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누에 키우기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한창 추진하던 1960~70년만 해도 양잠업과 제사업은 국내에서 상당히 거대한 규모의 산업이었으나, 2020년대 현시점에서 보았을 때 해당 업종은 사양산업으로 분류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크게 쇠퇴한 상황입니다. 양잠업은 농업으로 생산량 증가에 한계가 있고, 제사업은 농업 생산물인 명주실(견사)에 기반하여 운영하는 노동 집약적인 경공업이기에 생산하는 가치를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또한 생산물인 견사와 비단의 부가가치가 크게 증가하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중국 등 생산 단가가 훨씬 낮은 개발도상국이 다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몇십 년 전만 해도 농가(가정)에서 가계 부수입 증대를 위해 누에를 치는(키우는) 일이 많았으나, 이제는 양잠업이 사양산업이 되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집에서 애완용 또는 관상용으로 누에를 키우는 것은 가능합니다. 일종의 곤충 키우기인데, 다른 나비/나방류보다 누에를 키우는 편이 보다 편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사람의 손에 몇천 년 동안 품종 개량이 된 결과 ① 생육이 빠르고 ② 다른 곤충보다 애벌레, 고치, 성체 모두 덜 징그러운 편이며 ③ 성체가 되어도 활동성이 적어 우화 후 곤충이 집안을 활보하며 날아다니는 예상 밖(?)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먹이는 뽕잎입니다. 다른 식물은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줘 봤자 먹지 않고 굶어 죽으니 꼭 뽕잎만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뽕나무가 야생에도 꽤 있고, 가로수로도 여기저기 많이 식재되어 자라고 있습니다만…… 따로 식용이 가능한 뽕잎을 구매하여 주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우선 대부분의 나무는 주인이 있으므로 함부로 잎을 채취하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이며, 누에가 농약이나 환경오염에 약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야외의 뽕나무는 관리를 위해 농약을 쳤을 수도 있고, 미세먼지, 산성비, 매연 등으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물질이 잎 표면에 묻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누에가 오염된 뽕잎을 먹으면 바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잎사귀를 줄 때 신경을 써 주어야 합니다.
뽕나무의 잎은 심장 모양의 둥근 타원형으로 잎맥(엽맥)이 선명하고 잎 가장자리(엽연)가 톱날 모양(거치)로 되어 있으며, 줄기에 하나의 잎새(단엽)가 교대로 납니다. 뽕나무의 종류에 따라 잎의 모양이 약간 갈라지는 종류도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 쉬운 식물 중 전체적인 형태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잎사귀는 깻잎입니다. 다만 깻잎과는 달리 나무에서 자라나는 잎사귀이며, 잎이 더 단단하고 잎 표면에 잔털이 없이 매끈합니다.
사실 요즘같은 좋은 시대에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면 됩니다. 다만 약재로 쓰기 위한 말린 뽕잎은 안됩니다. 싱싱한 뽕잎이여야 합니다. 누에는 입맛이 까다로워요.
잎사귀는 며칠이면 시들어 버리므로 누에가 번데기를 만들기 전까지 최소 3~4회 정도는 싱싱한 뽕잎을 공급해 주어야만 합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키울 경우 먹이 수급 외에는 애벌레의 관리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의 온도와 습도라면 누에도 안락하게 살 수 있거든요. 다만 급격한 온도 및 습도 변화 방지를 위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키우는 편을 추천합니다.
잎사귀에서 고치를 떼어내 보았습니다. 완성된 직후 바로 떼내면 아직 실이 굳지 않은 상태라 고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말랑말랑하더라고요. 그래서 약 12시간이 더 지난 뒤에 잎사귀에서 분리하였습니다. 누에고치는 가볍고 단단합니다.
명주실을 뽑기 위해 누에고치를 삶아야 하는 단계가 지금입니다. 성충이 번데기에서 나올 때 고치를 녹여 구멍을 내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화하고 난 뒤의 고치로도 비단실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성충이 나온 구멍 부분의 실이 끊어져 있어 채산성이 떨어집니다. 고치를 삶아 실을 뽑은 뒤 남은 본체가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쓰는 번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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