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카페│후마니타스
▌ 후마니타스
• 지역 : 충청북도 청주시
• 방문일 : 2023년 여름
• 음식종류 : 커피, 차 등의 음료 및 브런치 등
• 영업일시 : 매일 10:30~21:00 (월요일 휴무)
후마니타스는 청주시에 있는 카페입니다. 2022년 청주에 한옥 카페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정도로 건물이 클 줄은 미처 몰랐었네요.입구에는 가게의 상표가 걸려있는 벽이 서 있었습니다. 저렇게 입구 근처에만 높은 벽체가 서 있으니 건물 전체의 개방감은 유지한 상태에서 가게의 내·외부를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점이 좋게 보였습니다.
가게의 상표에는 그 가게의 지향점이나 철학이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카페의 이름인 후마니타스보다 양림(養林)이라는 상호가 더욱 강조되어 있습니다. 양림이라는 단어를 표면대로 해석하면 '수풀을 키우다'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림(林)은 숲이라는 뜻 외에 모임이나 집단의 의미로도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예시로 사림(士林, 선비들의 집단이라는 의미로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들을 의미) 또는 유림(儒林, 유학자 집단)이라는 단어를 들 수 있습니다. 즉, '양림'이라는 단어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며, 이는 현재도 많은 교육기관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소)라는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가게의 공식적인 설립 목적은 일차적으로는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인문학 자료관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카페의 이름인 후마니타스(Humanitas) 역시 '인성, 문명, 친절' 등의 의미를 가진 라틴어 명사이며, 여기에서 인문주의(Humanism, 인간애)나 인문학(Humanities)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기 때문에 모든 이름이 공통된 지향점을 가진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뒤쪽에 솟을대문 형식으로 문이 하나 만들어져 있었지만, 실제 출입 통로로는 이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 문은 실제 출입문으로 쓰려고 했다기보다 좌우측 다른 재질과 형태의 담장을 자연스럽게 이어 주기 위한 구분점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문 주차장까지의 담장은 기와로 줄 모양의 장식 덧붙인 한 토담이 죽 이어져 있었으며, 중간마다 동그란 기와 또는 네모난 구멍을 배치하여 일정한 모양의 반복으로 오는 지루함을 덜어 주고 있습니다.
전통 건축물에서 건축물을 보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는 많은 장식들이 있습니다. 예시로 건물 밖으로는 처마의 부연(겹처마), 공포, 서까래 등이 있고 건물 안으로는 대들보 등의 각종 보를 들 수 있겠네요. 이들은 실제로는 장식의 목적보다 건물을 유지하고 하중을 분산·지탱하기 위한 부속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통 한옥의 장식들은 세부적으로 모양이나 색이 다를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비슷한 위치에 존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부속들을 보기 좋게 꾸며 둔 것이니까요. 하지만 후마니타스의 이 건축물은 기본 재질이 철근 콘크리트이므로 한옥에 들어가는 부재들이 오직 장식의 목적으로만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을 꼽자면 지붕 측면에 목재를 루버(Louver) 형식으로 설치하여 둔 부분이었습니다. 전통 한옥이라면 지붕에 걸리는 하중만 고려해도 설치를 감히 시도하기 힘든 장식입니다.
벽면에는 한옥 지붕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잡상들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각 잡상의 이름과 유래를 설명하는 팻말도 인상적이었지만, 콘크리트 벽면에 나무 결의 느낌을 살린 무늬를 세심하게 살려둔 것 역시 매우 좋았습니다. 역시 물건의 품질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부분은 미세한 차이점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층 난간에서 바라본 출입구의 모습입니다. 건축가 또는 건축주가 어디에서 영감(모티브)을 얻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성과 속을 가르던 중세시대 서양 수도원의 통로 또는 복도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정의 아래쪽은 물이 고여 있었고, 가운데 장식물이 있는 사각형 바닥을 중심으로 이등분하여 삼각형 모양의 두 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가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자리를 옮겨 카페로 이동하였습니다. 카페의 매대는 삼각형 모양으로 매장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삼각형 형태의 매대는 카페 공간의 정면과 건축물 정면의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구조물입니다. 사진의 왼쪽 매대는 카페의 정면과 평행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 매대는 후면 중정 및 한옥 형태의 건축물과 평행을 이루고 있습니다.
커피의 맛은 산미가 강한 편이었습니다. 커피잔이 상당히 독특했는데, 잔 모양을 자연스럽게 살짝 구겨진 종이컵처럼 만들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손잡이는 중간중간 구멍이 나 있었는데, 도자기에서는 흔히 쌀알 무늬라고 부르는 형태입니다. 이거야 그냥 그렇다고 치더라도, 구겨져 있는 잔의 모양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컵을 들고 음료를 마시려고 할 때 입을 대야 하는 부분 쪽으로 컵이 더 접혀 있어 일반적인 둥그런 가장자리의 컵에 비해 잔 가장자리에 묻어나는 음료가 적었거든요. 왼손과 오른손 어느 쪽으로 들어 보아도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별 것 아닌 차이지만 잔의 모양을 구상할 때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다는 부분에서 새삼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허니카이막과의 조합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계속 먹다 보니 너무 느끼했어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하고 음료를 주문했었네요.
카페 구석에는 "연꽃전망대 가는 길"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는 문이 있었습니다. 저 문을 통해 카페 위쪽의 정원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 옆에는 버드나무가 심겨 있었습니다. 저 때는 몰랐었는데, 하단 철제 난간 쪽에 벌써 피어난 연꽃이 하나 있었더라고요.
사실 저 때 다른 쪽을 보며 물이 얼마나 깊을지 궁금해하던 차라 연꽃을 미처 못 보았지 않나 싶습니다.
계단참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정원이 나옵니다.
전망대라는 이름답게 앞에는 앉아서 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도록 긴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간 날 너무 덥고 햇볕이 강해서 차마 저기에 앉을 마음이 들지는 않았었다는 점이 단점이네요.
저수지 남쪽에 가로수로 심겨 있는 나무는 살구나무였네요. 바닥이 지저분해지는 게 약간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직 연잎이 피어나기 전인 봄철에도 살구꽃 덕분에 아름다운 조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며 인문 아카이브 양림과 카페 후마니타스를 구상하였을 때 참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건물의 배치나 꾸임에 정말 많은 세심함을 기울인 점들이 많이 보였으니까요. 아마 제가 미처 찾지 못한 세심함이 훨씬 많은 곳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철의 풍광도 매우 기대되는 곳이지만, 안에 담고 있는 서적들이 저 장소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지 않나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서관과 카페를 같이 운영하면 양 쪽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 없잖아요. 책은 더러워질 가능성이 크고, 카페는 회전율이 떨어질 테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러한 가게를 만들고 운영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인문 아카이브 양림 / 카페 후마니타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주봉로 15번길 25
https://www.instagram.com/yangleem.humanitas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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