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1

부여 가볼 만한 곳│사비도성 가상체험관 (구 부여박물관건축물)


  부여 부소산성의 남쪽, 관북리 유적과 부여객사의 북쪽 산비탈에는 특이한 모습의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사비도성 가상체험관
  현재 이 건물의 2층에는 사비도성 가상체험관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안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부여군에 소재한 유물 및 유적과 부여군 내 관광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며,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통해 이를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어른은 1,000원, 어린이는 5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하며 부여군, 청양군, 공주시 거주자(주민등록지 기준) 등은 무료입장도 가능합니다.
  또한 2층 체험관 옆에는 부소책방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은 부소갤러리라는 이름의 전시실이 운영되는데, 여러 가지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고 합니다. 또한 근처의 부여객사와 관북리 유적, 넓은 잔디밭은 분위기를 즐기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장소입니다. 조금 더 많이 걷고 싶으시다면 부소산성까지 산책로에 포함시키면 되고요.

체험관 전경
  시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미리 드린 이유는, 사실 여기에 온 목적이 저 시설들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는 저 건물 자체였어요. 이 건물은 예전 국립부여박물관으로 활용되던 건물로, '구 부여박물관건축물'로 불립니다. 앞의 설명문에 따르면 이 건물은 건축가 김수근의 계획안에 따라 1965년부터 1967년까지 약 3년을 공사하여 준공을 완료하였으며, 1970년부터 1993년까지 국립부여박물관(1975년까지는 국립박물관 부여분관)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즉 현재 시점에서 세워진 지 약 55년이 된 건물입니다.

체험관 정문
  지은 지 반세기가 넘은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 보았을 때의 인상이 강렬하여 직접 구경하여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건축물 근처로 가기 위해서는 부여객사에서 올라오거나, 사진으로 보이는 언덕길(부소로)을 따라 올라와야 합니다. 참고로 이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부소산과 부소산성이 나옵니다.

체험관 지붕 전면
  건물을 얼핏 보면 콘크리트로 지은 한옥이 땅 속에 파묻히고, 그 지붕만 지상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체험관 지붕 측면
  콘크리트 골조가 서까래처럼 보인다는 설명이 적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왜 이 건물에 왜색 시비가 있는지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고요. 우선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직선의 형태와 한옥 기와,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동북아시아 건축물 특유의 기와 간의 조합이 우리 눈에는 어색하게 보입니다. 즉 '익숙해 보이지만 낯선 느낌이 드는' 건축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체험관 지붕 구조물
  지붕 중간마다 튀어나와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끝 부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옥에는 지붕의 경계를 넘게 튀어나와 있는 구조물이 없습니다. 혹시 있을 수도 있으므로 다시 정정하여 말하자면, 저러한 형태의 한옥은 우리 눈에 익숙한 모양이 아닙니다. 저 구조물과 제일 비슷한 한옥의 구조물로 그나마 서까래를 꼽아볼 수 있는데, 서까래는 지붕을 받치기 위한 구조물로 지붕 안에 들어가 있지 저렇게 밖에 노출되어 있지 않고요. 게다가 돌출되어 있는 구조물 끝이 굽어져 있으며, 비슷한 곡률을 가진 끝부분이 돌출된 구조물 중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동아시아의 구조물을 연상해 보면 일본 신사의 토리이(鳥居)가 제일 쉽게 떠오르게 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건물 입구
  건물 내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 측면의 입구를 이용해야 합니다.

건물 입구 정면
  문의 형태 역시 일본풍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건 조금 무리인 주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이해가 가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입구를 가운데에 놓고 정면을 바라보면 일본 신사의 배전(拝殿, 拜殿)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볼 수 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입구가 좌우로 긴 건물의 측면에 있고, 그 건물이 동아시아 건축의 느낌이 나는 데다가 콘크리트 골조의 직선미가 돋보여서 생기는 느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리하자면, 왜식 건축물의 느낌이 난다는 주장이 이해가 기는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건축물에서는 그 느낌을 피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건물 후면 전경
  부여객사 방향에서 바라본 건축물의 모습입니다. 1960년대에 지은 건물치고 상당히 개성이 강한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 건축물이 지어지던 시기가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니 어찌 보면 크게 특이한 건물이라고까지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러한 형태의 건물을 실제로 완공하였다는 것이 참 대단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요즘 저렇게 지어보라고 설계도를 주면 흔쾌히 채택할 수 있는 단체가 과연 몇 곳이나 있을까요. 즉, '저 시대에만 나올 수 있는 건물'이 실제 모습으로 구현되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이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이 1980년이므로 해당 건축 사조에서 선구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겠네요.


사비도성 가상체험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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