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4

개조식 문서 작성 방법 - 4. 보고서 형태의 개조식 문서 작성


개조식 문서 작성 방법


  이전 문서의 내용과 같이, 개조식 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① 원 글의 내용을 숙지한 후 ② 문장 구조의 재구성을 통해 글의 구조를 개조식에 적합한 형태로 변환한 후 ③ 문장을 개조식으로 변환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면 원 글의 내용을 작성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요약한 개조식 문서가 탄생하게 됩니다. 

  위의 글에서 '작성자가 의도한 방향'이라는 문구가 가진 의미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저 내용은 조금 더 근본적인 물음인 '왜 개조식 문장을 작성하려 하는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목적과 용도로 작성하는가에 따라 형태는 같은 개조식이지만 문장의 구성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보도자료), 기획서, 이력서 등의 문서는 개조식 작성이라는 형태는 같을 수 있지만, 그 구성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보고서 형태의 개조식 문서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볼까 합니다. 보고서는 작성자가 그 글의 수요자에게 특정한 사안(현안)을 알리기 위하여 작성하는 글입니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설명문과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보시면 됩니다. 다만 보고서는 담당자가 상급자에게, 현안 부서가 타 부서에게, 해당 기업이 타 기업 또는 대중에게, 정부가 국민에게 작성하는 것 등과 같이 조금 더 공적으로 사용되는 문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 형태의 개조식 문서 작성 시에 제일 선행되어야 할 것은 기존의 문서, 전례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정보를 받는 수요자는 항상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적의 정보를 받고 싶어 합니다. 그 수요에 의하여 글도 개조식으로 축약하여 작성하는 것이므로, 그 수요자가 익숙한 형식으로 문서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히 글 작성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문서에서 사용하는 구조, 구분 기호, 글자체 및 크기 등의 문서 양식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러한 전례에 준하여 글을 작성하여야 합니다. 

  다만 서식 또는 양식은 '절대' 바꾸면 안 되는 진리와 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1장 내에 작성 가능한 보고서가 양식을 준수하려다 보니 몇 단어가 밀려 2장이 이 된 경우, 일부 문서양식(자간, 장평 등)을 수정하여 양을 1장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기존 문서 최상단에 보고 목적이 항상 한 단락으로 들어가 있는데, 글 제목이 목적과 완전히 같은 경우 그 단락 자체를 지우는 것도 고려하여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양식 또는 이전 사례에 벗어난 보고서를 만들 경우, 그 글의 수요자가 기존과 형태가 다른 사유를 궁금해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정해진 서식이 없거나, 참고할 문서가 없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학교 다닐 때 써 보았던 설명문과 비슷한 구조로 글을 구성하면 됩니다. 글의 제목 - 글의 작성 목적 - 작성 대상의 정보 - 향후의 진행사항 순서가 일반적일 것입니다. 다만 개조식 문서이므로 통상 문어체로 작성하는 설명문보다 이러한 구조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보고서 형태의 글은 작성 이전 수요자가 이 보고서를 어떠한 목적으로 요구하였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는 단지 어떠한 사안에 대한 정보를 원해서인지, 그 사안의 현안이 현재 무엇인지 알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 사안으로 인한 향후의 행동이 궁금한 것인지 등의 요구 목적을 의미합니다. 같은 주제로 작성하는 글이라도 수요자의 요구 목적에 따라 글의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보고서 형태의 개조식 문서 작성에 대한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문은 WHO가 3월 11일 발표한 모 질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입니다. 선정 사유는 예문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구성을 가진 글이며, WHO는 저작권의 고지를 명확히(Copyright notice)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해당 고지에 따라 예문으로 활용하기 위한 원문의 주소를 아래에 표기하며, 출처는 WHO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원문 : WHO Director-General's opening remarks at the media briefing on COVID-19 - 11 March 2020


  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보고서의 요구 목적에 따라 같은 주제로도 다른 형태의 글이 쓰일 수 있으므로, 이 예문에서는 'WHO의 입장에서 해당 글을 개조식으로 대중에게 제공'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정하겠습니다. 그럼 우선 원문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여 보겠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원문 전체를 가져오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저는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_-;; 우선 원문의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 이용자의 목적과 맞지 않는 검색 유입 방지를 위해 질병 이름을 '모 질병'과 'C바이러스'로 표기하겠습니다.



