와 입구의 시설물과 벽화 정도가 이곳이 원래 철도였다는 점을 유일하게 상기시켜 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이것이 꼭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8년 전의 철길마을보다 현재의 모습이 훨씬 활기차거든요. 사람이 오지 않는 마을은 결국 폐허가 되어버립니다. 만약 사람들이 지금처럼 모이지 않았다면, 입지 자체는 나쁘지 않은 지역이니 지금쯤은 이 구역의 재개발 계획이 수립되고 있을 시점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이렇게라도 지역의 명소로 자리를 굳힌 점이 오히려 다행히 아닐까요. 다만 이전의 철길마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취가 사라진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철길마을 옆 경촌 4길이 매우 시끄러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p.s. 만약 예전의 철길마을 풍경이 그리우신 분들이 계시다면, 현재의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철로를 따라 서쪽 방향으로 조금 더 걸어가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경암동철길마을
전라북도 군산시 경암동 5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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