ㅇ 지난 2 주간 모 질병이 급격하게 확산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확산이 우려됨.

 - 중국 이외의 감염 사례 13배, 감염국 3배 증가

 - 114개국 118,000명의 환자 발생, 4,291명이 사망

ㅇ 지속적인 관찰의 결과 확산 추세, 심각도, (세계 각 국의) 무대책(대응 한계)이 심각한 상황

ㅇ 위의 사유로 모 질병을 팬데믹(판데믹, 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규정함

ㅇ 팬데믹 선언은 비이성적 공포의 확산이나 감염병에 대한 대응 포기로 오인한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하는 등의 오해 소지가 있으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님

ㅇ 팬데믹 선언은 바이러스에 대한 평가, WHO 및 각 국의 역할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음

ㅇ 이번 팬데믹은 C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최초의 팬데믹임

ㅇ 기존 팬데믹 선언 감염병 중 통제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음

ㅇ WHO는 첫 사례 보고 이후 전면 대응 태세로 있음.

ㅇ 각 국에 매일 급박한 행동을 요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주의를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음

ㅇ 국가의 대응(탐지, 진단, 치료, 격리, 추적 등)에 따라 단체감염 및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사례를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음

 - 발생 사례 중 90% 이상이 4개국에 집중, 중국과 한국 2개 국가는 감염 사례 크게 감소 중

 - 81개국이 사례 미 보고, 57개국은 10건 이하 발생 보고

ㅇ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국가들의 과제는 이를 똑같이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할 것이냐(하려는 뜻이 있느냐)의 문제임

ㅇ (환자의) 수용능력, (의료 등 사회경제적) 자원, (정부 또는 국민의) 결단력 부족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나라들이 있음

ㅇ 중국과 같은 사회경제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를 통제하기 위한 이란, 이탈리아, 한국의 조치에 감사함

ㅇ 모든 국가는 보건, 경제 및 사회적 혼란의 최소화, 인권의 존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함

ㅇ WHO의 임무는 공중 보건이지만, 모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완화를 위해 모든 분야와 협력 중임.

ㅇ 이번 위기는 공중 보건의 위기를 넘어 사회 전방위적 위기 상황이므로 모든 단체 및 개인의 협력이 필요함

ㅇ 국가가 감염병 예방 및 생명을 구하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 범사회적 전략을 아래 네 가지로 요약함

ㅇ 1. 준비하고 또 준비할 것 2. 탐지, 보호 및 치료 3. 감염 감소 4. 혁신하고 배우기

ㅇ 모든 국가에 비상 대응 체계의 활성 및 확장, (감염병의) 위험과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위한 국민과의 의사소통, 모든 사안에 대한 탐색, 격리, 진단 및 치료 및 모든 접촉자의 추적, 병원의 준비, 의료진의 보호 및 훈련, 각 국 상호 간의 주목 등을 요청함

ㅇ 한 단어(팬데믹)에 지나친 관심이 주목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하고 실행 가능한 예방, 대비, 공중 보건, 정치적 리더십,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사람 등의 다른 단어를 제시함

ㅇ 함께 잘해봅시다. 감사합니다.


  번역의 질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므로 넘어가고 -_- 일단 이 상태의 문장을 개조식으로 재구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글의 작성 목적을 'WHO의 입장에서 해당 글을 개조식으로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선언문이 발표되던 시점에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있던 WHO 총장의 친중·친일 행태 논란, WTO의 팬데믹 선언에 따른 공포심 확산 우려로 인한 선언 시점이 적합한가 등과 같은 추가 사실 또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와 같이 본 목적에 맞지 않는 추가 정보들은 글의 작성 목적을 희석하고, 독자에게 지나치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글에 대한 가독성과 집중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만약 해당 보고서의 작성 목적을 'WHO의 팬데믹 선언에 따른 각 국의 반응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바꾼다면 위의 사실들이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항목 중 하나로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의 가치 판단 배제가 꼭 이 글에 있는 정보만을 이용하여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이 무엇인가?' 또는 '모 질병으로 인한 최초 팬데믹 선언이라 하는데, 그럼 다른 팬데믹 선언은 무엇이 있을까?' 등 수요자가 글을 읽다 궁금증이 들 것 같은 사안은 추가 정보를 제공하여 주는 편이 더욱 친절한 글쓰기가 될 수 있겠죠.

  일단 글의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 및 분야를 특정한 뒤, 이제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 글에서 전달하는 내용이 어떻게 구조화가 될 수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데, 막막할 경우 육하원칙을 기본으로 글을 확장하여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처음 개조식 보고서 작성할 경우 누가/언제/어디서의 정보를 빠뜨리거나, 무엇을/어떻게/왜 항목을 혼동하여 글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육하원칙으로 틀을 잡아보고, 제일 중요한 무엇을/어떻게/왜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구성하는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이러한 점을 주의하여 글을 작성하여 본다면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목 : 모 질병 팬데믹 선언

□ (일시/장소) 2020.03.11(수) / WHO 본부(스위스 제네바)

□ (주요내용) 모 질병(C바이러스)에 대한 팬데믹(Pandemic, 감염병의 광범위 지역 유행 상황) 선언

 ㅇ 전파현황 : 114개국 118,000명의 환자 발생, 4,291명이 사망

   - 중국 이외의 감염 사례 13배, 감염국 3배 증가

   - 발생 사례 중 90% 이상이 4개국(중국, 이탈리아, 이란, 한국) 내 집중 

   - 2개국(중국, 한국)은 추가 확진자 발생이 유의미하게 감소

   - 기타 81개국이 사례 미 보고, 57개국은 10건 이하 발생 보고

 ㅇ 선언사유 : 모 질병에 대한 심각성 환기

   - 확산 추세, 심각성, 각 국의 대응 등 고려

   - C바이러스로 인한 최초의 팬데믹 사례이며, 기존 팬데믹*의 통제 사례 없음

     * 홍콩독감(1968년, 인플루엔자), 신종플루(2009년, 인플루엔자), 모 질병(2019년, C)

□ (향후대응) 예방, 대비, 공중 보건, 정치적 리더십, 사람에 대한 관심을 통한 감염병 통제

 ㅇ 각 행동 주체(WHO, 각국 정부 및 사회)의 탐지, 진단, 치료, 격리, 추적 등의 활동 지속 요청

 ㅇ 확진자 감소국의 사례를 참조, 통제를 위한 4가지 전략 제시

   - ① 준비 ② 탐지, 격리, 치료 ③ 감염 감소 ④ 혁신 및 학습

 ㅇ 보건, 경제사회적 혼란 최소화, 인권존중 가치 간의 균형 필요


  전파 현황 내 수치 자료의 경우 표 형태로 구성하는 게 가독성이 더욱 좋을 수 있으나, 원문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표를 구성하기에는 불완전하므로 문장 형태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글의 구성 면에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원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과 위의 개조식 문장의 구조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문장 구조의 변형으로 인해 원문에서는 중요하지 않게 언급된 내용이 강조된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원문 자체가 크게 모 질병으로 인한 현황 및 팬데믹 선언으로 인한 의미, 행동 주체(특히 정부)에 대한 요구로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여 글을 구성하여 보았습니다. 만약 원문의 글이 더욱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저 분류를 더욱 세분화해야 하지만, 단순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의 개략적인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많이 발생하지는 않으니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쓰기는 했지만 보고서를 쓸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준 양식 및 이전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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